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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Dec 19. 2020

Ep.11 인생은 실전이다.

험난한 일 구하기 여정 2




새로운 집으로 이사 후 좋은 점 하나, 나쁜 점 하나가 생겼다. 먼저 좋은 점은 하우스 메이트들과 꽤 친해졌다는 것이다. 대만 출신 여학생은 츤데 레스러 운 면이 있었으나 잘 대해주었다. 같이 한국 드라마를 보며 좋아하는 한국 배우에 대해 이야기했고 k-culture를 좋아하는 듯했다(특히 이서진의 빅팬 이어서 매일 나에게 이야기할 정도였다). 집주인이었던 호주인 친구는 일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나의 알바 찾기에 대해 자주 물어봐 주었고 응원해 주었다.


나쁜 점 하나는 일이 정말 안 구해진다는 것. 미칠 노릇이었다. 공인 영어 성적도 있었고, 회화도 곧 잘했으며 서비스 경력이 조금 부족하긴 했으나 없는 건 아니었기에 열에 하나 정도는 정말 걸릴 줄 알았다. 하나 백이면 백 전부 실패의 쓴 맛을 보아야 했다. 대략 이유는 알 것 같았으나 그래도 궁금했다. 하루는 대만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 월세도 내고 생활을 하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이 정말 안 구해져. 시티도 아니고 2-3 존인데... 왜 이렇게 일이 안 구해지지? 가게나 레스토랑이 많이 없어서 그런가? ‘


‘ 음... 몇 군데 돌아다녔는데? ‘


‘ 인터넷에서 이력서 넣은 거 몇 개, 보고 찾아간 거 3군데 나머지 10군데는 발품 팔아서 다 돌아다녔지. 이 동네부터 윗동네 3 존까지 갔다 온 거 같은데... ‘

 

그래? 열심히 했네. 아휴 걱정이다. 우리도 같은 아시안이지만 중국이나 한국 학생들이  근처에 생각보다 엄청 많아. 시급을 작게 받고서라도 일하고 있어서 아마 자리가  없나 보다. ‘


‘ 그런가... 휴. 내일은 쇼핑센터까지 가보려고. ‘


‘ 그래. 근처에 레스토랑이랑 가게도 많고 또 쇼핑센터 안에도 일자리가 많으니까 레쥬메 더 돌려봐. 내 친구들 몇몇도 겨우 아는 사람 통해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영 구하기 힘든가 보더라. ‘


짐작은 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였다. 가게 사장의 입장으로는 굳이 먼 나라에서 갓 도착한 사람을 모험적으로 고용하기보단 기존의 직원들에게 증명된 지인들을 추천받아 고용하는 게 더 나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실력도 있었고 영어도 잘했고 일도 잘할 자신이 있었다. 새로운 문화를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 있었고 손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내보일 준비도 됐다!라고 할 만큼 열정으로 넘쳐나는 나였는데... 이런 나를 못 알아본다니! 정말 너무하다 라는 생각이었다.








집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있는 태국 레스토랑으로 면접을 보러 갔었다. 이력서를 내밀며, 파트타임을 구하고 있는데 혹시 자리가 있다면 일하고 싶다 라고 어필하였다. 물론 돌아온 대답은 ‘지금은 자리가 없다.’라는 거였지만 혹시 주말 동안 2일 정도 일하는 건 괜찮냐고 나에게 되물었다. 적어도 4일 이상은 일해야 하는 나의 입장에서 약간은 망설여졌다. 곧이어 사장이 이야기하길,


'주말이 바쁘긴 하지만 시급을 조금 더 주겠다, 12불 어떠냐?'


 라고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파트타임을 했더라면 조금 더 인생 경험을 쌓았을 것이다. 영어 실력도 더 많이 늘었을 것이고.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인심 쓰듯이 12불로 주겠다 라는 그의 표정에서 나는 어이가 없다 못해 무서움을 느꼈다. 나에게 제안할 때 그의 표정은 '12불이나 주는데 네가 안 한다고? 괜찮아. 너 말고도 이 일을 하려는 사람은 많아. 아쉬운 건 너지, 우리가 아니야. 어떻게 할래?'라는 거만하면서도 지겨운 듯한 말투와 추켜올린 눈썹이 내가 처한 현실을 명백히 알려주고 있었다.


불현듯 이게 정말 현실이구나, 라는 생각 때문에 레스토랑을 나온 나는 계단 앞에서 한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멍 때리며 집에 갈 버스를 타야 한다는 생각 조자 들지 않았다. 나의 앞날이 심히 걱정되었다. 현실은 정말 잔혹했고 내가 호주를 오며 꿈꿔왔던 환상과 기대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누가 호주에 가기만 하면 주급 백만 원을 받으며 일하고 왕창 돈을 모아 여행도 하며 한국으로 금의환향한다고 말했던가.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었다. 이전에 언급했듯 든든한 백이 있다던가 훌륭한 지인이 있다든지, 그도 아니면 미친듯한 인싸력이 있다던가. 이도 저도 아닌 꿈과 희망, 열정만 품고 있던 나에게 호주는 서서히 절망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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