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자아 돌보기
대학병원을 다녀왔다. 같은 질병 분류 코드로 2번째 검진이었다. 심장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의 문제가 더 큰 것 같다는 말에 사실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있었으나 외면해오던 사실을 마주하려니 참 쉽지 않았다.
공황 발작을 처음 겪었던 것은 공식적으로는 2017년, 비공식적으로는 대충 중학교 때였다. 엄마에게 ‘엄마, 나 이상하게 아무 이유 없이 심장이 쿵쾅거리고 긴장될 때가 있어.’라고 했을 때, 엄마는 ‘네가 엄마에게 숨기는 게 있어서 그런가 보지.’라고 대답했다. 그때부터 ‘아, 뭔가 내가 잘못한 게 있나 보다. 나한테 문제가 있나 보다.’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 힘들 때마다 ‘그래, 다 내 탓이지 뭐. 내가 그런 선택을 안 했으면 됐던 거였는데. 앞으로는 이 걸 경험 삼아 더 나아져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내 탓이라고 인정하고 경험을 발판 삼아 앞으로 더 성장하겠다는 게 건강한 생각인 줄만 알았지. ‘그래, 무조건 내 탓이다. 내가 개선되면 된다.’라는 생각이 나에게 독이 되어 돌아올 줄 추호도 몰랐던 것이다.
‘남을 배려해야 한다. 이기적인 것은 나쁜 것이고 이타적인 것은 좋은 것이다.’라는 보편적인 도덕적 가르침이 나에겐 너무 깊숙이 뇌리에 박혀서, ‘무조건 남을 배려하는 게 먼저고, 나를 챙기는 일은 나중이다.’라는 이상한 생각이 굳어졌던 것 같다. 그래서 남들이 나에게 해를 끼쳐도 문제를 나에게서 찾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점점 마음이 지쳐갔다. 지친 마음은 나로 하여금 문제를 발판 삼아 성장하겠다는 생각보다 내 탓이 아닌 문제에도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문제를 고이 접어 마음 한편에 넣어두게 만들었다. 이런 모습은 나에게도 건강하지 않았지만, 잘못을 한 상대에게도 변화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타인에게도 참 안 좋은 마인드셋이었던 거다. 아, 또 나한테서 문제점을 찾고 있다.
새해부터는 일기를 써볼까 했었다. 하지만 이런 아픈 나날들을 적어 나가는 것이 나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싶어 그만두려 했다. 그런 나에게 일기를 써볼 용기를 준 것 또한 나의 강아지였다. 내 감정을 오롯이 글로 쓰면서 슬픈 감정을 글로 털어내고 일기장을 덮으면, 조금은 개운해진다는 것을 내 강아지 덕에 알게 되었다.
요새 나에게 상처 준 사람들이 꿈에 많이 나온다. 오늘은, 나의 강아지가 꿈에 나와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