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언제나 삶이 공허하게 느껴졌고 친구들이 많아도 항상 외로웠다.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에 언제나 집착 아닌 집착을 했었다. 이러한 결핍에서 나오는 나의 감정은 가끔씩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거나 지치게 했다. 그에 눈치를 보던 나는 또 갖은 변명과 장단에 맞춰 그들이 떠나지 않게끔 온 에너지를 쏟아부었었다. 그래야 그들이 나의 곁에 남아줬으니까. 이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나를 낮추고 들어가는 일이 잦아졌고, 그러면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갔다. 나의 취약점은 연애를 하며 여과 없이 드러났는데 결코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없었다.
연애 때의 나는 동전의 양면과 같았다. 겉은 애정이 넘치고 밝고 응원해주는 모습이었지만, 속마음은 언제나 가시방석이었다. ‘나의 사소한 행동, 말 하나하나가 그를 떠나게 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과 의심은 항상 나를 괴롭게 했다. 처음엔 잘 만나는 듯 하나 이내 그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하곤 아슬했던 연애는 막을 내렸다.
‘널 알다가도 모르겠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을 안 하는데 내가 널 어떻게 이해하냐?’
나로서는 억울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 그를 행복하게 해 주려, 그를 떠나지 않게 하려 배려했던 나의 세심한 마음을 몰라주니 억울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떠나 버린 그에게 화가 났다. ‘참나. 그래! 나만큼 널 신경 쓰고 배려해주는 여자를 어디 만나나 보자!’ 라며 성을 내었지만 결국 나에게 비참한 기분만 안겨주었다..
이런 나를 잡아준 건 재미없게도 운동이었다.
이런저런 운동을 다 해보았다. 헬스장, 줄넘기, 등산, 요가, 필라테스, 무에타이 킥복싱, 크로스핏 등등..
운동을 하면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지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말을 그렇게 믿는 편은 아니었다. 나는 철저히 미용목적과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효과는 예상 밖이었다. 격한 운동들은 다른 잡생각과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게 도와줬다. 실제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피곤에 절어 쓰러지곤 했다. 체중도 감량하고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에서 많이 벗어났었다.
결정적으로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던 운동은 요가였다. 처음에는 자세를 따라 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고 이상한 운동이었으나 한 달, 두 달 운동을 하다 보니 뭔가 달라짐을 느꼈다. 오롯이 내가 소유한 나의 신체만으로 여러 동작으로 수행해야 했는데, 이전에 못했던 동작들을 하나하나 성공함으로써 성취감과 만족감이 나의 내면을 천천히 채워주었다. 수련하는 동안만큼은 주위의 다른 사람들 상관없이 온전히 나의 신체와 동작, 내면만이 그 공간의 전부였다. 정적인 운동이라 잡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하루 중 나의 몸 상태와 운동에 가장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순간 중 하나이다.
요가만이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각자 본인에게 맞는 운동이나 취미가 있고, 그 효과가 미치는 영향은 또 각자에게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고, 꾸준히 하며, 내가 오롯이 소유한 나의 신체만으로 무언가를 해내고 이루는 것. 그 자체가 내면의 강함과 자존감을 끌어올려 주는 제일 중요한 비밀이었던 것이다.
삶이 힘들고 고달프고 지친다면 잠시만 시간을 내어 몸을 움직여 보자.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저 몸을 움직이고 숨을 고르게 내쉬며 주위를 잠시 둘러본다면, 지금의 힘듦이 조금은 쓸려 내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