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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Feb 12. 2021

Ep.15 어리숙하고 애교 없으면 호구가 된다.



새로운 보금자리의 지역은 브리즈번에서 1시간 반 가량 떨어진 곳이었고, 내가 살 집은 그 지역의 시티에서도 조금 거리가 있었다. 개인 차 없이는 이동에 약간 불편함을 느낄 정도였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찌 됐든 일을 구하기 위해 왔고, 같은 처지의 한국 사람들과 살 것이며 상부상조하며 살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도착하여 연락을 했고 드디어 새 보금자리에 발을 디뎠다. 단출한 싱글 하우스 형태였는데 좌우로 똑같은 집 3채가 더 있었다. 이렇게 4채의 집이 하나가 되어 아파트(Flat house)로 부른다 했다. 같이 지낼 다른 한국 남자 2명과도 인사를 했다. 쑥스럽게 인사를 건네었는데 그들의 표정이 그렇게 엄청 밝지만은 않았다.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집을 둘러보고 주의사항이나 하우스 룰을 들으며 내 방에 짐을 풀었다. 독방이었다! 

독방이라니...! 브리즈번 같은 대도시에서 독방은 여건상 조금 힘든 게 사실이다.(시드니는 더더욱 힘들었다.)  시티에서 독방을 원한다면 주당 기본 $150에서 $200 정도를 웃돈다. 하지만 여긴 시골이었고, 독방에다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하우스 메이트들과 지내며 주당 거의 $100이 안 되는 비용으로 생활이 가능했다. 

안정적인 아르바이트나 일자리만 있다면 최적의 생활환경이 아니겠는가! 방 안을 둘러보며 여기 살면서 열심히 돈 벌어야지,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누구나 다 겪듯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인생 아니겠는가. 일도 얼른 구하고 즐겁게 잘 지내야지 했던 나의 다짐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나의 앞날은 곧은 아스팔트 길이 아닌 울퉁불퉁 거친 자갈밭이 대기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그 집에 사는 동안 하우스 메이트들은 명백히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 집에서 나온 후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뒤늦은 그들의 숨은 의미를 알아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내가 요리를 못해서였고, 두 번째는 내가 그들에게 애교가 없고 싹싹하지 못했으며, 세 번째는 (아무래도) 외적인 부분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식모로 들어온 것도 아니었고, 그들을 웃고 기쁘게 해주는 기쁨조로 들어온 것도 아니었으며, 그들이 보면서 행복해할 미적 대상의 인간으로 이 집을 들어온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같은 돈을 내고 서로 집을 공유하며 함께 일을 도맡기로 한 거였으며, 이사를 와서 그들의 렌트비에 도움이 되어주는 대신 그들도 일자리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 서로 윈윈 하는 제안이었던 것이다. 마스터였던 사람은 20대 후반 정도였는데, 그나마 나이가 있어서였을까? 나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결론은 모두 다 똑같았지만.) 하지만 나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던 나머지 2명은 고루고루 악질적인 행동을 나에게 일삼았다. 그 집에 들어가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약속은 이미 져버렸다. 그건 약속이 아니었다. 



그들이 새벽 시간에 출근할 때 내가 부탁을 해 몇 번 같이 공장엘 갔다. 그럼 나는 레쥬메를 내고, 그들의 친구다 라고 어필까지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들은 처음부터 도와준다 했던 약속과는 다르게 그들의 슈퍼바이저(관리자, 감독)에게 나를 위한 말 한마디 없었고, 나는 허탕을 치기 일수였다. 그들이 끝날 때까지 7시간 넘게 기다릴 수 없었던 나는 공장에서 1시간 정도 걸어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생각대로 공장 컨택에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의기소침하게 있던 나에게 그들은 “우리가 태워다 주고 하면 뭐하냐? 네가 뭔가 잘 못하니 일이 안구 해지는 거 아니냐?” 그러곤 “다른 애들은 와서 레쥬메 내면 웬만하면 다 되던데. 넌 왜 그러냐? 네가 마음에 안 드는가 보다.”라는 등 면전에 대놓고 타박이었다. 본인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도 이렇게 모진 말들을 잘해서 나에게 퍼붓는 것이었을까? 그들의 한국에서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악질 중에 악질이었던 그중 한 명은 나란 사람이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매일같이 별 이상한 잔소리나 잡일까지 시켰다.  



나는 그가 퇴근하고 오기 전까지 롤링 타바코(얇은 종이에 말아 피는 담배) 50개를 항상 만들어 놓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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