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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삼이와 데븐이 Sep 04. 2023

술 사용법

현실에 이상을 심는 일회성 마법

남자와 여자가 처음 술을 마신다. 


술은 감정의 증폭제다. 

처음 만나 가진 호기심이 설렘으로 진화하고, 

설렘이 술 몇 잔에 사랑으로 대진보한다. 


술은 단점의 컨실러다. 

상대의 단점은 완벽하게 가려져 마치 완벽한 사람인양 눈에 비쳐진다. 


술은 휘발성 알코올이다. 

술을 마시며 느꼈던 감정의 허울좋은 가면은 술기운이 없어짐과 동시에 함께 날아간다. 


남아있는 가면의 껍데기, 뱉었던 말과 가벼운 행동에 대한 후회. 술이 남긴 껍질들을 책임진다. 

알량한 책임감은 후회 가득 할 선택을 강요한다. 


다시 술을 마신다. 미약한 감정은 다시 취기라는 화려한 옷을 입고 나를 속인다. 

매일 술을 마신다. 반복한다. 


선택에 대한 후회를 잊으려, 잘한 선택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휘발성감정을 붙잡으려 안간힘 쓴다.


술에 속지 않는 법은 속아봐야 아는 것이다. 

그 강력한 속임수에 속절없이 인생이 휘둘리게 두어서는 안된다. 

술은 현실에 이상을 심는 일회성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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