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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타 Feb 03. 2021

본 투 비 블루

트럼펫 쿼텟에서 그의 연주는 시원스럽고
밝은 표층 아래로 침잠한 고독의 여운을 남긴다.
비브라토를 쓰지 않는 소리는 똑바로 공기를
찌르고, 그리고 신기할 정도로 미련 없이
사라진다. 노래는 미처 노래가 되기도 전에,
우리들을 둘러싼 벽에 삼켜진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쳇 베이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재즈 아티스트 중에 하나다. 그는 아름답고 고독하며 여린 음악적 감수성을 지녔으나 동시에 시궁창에 빠진 구제불능의 문제적 인간이다.


그는 감정이 불안정해지면 안온하게 마약으로 도망쳐 커튼을 치고 완전히 문을 닫아버렸다.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으로 숨어버린 그는 완전히 속수무책이었고, 그가 그 상태로 있는 한, 어느 누구도 그에게 손을 내밀 수 없었다. 그의 내면 어딘가 어두운 경계가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을 그의 세계에서 밀어내고 홀로 웅크린 채 불안을 덜고, 양심을 풀고, 삶에 다시 관여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끊임없이 파괴하고 또 재건했던 쳇 베이커는 자신만의 특별한 지옥에서 살았던 것 같다. ​​​


그의 음악에서는 청춘의 냄새가 난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몽환적인 그의 노래는 듣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의 음악은 원초적이고 생생한 불안에 의해 솔직하고 거짓 없는 감각을 발산한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서는, 불안하고 고독한, 바로 청춘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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