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글을 써나가는 마음

“마치님의 글에서는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네요?“

2022년 겨울이 시작되던 즈음, 글을 쓰기 위해 찾은 한 모임에서 만난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고 말했다.

사실 나는 꾸준하게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해가 바뀌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샀던 다이어리는 한 달을 채 못 넘기고 백지노트가 되기 일쑤였고, 호기롭게 만들었던 블로그는 방치된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누군가의 생일에, 혼자 걸음을 옮기던 여행길에, 가끔씩 비어있는 시간의 틈을 견디기 위해 펜을 들었다. 내가 쓴 글의 애독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기억력이 재앙 수준으로 안 좋은 편이라 남들보다 빨리 지난 일들을 잊고는 했는데, 잊힌 것이 나쁜 기억일 때는 행운이었지만 좋았던 순간마저 휘발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글을 쓰던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잊고 싶지 않던 기억을 활자에 살려두고 싶은 간절함에서 비롯되었더라. 그리고 그 기억들 속에는 잠시일지라도 누군가와 닿아있던 시간의 온기가 남아있었다.

그렇게 다시, 나는 글을 써보기로 했다.

찰나 같은 기억을 잡아두기 위한 방법으로.

곁에 있는 사람들이 결코 영원하지 않음을 다시금 깨닫기 위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