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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빛 Jul 31. 2023

이동, 느낌 그리고 접속

이동

쾌적하고 냉방도 잘 되는 사무실에서 고온 다습하고 형광등이 아니면 광원의 존재를 느끼기 힘든 공간으로 옮긴다. 3D 업종(주: 3D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이라는 '프로그래머'가 온실의 화초처럼 내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열악한 환경으로의 이동은 그리 달가울 리가 없다.


느낌

공간에 의해 내 존재가 규정되듯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느낌이 온몸을 감싼다. 물론 이 느낌조차 '고개를 들어보는 행위' 끝에 얻을 수 있는 그런 것이다. 마치 움직임 없는 공간 속에서 '시간'만 맹렬히 전진을 하듯 고정되어 버린 현실.


접속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듯 세상의 문을 열고 바깥을 연결한다. 두 개의 모니터와 헤드폰에 의해 단절된 내 영혼은, 윈도우즈와 앱을 통해 시공을 비틀어 앞을 향한다. 때론 방관자로, 때론 참여자로, 때론 선동가로...


상처

망막으로 밀려오는 사진에서, 대뇌피질로 비집고 들어오는 텍스트에서, 귓전을 때리는 외침에서 여전한 상처를 발견한다. 피고름 흘러 딱지 앉고, 떨어졌다 다시 앉은 가련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그 상처를. 하긴... 보이는 것이 죄다 상처뿐이라면 그것이 영광(상처뿐인)인들 무엇하고, 좌절이면 또 무엇하리. 환희와 함께 하지 않는다면... 그러나 환희는 적고 상처는 깊다.


기타

외부와의 링크가 없을 때 혼자인 나를 보듬어 주는 것. 외로울 때 함께 울고 기쁠 때 함께 웃는 싸구려 Guitar, 싸구려 연주. 함께 하기 위해 주어져야 할 공간은 내게 없고, 함께하지 못할 통제된 공간만 내게 주어진다.


시간과 공간

저 멀리 작은 창에 깔린 어둠. 노트북 냉각팬 회전 소리, 시원찮은 냉방기 작업 소리, 웅웅대는 정체불명의 기계 소리. 이제 홀로 남은 작은 나의 공간. 잠시 후 홀로 남겨질 작은 시간의 공간.



2013.07.12.

/* 야근하다 잠시 넋을 놓고 되는대로 떠들어 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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