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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꽃 Feb 11. 2023

일에 치여 우울을 투병하던 그때

2021.10.15.

오늘 나를 괴롭게 하던 학생이 그만뒀고, 새로운 학생 두명에게서 상담 문의가 왔다.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어쩔 수 없다.



2021.10.31.

나 진짜 열일했다 오늘.. ㅜㅜ 아픈 내 몸아 미안해..



2021.11.12.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힘들었던 하루.

또 입병이다. 힘내자. 힘내고 또 힘내자. 내 안에는 힘이 있으니까.

반복되는 일상을 지겹다고 느끼지 않고, 감사해하는 내가 되길



2021.11.17.

#에필로그

속였던 네가 나쁜 걸까, 알면서도 속아줬던 내가 나쁜 걸까

어쨌든 게임은 끝났지만 말야



2021.11.20.

혼자서 강해지기 위해 셀프 반지도 맞췄고 이번주 일요일은 혼자서 예술의 전당도 가고 사진도 찍으려고 했다. 근데 왜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내 기분을 알려고 하지 않고 모두가 남처럼 느껴진다. 내 마음이 너무너무 지옥 같은데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나는 이제 친구도 없다. 어쩌면 생일선물도, 우정선물도 전해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뭔가 내가 잘못 살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누구도 나에게 이유를 말해주지는 않았다. 내 모든 것들이 부정당하는 그런 기분이다. 심지어는 내 일까지…



2021.11.22.

혹여나 바깥 세상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울지 않기. 나에겐 아이들이란 세상이 있으니까.

남들이 뒤에서 뭐라고 수군대든, 나는 내가 하고싶은 일 하면서 내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거야

너희 생각 따위는 내 알 바 아니지


어제 울면서 말했던 이유는

과거의 나에게 미안해서였다. 난 절대 8%만큼만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나를 지킬 사람은 나뿐이기에.

그래도 힐링 후 힘이 생겨서인지 오늘 일상을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보낼 수 있었다. 나에게 그리 중요한 사람들이 아니기에.



2021.11.29.

중요한 건 무엇을 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나는, 아주 잘 하고 있다.



2021.12.8.

항상 “벌써 일주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정말 이틀전에 물을 줬던 것 같아서 소름끼쳤다.

뱅고가 자꾸 잎을 떨어뜨려서 속상했는데 이제는 워터코인이 파릇파릇 무성하게 올라온다. 이젠 너의 계절이구나,

잎이 떨어지고 새잎이 생기는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미련갖지도, 아쉬워하지도 말 것.



2021.12.14.

일주일만.. 아니 3일만 쉬고싶다 ㅜ ㅜ 어차피 그럴 수 없지만..



2021.12.24.

공휴일이란 게 애초에 없었으면 싶기도 하다. 그냥 금요일이고 토요일일 뿐인데.. 나에겐 똑같은 하루하루일 뿐인데 의미를 부여해서 왜 더 외롭고 괜히 억울하게 만드는 건지.



2022.2.6.

오늘도 진상 학부모에게 시달려서 스트레스가 만땅이었다. 목 뒤도 뻐근해지고 집 가면 울어야지, 생각했는데 울지는 않았다. 대신 요가를 하고 운동을 했다. 감정적인 사람에게는 최대한 이성적으로 대응하고 내 자신의 고요를 지켜야겠다. 그게 상대의 역류에 반향을 일으키는 방법이다. 당신이 혼자 아무리 미쳐 팔딱뛰어도 나는 고요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 내 기분에는 전혀 타격, 영향을 받지 않았단 걸 보여줘야지.



2022.3.5.

아픈 몸을 이끌고 준비한 사촌동생의 전역 선물

몸은 구토 나올 정도로 힘들었지만 조카도 돌보고, 친구 졸업 선물도 주고 여러모로 행복했음



2022.4.9.

조금만 더 힘들면, 좋은 날 분명 올거야.

그게 정확히 언제인지 알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2022.4.30.

나에게 스물다섯은 많이 답답한 청춘의 나이.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길 오랜만에 또다시 바라본다. 가정법은 그렇지 못한 사실을 반대로 말하는 거랬다.

한번도 열심히 살지 않은 적 없었지만 아무도 나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해준 어른이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은 나의 길이 너무도 부끄럽고 창피하다.. 한편으론 어떤 직업이든 개업을 하거나 취업을 해야한단 현실이 한숨나오기도 한다. 삶을 살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2022.8.6.

겨우 겨우 힘들게, 어렵게 어렵게 어른이 되어가는 중.



2022.9.4.

내일도 나를 빼고 행복한 세상이 시작될 것이다.

세상은 나에게 가혹하다.

왜 이렇게까지…

“이곳은 네가 낄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밀쳐내는 것 같아서 도화지에 눈물이 떨어졌다.



2022.9.6.

내 삶은 남의 일을 도와주는 삶, 성과를 바라지도 내 덕분이라 기대하지도 않아야 하는 삶인데. 내가 도와주는 걸 너무도 당연히 생각하는데. 왜 나의 일들은 온전히 내 몫인걸까. 나를 돕는 사람은 정녕 없는 걸까



2022.10.13.

그만하자 이제.

내가 어떻게까지 했는지도 너무 잘 아는데, 그렇게까지 했으니까 이제 그만하자.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 그런 아픔들을 안고 가야해, 그럴 필요 없어. 다른 곳으로 가면 돼. 그만 하자



2022.10.15.

이시간이 너무도 행복하고 소중하고, 이런 가치는 다시는 느끼지 못할 것 같아서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먼지가 쌓인다고 해도, 절대 잊지 말자고.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이때를 떠올리며 버티자고 했었는데, 이제는 보물에 먼지만 쌓인 게 아니라 보물이 땅속으로 영영 사라진 것 같아. 이렇게 선택을 후회해야 하는 삶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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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기록해두었던 짧은 글들을 모아보았다. 좋은 글도 아닌데, 왜 굳이 우울을 부검하느냐고 한다면 돌아가지 않기 위함이다.


지금은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고 고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마음이 나약해지고 체력이 빈약해져서 자꾸 쉬운 길로 돌아가고 싶을 때마다 보려고 기록을 기록한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떠올려서 악착같이 해내려고. 원래 사람은 어려운 걸 해내야 하는 거다. 정신차리고 앞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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