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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엔딩 1

2020.09.07 (월) 불편하다

태풍이 데려온 비가 퍼붓는다. 오늘도 내 생각을 어김없이 찾아온 너는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몰입을 위해 자극적인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집중하지 못한다. 방법을 찾지 못한 나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거대한 파도가 여러 번 오는 것이 멀리서도 보이는데 난 그저 그 자리에서 맞는 수밖에 없다. 첫 번째 거대한 파도를 맞고 난 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렇게까지 나 자신을 괴롭히는 내가 미웠지만 세상 파도를 다 맞을 수 있다면 맞고 싶었다.

 

괜찮음에도 정도가 있다면 난 매일 그 위와 아래를 찍지 않을까. 나는 일을 그만두고 쉬고 있다. 아무런 관섭도, 해야만 하는 일도 없는 것은 아주 괜찮다. 다만 습관처럼 물었던 너의 하루의 마지막을 못 듣는 것과  내가 귀찮아하는 것을 알면서도 내 하루를 물어봐주는 달콤한 속삭임이 없는 것, 그게 불편하다.  동굴처럼 거대하게 뚫린 공허함은 아니다. 괜찮지만 괜찮지 않은 괜찮음은 반갑지 않다.

  

스쳐가는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깊게 박힐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까만 종이였으면 좋겠다. 아무리 너를 인쇄해도 보이지 않게 말이다.

오늘이 맑은 날이 아닌 것도 가을이 다가오는 것도 다 원망스럽다. 우리는 끝났는데 내 엔딩 크레디트는 끝날 생각을 안 한다. 정말 불편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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