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s(2018) | Netflix
시간은 흐르며, 스쳐 지나가고, 흩날려 사라진다.
그리고 우리는 시간과 더불어 사라진다.
- 장 아메리, <늙어감에 대하여>
강산이는 광대무변한 우주 속에서 거듭된 운명의 우연으로 만나 긴 세월을 나와 함께 했으나, 이제는 떠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꺼져가는 생의 의지는 그의 시간이 거의 끝나감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음을 증명한다.
강산이의 시간은 이제 나와 다른 삶의 속도로 맹렬히 달리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미친 듯이 앞으로만 가는 강산이의 남은 시간을 빙글빙글 원운동 하는 시계판 위에 가둬두고픈 심정이다.
일상을 감당하기 힘들 만큼 노쇠한 강산이의 몸은 18년 동안 켜켜이 쌓아놓은 시간의 덩어리다. 강산이의 하루는 점점 짧아진다. 잘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은 더욱 수축하는 것 같다.
강산이의 늙은 몸을 보며 황망하게 주저앉아 시간이란 무엇인가 되뇐다. 아이들의 앞날을 ‘활짝 열린 세상’이라 말하는 걸 보면, 미래는 어쩌면 시간이 아니라 공간이다. 강산이의 공간은 점점 쪼그라들다가 결국 죽음이라는 블랙홀로 사라지나 보다.
죽음의 사신이 한 손에는 낫을, 다른 손에는 모래시계를 들고서 강산이 주변을 서성거린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림자의 그림자가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