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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영 Jun 05. 2021

그러니 보낼 수 있고, 결국엔 숨겠지만, 맞이할 겁니다

The Volunteers - Let me go!

I'm in the mood, the whole different level.
I got no label. Fuck them boys, cute voices.
Love them all. It's so crazy.


여름 태양은 날을 보낼수록 작열하지만, 나는 오늘도 별 하나 없는 밤을 입었습니다. 등에 진 기타나 숙취나 비대칭의 얼굴 따위가 어쩐지 부끄러운 그리마는 재빠르게 지하의 공연장으로 기어들어갑니다. 내 외모는 불쾌하지만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이에요! 사람을 물지 않습니다! 내 이름은 순우리말이고 외국어가 아니에요! 목청껏 외쳐도 그 태마저 사람들은 혐오스러워하니까 그저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나마 음을 입히면 백에 한둘은 들어는 주니까 꾸역꾸역 무대에 오릅니다. 그리고 온몸으로 표현하죠. 보세요! 들으세요! 이 새롭고 탐미적인 시선과 가치관을요! 나는 섬세하고 정확하며 빠른 손가락질로 당신을 충분히 성적으로 흥분시킬 수 있습니다! 오르가즘을 느낄 때 지금처럼 섹시하고 치명적인 표정이에요! 관중들에게 페로몬의 촉수들을 정신없이 뻗칩니다. 30분의 화학적 교감과 황홀경이 마지막 스트로크로 사라지면 저지른 구애 행동이 새삼 남사스러워 지상으로 뛰쳐나옵니다. 흡연구역을 찾아 담배를 물고 연기를 따라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오늘은 그믐달이 떠있고, 나는 이렇게 또 하루를 치열하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피하고, 치열하게 맞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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