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가 곧 능력?
한 때 해커톤을 참가하는 것이 개발자(특히 초보 개발자) 사이에서의 큰 트렌드인 적이 있었다. (그 트렌드는 코로나와 함께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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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게임 회사 인턴쉽에서 같은 조로 개발을 했었다. 나이도 다르고 취향도 달랐지만 고생을 같이 한 데다가 다행히 셋 다 남자라서 (혼성팀은 더 오래가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 후에도 꽤 자주 만났다.
셋은 트렌드에 발맞추어 해커톤을 종종 참여했다. 해커톤은 보통 2박 3일 동안 쪽잠을 자면서 개발을 하는 구조였는데, 재밌으면서도 하고나서 현타가 온다는 점이 어린 시절 스키장 이박 삼일 동안 줄창 스키만 타던 때나 MT에서하는 것 없이 술만 마시던 시절을 생각하게 해서 재밌었다. 초보자의 행운이었는지 수상도 잦아서 그 돈으로 소소하게 고기를 먹거나 고기를 먹고도 남으면 노나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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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톤이라는 종류의 행사는 참가자들이 여러 팀으로 나누어서 제품 개발의 과정을 짧은 기간-48시간 전후-로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 평가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단어 자체는 hack + 마라톤의 합성어로 단기간 집중해서 결과물을 만들자는 취지다. 물론 듀가 짧은 모든 과제가 그렇듯이 정돈되어 진행되는 일은 없고 중구난방이다.
우리(개발자 세명팀)의 해커톤 당면 과제는 매번 기획이었는데, 개발은 하면되고 디자인은 못 생기지만 않게 할 수 있으면 되지만 기획은 없으면 진행이 안되어서였다. 몇 차례의 참여 후에는 평소에도 만나면 창업 아이디어 인지 해커톤 아이디어인지 모를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지금 상황에서는 돈을 벌기 힘들거나 구현이 힘들어 보였다. 트렌드보다 약간 빨랐던 것 같다. 시원섭섭하게도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았던 아이템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에 의해 프로덕트로 출시가 되었다.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았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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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이 크게 성공하려면 시장이 도달하기 전에 시장에 진입해야하지만 또 동시에 시장이 오기 한참 전에 들어가면 망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냥 트렌드를 따라가서는 위대한 일은 할 수 없을 테다. 결국 균형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