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곳에서 그것이 가능한 곳에서
" 윤랑,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
2022년 05월 09일 , 9시간의 근무를 끝으로 5년 차 스타벅스 생활을 마무리지었다. 1만 3천 분의 1 중 하나였던 파트너는 1만 9천 분의 1의 시간이 되어서야 앞치마를 벗었다. 또 다른 누군가가 그 1이 되기 위해 빳빳한 새 앞치마를 입고 출근할 것이었다.
귀 밑까지밖에 오지 않던 짧은 머리로 입사해, 쇄골이 넘는 긴 머리까지의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 빨간 뒷면을 가진 사원증의 앞에는 탈색하고 염색한 머리의 사회에 갓 나온 신입 관리자가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1년 365일을 항상 '최선'을 다했냐 하면, 그렇다곤 못하겠다. 어제가 거지 같았고, 오늘은 더 한날도 있었지만 출근해야만 하는 직장인이었기에 내 자리에서의 차선을 다해 근무했다. 고백하건대 이것만큼은 절대 어긴 적 없다. 내일이 퇴사 날이어도 말이다.
퇴사 일자를 조정하는데 점장님께 요청드린 조건은 하나였다.
" 프리퀀시 전, 퇴사하겠습니다. "
증정품을 제공하는 여름 프리퀀시 행사는 내가 입사했던 해부터 시작했다. (그 전에는 무료 음료 쿠폰의 형식이었다.) 그중에서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은 단연 2020년 여름이다. 겨울 다이어리 행사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아 그만 사랑받고 싶었던 레디 백 프리퀀시. 그 이후로 프리퀀시라면 정말 고개를 내저었는데, 다가오는 이벤트 증정품의 가짓수를 보고 점장님께 요청드릴 수밖에 없었다. (이 기간은 정말 극 성수기 시즌이다. 체력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5월 말까지 근무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예정된 이벤트 날짜에 퇴사 날짜를 앞당겼고, 'e-prequency' 전 날까지 일하게 되었다. 프리퀀시 기간도 근속하는 것처럼 이벤트를 준비했고, 매장 위생에 더 힘썼다. " 곧 퇴사하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어? "라고 한다면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것이 스타벅스에서의 마지막 최선이었다. 파트너인 나에게 잊지 못할 기억과 경험을 선물 받은 스타벅스의 CEO 하월드 슐츠는 말한다.
" 고객들은 스타벅스의 커피와 사람들,
그리고 스타벅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 때문에 스타벅스를 선택한다 "
처음 방문하거나 혹은 이벤트 기간에 찾아오는 고객들도 다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선택하고 방문하듯 선택한 첫 회사였다. 고객으로 방문해 관심이 생겼고, 공간과 파트너들에게 매력을 느껴 버디(단골고객)가 되었다. 입사제의를 받았지만 순수한 나의 애정으로 입사를 했다. 아르바이트 시절부터 느꼈던 것이 있다면, 누구나 들에게 타고난 일복이라는 게 분명히 있다. 그중에서 유독 특출 나게 일복이 많은 사람이 있는데 감히 나라고 자부한다. '스타벅스'였기에 경험할 수 있었던 것들이 차고 넘치는 일복과 환장의 콜라보로 현재에 이르렀다.
[ 그_냥 네가 좋아하는 걸 좋아해. 그런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곳에서 그것이 가능한 곳에서 ]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스타벅스코리아의 슬로건. 그리고 나에겐 마지막이 될 슬로건으로 절대 잊지 못할 시기에 바(Bar) 밖의 세상으로 나왔다. 지금의 나에게 딱 어울리는 문장이었다. 반강제적인 퇴사였을지언정, 웃음 지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겐 눈에 들어오지 않을 슬로건이
[ 커피업계 1위 브랜드에서, 자신들의 자리에서 언제나 꿋꿋이 일하는 파트너들이 있는 공간에서. ]
읽혔다. 오랜 기간 앞치마 가슴 중앙에서 같이 일을 했던 사이렌 언니가 뒤의 말을 덧붙여주었다.
" 그_냥 네가 좋아하는 걸 좋아해 "
마지막 근무 날 펑펑 울면 어떡하지. 마음이 무거워서 근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떡하지의 걱정은 무색하게 만 느껴졌다. 당연한 일처럼 덤덤했다. 정말 떠날 준비를 마친 것이다. 결정을 하고 난 후에는 앞치마를 벗는 게 무섭지 않았다. 백수로서의 앞으로를 가슴속에 품은 사이렌 언니가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