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일 차
무려 7일이나 응가를 못한 영시. 덤덤한 마음으로 지켜보려고 했는데, 무려 7일이나 되니까 덤덤할 수가 없더라. 영시도 많이 힘들었는지 성이 난 일주일을 보냈어. 3일차쯤부터 야금야금 짜증이 늘더니, 나중엔 거의 깨어있는 모든 시간에 짜증을 내더라. 하루에 1번 울까말까였던 순둥이 영시가 말이야.
그러다 드디어! 오늘 응가를 했단다!!! 긴 여정이었어. 어제는 아빠 엄마랑 병원에도 다녀오고, 난생처음 물약도 먹고, 배 마사지, 엉덩이 마사지, 하늘자전거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지. 그런데도 응가는 나올 기미가 없고 영시는 짜증이 잔뜩 나서 잠에 들었어. 그러더니 얼마 뒤에 비명을 지르며 깨는 거야. 그때 '엄마의 촉'이 왔어. 이건 정말 배가 아파서 그러는 거다!
며칠이나 짜증 내고 운 탓에 목이 다 쉬어버린 영시의 울음소리가 너무 마음 아팠어. 그때부터 엄마는 유튜브로 보고 또 봤던 면봉 관장을 집도했단다. 영시가 응가를 할 수 있게 반드시 도와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딱 생겼거든. 엄마는 면봉으로 관장을 시도하고, 아빠는 힘주는 법을 모를 영시를 대신해 아랫배를 살살 눌러주고. 조금씩 조금씩, 여러 번에 걸쳐서 마침내!!! 영시가 응가를 해냈어.
오늘의 풍경은 오래 기억날 것 같아. 여리고 작은 영시가 엉엉 울며 아파하던 모습. 안타까워서 눈물이 날 만큼 속상했던 마음과 이게 다 응가 때문이라는 웃픈 마음. 영시의 응가가 더러운 줄도 모르고 응가 범벅이 된 손으로 영시를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했던 아빠랑 엄마의 모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