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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트 Aug 20. 2022

Transformers: Rescue Bots

@ Atomic Cartoons

1. '1001 Nights' 시즌 2를 짧게 하셨다고 했는데, 그럼 다음 쇼는 바로 계약하셨나요? 

  네, 다행히 바로 이어서 다른 쇼를 계약했어요. 프로젝트는 'Transformers'의 Rescue Bots 편이에요. 이 쇼 시작도 에피소드가 있는데 들어보실래요? (하하하) 그렇죠. 'Pound Puppies' 끝나고 나서 바로 3개월 동안 '1001 Nights' 시즌 2를 하면서 계속 고민과 걱정을 했죠. 이 쇼도 금방 끝날 텐데 다음 쇼는 어떻게 찾아야 하나 이러면서 말이죠. 그러다 시즌 1에서 알게 된 Vivian Hui라는 친구가 Atomic Cartoons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제게 알려줬죠. 관심 있으면 프로듀서 이메일 알려줄 테니 보내보라고 말이죠. 당연히 고맙게 받아서 이메일을 보냈죠. 그리고 얼마 후에 트랜스포머 담당 프로듀서로부터 이메일 답변을 받았어요. 짧은 이메일 내용이었지만 한 구절을 보고 너무 놀랐죠. 그건 Shawna가 Highily recommend 했다는 문장이었어요. Shawna가 누군지 아세요? 제가 당시에 일하고 있던 '1001 Nights' 빌드팀의 슈퍼바이저였어요. 순간 제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사선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그녀를 볼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바로 회사 메신저로 얘길 했죠. 그랬더니 그녀가 사실은 본인이 트렌스포머스의 빌드팀 슈퍼바이저로 간다면서 잘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고마웠죠. 저에 대해 잘 얘기해주고 친절한 그녀와 또 일할수 있게 된 것도 아주 행복한 일이었죠. 참으로 어떤 일이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2. 그런 일이 흔한 건가요? 슈퍼바이저도 반트 님이 마음에 드셨나 봐요. 그러니까 강추하신 거 아닐까요? 또 새로운 스튜디오 근무를 시작했는데 어떤 곳인지도 알려주세요.

   그때는 흔하다고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회사가 다르고 프로젝트도 다르니 말여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쇼가 끝나고 나서 슈퍼바이저의 피드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죠. 업계가 좁다 보니 여러 명의 아티스트들과 같은 프로젝트를 여러 번 함께 일하는 건 흔한 일이죠. 만일, 그들 사이에서 특히나 슈퍼바이저의 부정적인 의견이 전달된다면 일을 함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는 어딜 가나 마찬가지인 거죠. 그만큼 저의 대한 피드백이 나쁘지 않았다는 얘기이니 기분은 엄청 좋았죠. 빌더로서 겨우 2개의 쇼 경험이 다였는데 제게 희망과 응원을 한꺼번에 선사한 슈퍼바이저였죠. 문득 졸업하고 일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어느 애니메이터 블로그를 보고 댓글을 달고 어떻게 job을 찾을 수 있는지 물어봤어요. 그녀가 너무나 정성스럽게 길고 긴 답장의 메일을 보내줬어요. 실력도, 경력도 다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Attitude)라고 했어요. 다른 것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조직에서 아티스트들 사이에서의 태도가 좋다면 충분히 일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했어요. 공감이 많이 되었었죠.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것이었어요. 다만 괜한 비굴함은 득이 없으니 자신 있게 상대에게 나를 어필하면서, 예의와 서로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기본 장착돼야 한다는 뜻인 것 같아요.

   Atomic Cartoons 스튜디오는 1999년에 설립한 회사로 Rob Davies가 Warner Bros. Animation에서 직장을 잃고 밴쿠버로 돌아와서 의뢰받은 프로젝트를 전 직장 동료와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고 위키백과에서 알려주네요. 지금도 밴쿠버에 꽤나 많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이 있지만 명확하게 다 알지는 못하니, 그때는 친구의 소개가 아니었으면 알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 같아요. 이미 소진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데 시간이 좀 걸린 거죠. 아무튼 근무할 당시에는 몇몇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고, 스튜디오가 커 보이진 않았지만 트랜스포머스팀은 꽤나 많은 인원들이 한층에 다 보이게 일을 했어요. 무엇보다 5시 퇴근은 큰 장점이었어요. 특히나 해가 긴 여름은 초저녁 시간을 즐길 여유를 만들어주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Atomic Cartoons가 큰 회사로 발전했어요.


3. 'Transformers: Recue Bots' 쇼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저의 어린 시절은 주로 일본에서 수입해온 만화영화들을 TV에서 방영했어요. 마징가, 짱가, 그랜다이저와 태권브이가 기억나네요. 트랜스포머 시리즈도 1980년대 1세대로 시작하여 영화로도 제작된 것은 익히 알고 있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사업에는 장난감 판매 사업 비중이 큰 작품들이 꽤 있죠. 그중에 로봇물은 최고의 상업적인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해요. 트랜스포머처럼 다양한 변신 로봇들이 등장하니 그 시장이 작다고는 할 수 없겠죠. 지금까지 이 업계에 일하면서 인식하게 된 것 중의 하나가 저는 아티스트로 이 일을 하지만 이면 즉, 기업에 입장에서는 이윤을 추구하다 보니 가끔은 제 입장에서는 이질감을 느끼기도 해요. 그렇지만 무한한 상상력을 갖게 해주는 것 또한 애니메이션 만한 게 없죠? 뭐든 그려낼 수 있으니까요. 저도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아름다운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은 확실히 있어요. 아무튼 시즌 1 시작으로 2016년까지 시즌 4까지 제작이 되었다고 하네요.


4. 이 쇼에서도 빌더는 지난 쇼들과 다른 점이 있나요?

  다르다기보다는 'Pound Puppies' 때는 Flash 프로그램을 사용했지만 'Transformers'는 '1001 Nights'와 마찬가지로 Toonboom Harmony라는 애니메이션용 프로그램을 사용했어요. 이 쇼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기에 가능했다는 얘기가 되죠. 드로잉 툴은 어렵지 않지만 각 오브젝트를 'Node'에서 잘 만들어줘야 애니메이터들이 수월하게 애니메이팅을 할 수 있어요. 특히 이번 쇼는 로봇물이다 보니 메카닉 종류의 오브젝트들이 꽤 많이 나와요.  '1001 Nights'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겨우 3번째 해보는 쇼인 데다가 디자인의 디테일도 많아 시간을 훨씬 더 많이 소요한 것 같아요. 물론 시니어급 빌더들이 어려운 과제들을 더 많이 했어요. 제게는 incedental character와 prop이 과제로 주어졌어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어려운 쇼일수록 배우는 것은 많았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여요. 이건 여담으로 2년 뒤에 DHX Media에서 시즌 3, 4를 제작했어요. 이때 빌드팀에서 제게 프리랜서로 일을 더 해주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었는데 저는 거절을 했어요. Harmony로 빌드를 했었으면 거절하지 않았을 텐데 Flash로 제작한다는 소리에 기겁하고 NO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디자인이 복잡한데 Flash로 하면 애로사항이 눈에 선했거든요. 거기다가 슈퍼바이저가 엄청나게 섬세하여 소위 'picky'하다는 얘기를 들어 지레 겁을 먹었죠.

Toonboom "Node" Structure


5. 매번 계약으로 프로젝트별 일을 한다는 것은 고용불안이 동반되는 것 같은데, 쇼가 끝나는 날짜가 다가올 때는 불안하지 않으셨어요 

 네. 맞아요.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받아들이고 다른 장점을 크게 인식하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길지 않은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도 바로 다음 일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큰 불안감을 초래하죠. 트랜스포머가 끝 나가기 전에 동생과 조카들의 캐나다 방문 계획이 있어서 급한 마음을 가지지 않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계약 끝나기 전에 이메일 한통을 받았어요. DHX Media(현재 WildBrain Studio)의 HR팀에 있는 Katie가 보낸 거죠. 곧 'Littlest Pet Shop'이라는 쇼를 시작하는데 Flash 빌더를 찾고 있는데 저에게 다른 계획이 있냐는 것이었죠. 아휴~ 이게 웬일이야. 싶었죠. 거기다가 시즌 2개를 해야 해서 계약 기간도 1년이라고 말이죠. 이건 그냥 제 생각인데, 'Pound Puppies'를 할 때 HR팀 옆 공간에서 일을 해서 케이트가 저를 매일 볼 수 있었고, 처음 한 달을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한 것이 그녀에게 각인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긍정적이든 아니든 기억을 했다는 것은 큰 이득이었다고 봐요. 당연히 오케이를 했고, 신나게 조카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그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때 시작하면 딱 맞겠다 싶었죠. 그때부터 시작이었어요. 한 스튜디오에서 붙박이가 되어 여태까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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