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놀이를 한지 한참 지났는데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올라오는 풀독처럼
다 나았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다시 한번 아파온다.
굳이 모든 일을 열거하진 않겠다만
너무너무 힘들었던 날들이 떠올라서
그때의 나한테
듣기 싫은 티 안 내고, 한심한 표정 안 짓고
“힘들었겠다.” 한 번 토닥여주고 싶다.
감히 말하지만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어 그런 소리 말고
“혼자 꼿꼿이 서있느라 얼마나 외로웠니”
한 번 알아주고 싶다.
스무 살 넘으면 다 어른이냐, 선생님은 다 성인군자냐
너도 아직 어렸다, 잘못 없다 말해주고 싶다.
그 사람들은 왜 무리한 요구를 하느냐고
욕 한 번 해주고
너는 할 만큼 했으니 죄책감 갖지 말라고
편 들어주고 싶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정상이 아니었던 때
별 거 아닌 말에도 발작버튼 눌려서
가족들 마음에 못 박은 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며칠 집도 안 들어가고 학원에서 지내다가
이제 끝내야겠다는 결심이
수업 끝나도록 없어지지 않아서
실행에 옮기고 있을 때
아빠가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와 나를 트럭에 태우고
우리 어릴 때 살았던 동네 한 바퀴 돌며
세상 다 가진 표정 짓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사실은 미안한 마음인 것 같다.
가족들한테 미안하고, 나를 잘 따라줬던 학생들한테
마지막 인사 제대로 못 했던 거 미안하고
내가 더 마음을 넓게 썼으면
말 안 듣던 애들도 더 잘했을까 싶어서 미안하다.
그리고 부딪히기 싫어서, 아쉬운 말 듣기 싫어서
남한테 다 맞춰주고 고갈시켰던 어린 나에게
가장 미안하다.
쓰고 보니
내 마음의 응어리가 원망이 아닌 미안함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