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 - 백년해로
지겹게 있어줘. 절대 먼저 떠나지 말아 줘.
우리 같이 영원을 꿈꾸자.
여 왔소. 해마다 힘드네 그려. 산 사람이 잘못이지. 임자 누운 자리 볕 좋으니 되었소. 자식노무 새끼들은 당신 간 날은 귀신같이 챙기믄서 난 날은 가부렸으니 그만인갑네. 생일날이 딴날보다 중했던 이가 어찌 그리 급히 가부렸어. 내 꼭 담배 줄인 값으로 테레비 나오는 옷 하나 해줄랬는데 뭐 그리 안달이 나서 그거 잠깐 못 기다리고 수의로 받았소. 못난 사람. 되었소. 위에서도 쉬덜랑 못하고 바쁘겠구려. 손주들 무탈하니 임자 덕이요. 설에 보니 민수 갸가 어언지간 다 커서 '할부지, 만수무강 백년해로하세요.' 하더이다. 못난 할애비가 만수도 못 달갑고 해로는 글러서 '아이고, 그래 우리 강아지' 못했소. 그래 버리니까 시방 넓적다리 지레 따꼼하니 당신 또 꼬집고 갔구먼, 했지. 요 초입 마을에 현수막 보니까네 오늘이 부부의 날인가 뭔가 하덥디다. 어찌 이 날 나서 선물도 두 번 못 받고 그랬소. 임자 먼저 가도 나 새장가 들랑 말라고 그런 거면 참 못됐네 그려. 당신 실실거리는 소리 들리니 곧 보겠구먼. 계룡산 벌나무요. 어렵사리 구했소. 간에 좋다니 달여 드시오. 해졌소, 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