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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bowAspirin Feb 07. 2024

[UX 생각] 키오스크는 죄가 없다.

맥도날드 키오스크 UX 사례 분석 : 단순함과 복잡함 그 사이

키오스크의 사용성 문제는 매장에 점원을 대신해 키오스크가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할 때쯔음부터 있어 왔던 논쟁이다. 필자와 같이 어느덧 복잡한 키오스크 주문 절차에 익숙해져 이제는 문제점을 못 느낄 지경에 이른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의 키오스크의 사용 경험에 있어서 어느 것이 맞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복잡함과 단순함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오늘 해볼 이야기는 맥도날드 키오스크의 화면 UX에 관한 이야기이다. 먼저 키오스크는 복잡해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미지 하나를 가지고 시작해볼까 한다.

그렇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키오스크는 죄가 없다. 단지 그것의 설계와 복잡한 절차가 잘못되었을 뿐, 하지만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판기처럼 단순화하는 것만이 정답일까? 단순화하는 것이 곧 UX를 향상하기 위한 중요 철칙이라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에 UX 디자인의 권위자 도널드 노먼은 이렇게 답했다.


도널드 노먼의 생각이 바뀌게 된 이유?

UX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접해봤을 책 두 권이다. 모두 도널드 노먼의 저서이며 모든 UX 디자이너에게는 바이블과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뭇 두 책 사이의 UX에 대한 다른 관점이 눈에 띈다. 

하나는 94년에 출간된 "Things That Make Us Smart"이며 번역본의 제목은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 심리학"이다. 이 책에서는 점점 정형화되고 고도로 복잡해지는 기술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간 중심의 디자인을 말하고 있다. 


94년의 노먼은 복잡한 기술을 인간이 인지하고 다루기 쉽도록 인간의 관점에서 기술을 재정의 하는 것이 곧 UX라 하였지만 2010년에 발간한 "도널드 노먼의 UX디자인 특강(원제 : Living with Complexity)"에서는 복잡함은 세상의 모습이며 단순함은 마음의 상태로 기술이 가진 유용성을 인정하고 복잡함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느끼게끔

기술이 발전하고,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체하게 되면서 상호작용의 대상이 사람에서 키오스크로 대체되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은 오감을 비롯한 여러 가지 단서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유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목적을 달성한다.


하지만 키오스크가 등장하게 되면서 단순한 대화 몇 마디로 끝나던 주문 과정이 오로지 시각 정보에만 의지하며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키오스크가 잘못된 것인가? 


분명 키오스크가 가게 운영에 있어 굉장히 효율적이며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는 어디를 가든 키오스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술은 세상을 바꾸고 사람은 거기에 순응한다.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는 중이다. 비대면의 여파로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한 키오스크이지만 결국 우리도 그 복잡함에 어느새 적응해버리고 말았다. 노먼의 말대로 어쩌면 단순함을 느끼는 건 사람의 마음의 상태일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복잡해 보이는 키오스크를 어떻게 하면 단순하다고 느끼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 일 것이다.


지금부터 맥도널드 키오스크의 UX 안에서 노먼이 말한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하나씩 찾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문제에 대한 개선안은 따로 제시하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개선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직원, 매장운영자와 같은 이해관계자들의 리서치와 맥락과 상황 등에 대한 고려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장에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요소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자 한다.


첫 번째 문제. 단순함도 모이면 복잡해진다. 

하나씩 놓고 보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진 맥도날드 키오스크의 화면

맥도날드 키오스크의 화면은 하나씩 놓고 보면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UI를 구성하고 있다. 하나의 화면에서 해야 할 태스크는 하나이기 때문에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구조의 화면이 서로 얽히고설키고 그 과정이 길어진다면 사용자가 느끼는 복잡성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

위의 이미지는 햄버거 세트 메뉴 하나를 주문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최소한의 경로를 정리한 것이다. 아무리 간단한 구성의 인터페이스라 할지라도 그 과정이 1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면 복잡함을 넘어 혼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타사 키오스크에 비해 넓은 화면 영역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주문 단계를 하나하나씩 나눈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림 짐작 해보자면 UI를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하여 사용자 인지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 주문 단계를 하나하나 화면으로 분리해 놓은 것 같으나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문제. 필요치 않은 정보는 혼란을 가져온다.

키오스크의 메인 메뉴 화면과 가판대 메뉴 배너. 이 중 어느 것이 사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가?

또 하나의 문제점은 너무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화면이 종종 보이는 경우이다. 적절한 표시는 사용자를 원하는 사용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사용자에게 오히려 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햄버거를 주문을 하는 상황에서 사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가. 햄버거의 외관적인 모습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가격일 것이다. 가판대의 메뉴 배너는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매장에 카운터에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도록 눈에 띄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키오스크의 메인 메뉴 화면은 버튼을 눌러 다음 화면으로 이동해야 상품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메인 메뉴에서 그나마 보이는 상품의 이미지는 하단 스크롤에 가려 완전히 보이지 않는다. 주문을 하려고 하는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어떤 정보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문제. 잘못된 기능강제

맥도날드 키오스크는 상품을 선택 후 다시 메뉴 선택으로 돌아가도록 강제하고 있다.

기능강제의 원리란 노먼의 저서 "디자인과 인간심리"에서 언급한 디자인 방법으로 사용자의 행동을 제약함으로써 디자이너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용자가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디자인을 뜻한다. 단 사용자의 행동을 제약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적절한 의도와 기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맥도날드 키오스크의 주문 과정에서는 사용자 입장에서 이해가지 않는 기능강제가 포함되어 있다. 상품을 최종 선택 후 강제로 다시 메뉴 선택 화면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결제 단계를 예상하고 있던 사용자 입장에선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용자의 멘탈 모델을 고려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장바구니에 담기' 버튼과 '주문하기' 버튼을 함께 넣는 것이다. 전체 맥락에서 보더라도 상품을 선택 후 다른 상품을 추가로 탐색하는 경우보다, 바로 결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인데, 굳이 기능강제를 통해서 메뉴 화면으로 돌아가게끔 했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상품 선택 전과 후를 비교한 화면. 상품이 장바구니에 담겼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단서는 가격과 활성화된 결제하기 버튼뿐이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다 많은 상품을 노출시키기 위해 이러한 방식을 채택했다라면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그랬다면 메뉴 선택 화면 하단의 장바구니 UI를 좀 더 보기 쉽도록 해야만 했다.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라면 더욱이 헤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결론. 

사소한 문제 하나하나가 모이면 결국 큰 문제가 된다. 맥도날드의 키오스크는 그런 점에서 사용자의 맥락과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사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여전히 키오스크 사용 방법에 관해서 여러 불평불만이 나오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맥도날드 키오스크에 대한 언급이 많은 것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어떤 것이 더 나은 UX인지 정답은 없다. 여전히 내가 알지 못하는 맥락이 존재할 수도 있고, 나름의 이유를 기반으로 설계를 했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느끼게 만드는 요소를 제거하고, 복잡한 것은 단순하게 보이게끔 만드는 것만큼은 UX를 디자인하는 데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라 말하고 싶다.


출저 :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 심리학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12962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12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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