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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구 Jul 09. 2023

마주 웃을 것

7월 9일의 기록

나이가 든다는 건 내게 닥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사건들과 마주하는 것이다.

단지 신체적 노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내게 끊임없이 경고했지만,

나는 해당하지 않으리라 

단단히 믿었던 것들이 있다.

마음의 질병과

그 질병을 짊어진 사람의 가족이 되는 것.

많은 감정을 느꼈지만

그 어떤 것도 섣불리 문장으로 풀어낼 수가 없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온전히 내 것은 아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밥을 먹고 웃는 내가 괴상하다.

하지만 굶을 수는 없고

울 수도 없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온전히 내 것은 아니다.

일단은 가슴속에 

이리저리 튀어 다니는 감정들을 모아 

하나로 뭉뚱그린 다음

의식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둔다.

그리고 명령어를 입력한다.

일단은 씩씩할 것.

다정한 사람이 될 것.

그가 웃을 때

같이 마주 웃어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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