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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삼이와 데븐이 Feb 01. 2023

고속터미널역, 환승구간

복잡한 길, 바쁜 사람들, 그 사이에 우뚝 멈춰선 노인

7호선, 9호선, 3호선이 만나는 고속터미널역을 걷는다. 문득 고개를 드니 다들 뚜렷하다. 

지하철 환승구간에서 사람들은 갈 곳이 확실하고 발걸음이 빠르다. 빈틈없이 역안을 누비는 사람들.


그 틈에서 한 노인이 멈춰있다. 

검정 경량패딩과 등산바지 검정 모자사이로 삐져나온 흰머리. 

노인은 이정표나 지하철노선도를 찾는듯 제자리에서 두리번거린다.


발걸음에 망설임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걸리적거리는 존재인지 다들 한번 쳐다보고 비껴가기 바쁘다.


노인의 모습이 너무도 나같다. 아니 나보다 나을 것이다.


길을 잃었을땐 멈춰설 필요가 있지만, 나는 또 굳이 걷고있다.


다들 바쁘니까 나도 바쁘게 걷고 있다 어디로가는지도 모르고.


이 사람들은 방황하지 않는 것일까, 

다들 방향과 목적이 발걸음 만큼이나 뚜렷한 것일까,


그 사이에서 나는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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