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로기 Nov 28. 2023

늦바람

69일 차

너-무 클리셰지만. 작은 침대 안에서 자고 있는 너를 들여다보면. 이렇게 작고 여린 네가 내 가족이라는 게, 내 아이라는 게 벅찬 마음이 들어. 눈코입 귀 턱이 마 오밀조밀 다 어찌나 예쁜지. 오늘 하루 너를 안고 있을 땐 무겁기도 하고 지치기도 했는데. 밤에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렇게 작았던가 이렇게 예뻤던가 싶어. 말하자면, 보석을 몸에 치장하고 있을 땐 스스로를 못 보잖아. 하루를 마무리하고 보석함에 보석을 넣으며 새삼 이렇게 빛났던가 하는 기분이랄까.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을 이런 때에도 써도 될까. 뒤늦게 영시의 예쁨에 눈 뜬 엄마는 요새 네가 예뻐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불과 몇 주 전, 어떻게 네가 안 예뻐 보일 수가 있었을까. 이제는 정말 내 품에 가만히 안겨있는 이 시간이 오래가길, 네가 천천히 크길 바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와. (엄마가 한동안 ’아기가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는 엄마들은 대체 뭘까?라는 말을 많이 했거든 미안) 영시는 요새 울음보다 웃음이 많아지기도 했어. 자고 일어나서도 울기는커녕 씩 웃어준단다. 놀다가도 엄마가 가까이 온 걸 알면 너무나 씬나는 표정으로 활짝 웃어주기도 해. 엄마는 그런 널 보면 녹아내려버려. 


엄마의 따랑 세포야. 널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니! (엄마가 한동안 딩크가 좋다고 말을 많이 했거든 미안 2) 






매거진의 이전글 You are my sunshin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