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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타 May 18. 2021

회전목마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습니다.


봄-날이 지나가고 있군요.


내 늙은 강아지는 내년에도 봄을 맞을 수 있을까,


상념이 흐릅니다.


커피를 내리고 찰리 파커의 색소폰 연주를 듣습니다.


방바닥에 묻는 검은 얼룩에 시선이 머뭅니다.  


언제 묻었는지 무엇이 묻었는지 알 수 없는


검은 얼룩은 마치 그 뿌리가 방바닥을 뚫고


지구의 심지에 박힌 것처럼 보입니다.


어릴 적 낡은 회전목마를 타고 손에 한껏 힘을 주면


목마는 시계 방향으로, 세상은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병아리색 옷을 입은 쌍둥이 유치원생이 지나가고,


아이들의 까르륵 알콩잘콩 정겨운 웃음소리가 지나가고,


벤치에서 쉬고 있는 미키마우스가 지나가고,


빨간 전화박스가 지나가고,


rewind키를 누른 것처럼 끊임없이 되돌아옵니다.


눈에서 초점을 빼면 세상이 마치


바닐라 콘에 겹겹이 두른 쵸코시럽처럼 보입니다.


온 힘을 다해 마지막 애를 쓰는 내 늙은 강아지와  


방바닥을 뚫고 지구의 심지에 박혀버린 검은 얼룩과


얼룩이 만들어 낸 깊은 우물.


나는 회전목마를 타고 세상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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