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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은파도 Sep 12. 2022

02

2008.05.XX-2022.01.18


 내 강아지가 죽었다.

 내 가족이 유난히 힘들 때, 새로운 가족을 찾던 강아지를 데려왔었다. 아빠의 발보다도 작았던 강아지는 유난히도 발이 컸다. 발이 큰 강아지는 많이 큰다더니, 정말 그랬다. 발이 컸던 만큼 내 강아지는 너무나도 큰 존재였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에게. 내 강아지는 짖는 대신 눈으로 말하고 몸짓으로 말하는 조용하고 착한 개였다. 유난히도 보드랍고 따뜻했던 나의 강아지는, 내 동생이면서 나를 동생처럼 예뻐해 주던 웃긴 애였다.

 20 때까지는,  인생에서 그가 없는  상상조차   없었다. 상상만 해도 눈물이 고였고 아플  내가 대신 아프고 싶었다. 그럼에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멀어진 우리는, 점점 떨어져 있는 시간에 익숙해졌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보러 가지 않은 못난 나에게,  강아지는 마지막까지 작별 인사할 시간을 선물해줬다. 이번이 마지막 만남 같다는 이상한 기분에, 울면서 아주 많이, 너무너무 사랑했다고 말하는 동안 나의 강아지는 헐떡이면서도  눈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2일 뒤 내 강아지가 죽었다. 출근길에도 울었고 사무실에서도 울었지만, 나는 점심도 먹고 웃으면서 미팅도 했다. 내가 데려왔던 작았던 그 강아지는, 나보다 빨리 흐르는 시간 동안 내가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내가 그 없이도 출근을 하고 밥을 먹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떠나는, 마지막까지 착한 개였다.

 고마워, 내가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줘서. 너무 많이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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