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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트 Nov 20. 2021

Pound Puppies

@ DHX Media (현, WildBrian Studios)

1. 먼저 이 쇼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죠?

    이 쇼가 그 쇼에요. 제 브런치 북 '나를 고백하다' 마지막 이야기인 전화받고 얼떨떨하게 채용된 그 사건 말이죠. 그러니까 그렇게 시작한 거예요. 친구, 크리스틴 딩멘이 소개를 해주고 저는 이력서 제출 하나 없이 채용돼서 Builder로 일하게 된 거죠. 한국에서 누군가의 소개로 취업이 된다면 '낙하산'이라는 꼬리표를 달 텐데 캐나다에선 우선 채용 자체가 내부 직원들의 소개로 먼저 이루어진다고 해요. 현재도 'Internal Opportunies'라는 제목의 메일에 필요한 채용 포지션이 있고 각 채용 페이지마다 [지원] 외 [Referral] 버튼이 있어요. 그만큼 소개하는 문화, 즉 추천(Reference)을 선호하고, 누군가에게 추천을 부탁하는 것이 보편적이에요. 제가 이해한 것으로 말씀드리자면, 이력서를 제출하기 전에 전 직장의 상사나 동료 등 지원자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이에게 물어봐요. 당신의 이름을 Reference로 써도 되겠냐고 말이죠. 그 사람이 좋다고 할 때 쓸 수 있어요. 지원한 회사에서 추천한 이에게 연락을 해서 지원자에 관한 질문도 하고 의견도 듣거든요. 그러니까 매우 중요한 사람인 것이죠. 아마 크리스틴은 제가 학교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가장 잘 아는 친구니까 저를 추천할 때도 제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준 것 같아요. 고마운 일이죠. 알아줬다는 사실이...


2. 그럼 "Pound Puppies"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어떤 쇼에요?

    2010년 당시, 미국 TV 채널의 'The Hub'에 방영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TV 시리즈로 강아지들이 주인공인 쇼에요. 가장 똑똑한 천재견 Strudel(독일 닥스훈트), 조금은 멍청하지만 귄위가 있는 리더 Lucky, 거칠지만 친절한 Cookie, 마음이 넓고 느릿한 Niblet (잉글리시쉽 도그), 무리에서 가장 작은 노란색 치와와 Squirt가 그들만의 지하 대피소에서  "A pup for every person, and a person for every pup"라는 모토를 가지고 목표를 이뤄내는 이야기죠. 영어 더빙이지만 tubi에서 무료로 보실 수 있으니 감상해보세요.


3.  지난 '1001 Nights'에서 빌더로 일하셨으니 같은 포지션인 거죠? 그럼 똑같은 일을 하신 건가요?

     같은 포지션인 것은 맞지만 엄밀히 말하면 하는 파트가 달랐어요. 그때는 Character 빌드를 했는데 이 쇼에서는 Prop(소품) 빌드를 주로 했어요. 그러니까 제가 전화받을 당시에 팀 일정이 바빠서 한 명을 더 채용한 거죠. 그 덕분에 제가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저에겐 주로 Prop만 주어졌어요. 엄청 쉬운 작업인데 어렵게 했어요.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이래요. 빌드팀 슈퍼바이저가 학교 다닐 때 플래시 필름 수업을 하신 외부 강사였죠. 그때는 교수로 만났기 때문에 사소하게 깐깐하신 분인지를 몰랐었죠. Prop 빌드가 필요한 이유는 배경에 있는, 즉 움직이지 않는 Prop을 제외하고 캐릭터와 함께 혹은 따로 움직임이 있는 모든 Prop은 빌드를 해서 애니메이터들이 움직이게 할 수 있게 작업하는 거예요. 이 쇼는 Flash 프로그램으로 만든 쇼라, 빌드를 할 때 각 Prop을 Graphic Symbol로 생성해주는 거죠. 그런데 Prop이 부서지거나 깨지는 장면이 아니면 하나의 오브젝트로 보면 되는데 슈퍼바이저가 'Just in case'라며 움직임이 없는 부분도 Symbol로 만들라고 하신 거죠. 이때 교통수단인 배, 기차, 차 등을 할 때는 거의 쓸데없는 일(창문, 손잡이, 사이드미러 등)을 하면서 파일만 무겁게 만든 거죠. 하지만 NO 할 수는 없었죠. 슈퍼바이저가 체크하고 컨펌을 하니까요. 그래서 시작하고 두어 달은 늦은 시간까지 퇴근 안 하고 일만 죽어라 했어요. 다행히(?) 쇼가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그분이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로 다른 스튜디오에 가시면서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었죠.

porp 빌드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캡처 (연기는 FX 파트임)


4. 힘드셨겠네요. 얼마 동안 일하신 거죠? 오래 하셨나요?

    힘들지 않았어요. 다시 이 일을 시작하면서 오버타임 일을 해도 되려 행복했어요. 처음 계약도 4개월짜리였으니 짧았죠.  호텔에서 청소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나은 거구요. 그래서 이렇게 기회가 다시 왔는데 그냥 또 지나가게 놔둘 수는 없다고 생각한 거죠. 운 좋게도 옆자리에 앉아 있던 Joshua Tin이 새로운 슈퍼바이저가 되면서 너무나 친절하게 많은 것들을 설명해주고 알려줬어요. 제가 경험한 가장 좋은 슈퍼바이저예요. 아무튼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 적도 있어요. 그가 해준 답변이 1년 중에 10개월 일을 하면 많이 하는 것이라고 했고, 대부분 하나의 쇼에 6, 7개월짜리 계약일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보통 계약이 끝나기 2, 3개월 전부터 다른 프로젝트를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덤벼야 되겠다고 생각했죠.


5. 그렇다면 바로 다음 일을 계약한 거예요? 어떤 쇼죠?

  저는 바쁜 일정에 잠시 투입된 거잖아요. 그래서 틈틈이 기회를 계속 봤죠. 처음 저한테 전화를 해줬던 Kimberly가 Production Manager였는데, 탕비실에서 가끔 마주칠 때 계약 연장 계획이 있는지 스리슬쩍 물어봤죠. 당장 계획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실망스러웠지만 다른 노력을 해보기로 했었죠. 지난번 Big Bad Boo에서 알게 된 코디네이터 Athena에게 이메일을 보냈어요. 크리스마스 파티에도 초대해주시고 하셨거든요. 그랬더니 스튜디오로 잠깐 들르라고 하셨어요. 그러던 중 어느 날 좋은 금요일에 킴벌리가 팀 모두 4시에 일 마칠 테니 "Enjoy the summer!"라고 하길래 아주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바로 Big Bad Boo로 달려갔어요. 그리고 그날 바로 1001 Nights 시즌 2의 Builder로 3개월짜리 계약서에 사인을 한 거죠. 그렇게 시즌 2도 참여를 하게 된 거였죠. 물론 짧은 계약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을 때긴 했었죠. 아무튼 사인하고 나서 맘 편하게 주말 보내고 다음 주 출근했는데 킴벌리가 1개월 연장을 물어보더라고요. 아~~ 타이밍이 참~~~ 그래서 미안하다, 나 지난주 금요일에 다른 쇼랑 계약했다고 했죠. 그렇게 4개월 후에 Pound Puppies 쇼를 마치고 1001 Nights 시즌 2를 3개월 더 한 거예요.

1001 Nights at Big Bad B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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