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번에 'Supernoobs' 시즌 1과 2 사이, 다른 작품에 참여했다고 말씀하셨던 쇼가 바로 'Chuck's Choice'네요. 작품을 줄줄이 하신 것 같은데 계약도 바로바로 되신 거죠?
Chuck's Choice 계약서 일부
아니요. 바로 계약하지 못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바로 이어서 시작할 수 있는 쇼가 근무하던 스튜디오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 당시에 다른 스튜디오를 열심히 찾아보진 않았지만 한국의 가족들, 특히 엄마가 보고 싶었어요. 왜 기억나실지 모르겠네요. 'Transformers'의 Rescue Bots 편 끝나고 한국 방문 때는 'Littlest Pet Shop'을 계약하고 간 상태라 마음이 엄청 홀가분하고 편했었는데 이때는 그렇지 못했어요. 그래도 한국 다녀와야 하는 타이밍이었어요. 그래야 또 캐나다에서 홀로 살아남을 수 있는 영양분을 섭취하고 에너지를 충전해 올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2015년 가을에 약 2개월 정도 한국에 머물렀지만 이때 일은 4개월이나 쉬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잘 놀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경력이 어느 정도 되었지만 다음 계약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뭔가 찾고 한국을 왔어야 했나 하는 후회 섞인 감정도 있었죠. 다행히 이 작품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되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HR Build팀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도 아무런 답을 해주지 않았어요. 깝깝했죠. 돌이켜보면 그때는 가능했는데 지금은 시스템이 바뀌어서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요. 설명하자면 이래요. DHX Media에서 처음 했던 'Pound Puppies'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Joshua Tin에게 제 상황을 설명하고 현재 스튜디오 상황이 어떤지 동향을 안부포함해서 이메일을 보냈어요. 그랬더니 바로 답이 왔어요. 이러저러하고 본인이 'Chuck's Choice'라는 쇼 Build팀의 슈퍼바이저를 하게 될 것 같은데 관심이 있냐고 말이죠. 아이고 말해 뭐해요. 완전 베스트 오브 베스트 아닌가요? 당연히 너랑 다시 일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내게는 없다고 답 메일을 보내고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어요. 세상에나 이렇게 일이 풀리는구나. 네트워크라고 하더니 또다시 실감하는 순간이었죠. Joshua 덕분에 계약서에 사인하고 밴쿠버로 돌아와서 이 쇼를 시작했어요. 썰이 좀 길어졌네요.
2. 그렇게 시작하신 쇼군요. 마음고생도 좀 하시고, 불안한 생각이었어도 좋은 인맥으로 만날 수 있었던 쇼네요. 그럼 새로운 쇼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물론이죠. 쇼 제목은 'Chuck's Choice', 이 작품도 TV 방영을 목적으로 제작되었죠. 2017년 5월 ~ 6월 사이에 캐나다 방송사 YTV에서 방영이 되었다고 하네요. 제가 TV는 있어도 이곳 로컬 방송 케이블을 신청하지 않고 그냥 모니터로만 사용하다 보니 실시간 방송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지 못해 그 당시의 기분을 명확히 설명드리기가 어렵네요. 지금 구글링 해보니까 Dailymotion에서 에피소드를 올려놓은 채널이 있긴 한 거 같으니 검색해서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사실 저도 이때는 일만 했던 터라 완성된 작품을 제대로 보질 못했네요. 그러고 보니 경력이 쌓이면서 정말 직장인으로 일을 대했구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드네요. 초창기만 하더라도 작품이 방영되면 어떻게 해서든 찾아서 보려고 애를 쓰고 그랬던 것 같은데 초심을 잃은 걸까요? 아님 익숙해짐에 따라 그러려니 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반응일까요? 답변이 조금 다른 데로 흘러가네요. 죄송해요. 쇼에 대한 다른 이야기로 이어가 볼게요.
3. 좋아요. 그럼 스토리가 어떤 내용인지와 각 캐릭터들을 다른 쇼들처럼 알려주세요.
네, 그럴게요. 먼저 스토리라인은 이래요. 'UD'라는 로봇을 가진 'Chuck'은 11살 소년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UD가 'decider mode'로 시간을 멈추게 해서 세 가지 선택권을 주죠. 그리고 척은 그중에 하나를 골라 해결하려고 하지만 늘 원하는 대로 이뤄지진 않죠. 그런 과정 속에서 모험을 하게 되죠. 척의 베스트 프랜드인 12살 소녀 'Misha'는 곁에서 항상 척을 돕는 역할로 나와요. 'Chuck', 'UD', 'Misha'가 메인으로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있죠. 'Norm'은 척의 괴짜 형이고 첫 에피소드부터 척이 원하는 '쿨한 형'을 선택했지만 진짜 'cool' 해지는 이야기로 첫 에피소드에 등장하죠. 'Joey'는 척이 존경하는 무비스타의 아들로 척을 싫어하는 행동을 보이는 부유한 소년이지만 사실 척을 베프로 생각하고 있죠. 이외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서브로 등장하는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한 쇼죠. 개인적으로는 엄청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던 기억이 있네요. 하하하!
4. 학교 졸업 후 이 쪽 일을 거의 포기하시다시피 했다던 말씀이 문득 떠오르네요. 벌써 5년을 넘어 6년째 빌더로서 일을 하신 거니 뿌듯한 마음이 저절로 드셨겠어요?
2015년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
당연히 뿌듯했죠. 그와 동시에 안일한 마음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어요. 한창 바쁘게 돌아가는 업계이기도 했었고, 5년을 넘어선 경력은 시니어로서 슈퍼바이저도 '나를 믿고 맡기는구나'를 스스로 알게 돼요. 주로 메인 캐릭터들이나 어려운 캐릭터들을 제게 할당하니 그 자체가 뿌듯하면서도 나름 인정받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드는 동시에 '뭐 이제 눈을 감고도 하지'라는 자신감에 도취돼서 자신을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을 덜했다는 것이죠. 이는 저의 케이스가 그랬어요. 40대 중반이 되었던 저로서는 그냥 이 정도 급여라면 부자는 못돼도 내 한 몸 먹고사는 데는 지장 없으니 잘하고 있다 하니 이거 열심히 해서 빌더로는 일류가 되면 되지 했었죠. 그렇지만 이는 열정이 없어 보이는 아니 사실 없었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죠. 원하던 일이었지만 점점 익숙해져서 편안함에 안주하는 상황이 된 거죠. 매년 젊고 능력 있는 아티스트들이 졸업해서 밀고 들어왔지만 한국처럼 압박감을 바로 느끼진 못했어요. 3년 즈음에 HR팀에서 슈퍼바이저 제안을 한 적이 있어요. 저는 바로 거절했죠. 굳이 일주일에 100불 더 벌겠다고 실무보다는 사람들 관리를 해서 피곤해지고 부족한 영어로 다른 팀과 협력하고 회의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나에게 줄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5. 그러셨구나. 좋아하는 일을 해도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으면 그럴 수 있을 거 같아요. 익숙해진 작업이셨지만 뭐 또 특별한 기억 같은 게 있었나요?
네, 있었다고 할 수 있어요. 이 쇼에 대한 직접적인 기억이라기보다는 'Chuck's Choice' 끝난 뒤 바로 'Supernoobs' 시즌 2를 했잖아요. 그 쇼 마무리를 하고 있을 때즈음 HR팀과 미팅 스케줄이 잡혔어요. 이때는 회사가 WildBrain으로 합병된 후라서 점점 체계적으로 아티스트들을 나름 관리하기 시작한 듯 보였어요. 그러니까 그전에는 스스로 찾아서 물어보고 그랬다면, 회사에서 앞으로 할 작품이 많아 아티스트를 킵해두려는 HR팀의 관리 시스템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거 같네요. 아무튼 제 포지션 담당자가 먼저 다음 계약에 대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미팅을 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죠. "너는 다른 거 관심 있는 거 없어? 뭐 어떤 걸 해보고 싶다든지 말이야." "글쎄~ 현재 나는 빌더로 만족하고 있는데..." (뭐지? 왜 자꾸 이런 걸 물어보지? 부담주네. 넌 왜 빌더를 이리 오래 하니 하는 거 같잖아.) "그래, 너 그렇게 말했지. 그래도 생각해 본 거 없어?" "음~~~~ 만일 다른 포지션을 생각한다면 난 Background에 관심이 있긴 한데~~~" "그래? 그럼 테스트 볼래?" "어? 바로? 나 좀 걱정되는데? 테스트라고 하니~" "걱정돼? 그럼 우선 디자인을 한번 체크해 볼래?" "아! 그래, 먼저 보고 결정해 볼게." "알았어, 내가 배경 디자이너한테 이야기하고 시간 알려줄게." 이때는 테스트를 보고자 하는 마음보다 이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었죠. 그리고 그날 바로 디자이너가 배경 설명을 해주는 미팅을 했는데 뭔가 달랐어요. 아이고 이거 뭐지? 스멀스멀 마음 한편에서 올라오는 간질대는 느낌이 온 거죠. '어머! 나 그림 그리고 싶었구나!' 이런 거요. 바로 담당자에게 나 테스트 볼게 했고 BG Layout Artist이라는 포지션으로 다행히 통과되었고, 그 뒤 BG 작업을 하면서 두어 번 프리로 바쁜 쇼의 작업을 짧게 돕긴 했지만 이때부터 Builder는 안녕했네요. 어쩌면 여기까지가 저의 애니 인생 시즌 1이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