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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섬 Mar 13. 2022

턴테이블에서 판 튀는 소리가 그리워지는 날

릴케와 윤동주와 커피와 쳇 베이커





은빛으로 밝은, 눈이 쌓인 밤의 품에 널찍이 누워

모든 것은 졸고 있다.

걷잡을 없는 슬픔만이

누군가의 영혼의 고독 속에 잠 깨어 있을 뿐.


너는 묻는다. 영혼은 왜 말이 없느냐고.

왜 밤의 품속으로 슬픔을 부어 넣지 않느냐고......

그러나 영혼은 알고 있다. 슬픔이 그에게서 사라지면

별들이 모두 빛을 잃고 마는 것을.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은빛으로 밝은》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봄비가 내리는 날입니다. :D

좋네요.

날도 촉촉하고 커피의 향도 있고

쳇 베이커가 있어서 좋아요.


쳇 베이커는 턴테이블로 듣고 싶어요.

턴테이블에서 판 튀는 소리가 이벤트가 되어 주는

그런 레트로한 감성도 나름대로 즐길 만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벅스로 듣고 있네요.


릴케와 윤동주 시인의 시에서 공통점을 찾아 봅니다.


'슬픔'이란 것은

시적 감수성의 디폴트옵션인가요?

문득 그런 생각에 골똘히 몰두하다가

배가 고파서 일어났습니다.


이런 날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

최소 64겹 이상 버터를 녹여 넣은 몽블랑을 뜯으며

진한 스페셜티를 즐기고 싶어요.


그러나 빨래부터 하러 갑니다.

마음이, 현실과 타협 중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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