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거울 Jul 06. 2021

마음을 어루만지는 언어

그림책 마음코칭


     

| 엄마, 아빠랑 이혼 할 거예요?

     

집안일로 남편과 한바탕 부부싸움을 한 후에 큰아이가 울먹이며 다가왔습니다. “엄마, 아빠랑 이혼 할 거예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의 입에서 이혼이라는 말을 듣고나서야 이 미숙한 엄마는 정신이 들었습니다. 그제야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가 서로 다투는 상황에서 경험하는 아이의 무력감과 두려움을 더듬어보았습니다.

     

그림책 <혼나기 싫어요>를 보면서 나는 당시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이 혹시 자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자책감도 서려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감정에 지친 나의 마음 때문에 차마 아이를 보듬고 괜찮다고 말해주지 못한 게 못내 미안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나도 어릴 때 나의 마음을 몰라주던 엄마 때문에 속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에게 유독 시시콜콜 잔소리를 하면 화를 냈습니다. 옆집 영이엄마는 영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뽀뽀해 주는 것을 우연히 보면서 나를 안아주지 않는 엄마가 야속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른이 된 지금은 삼남매 먹여살리느라 힘들었던 엄마를 이해는 하지만 섭섭한 마음이 남아있는 이유는 그때 다 채워지지 않은 엄마의 따스한 미소와 온기 때문이 아닐까요?

     

부부사이에 갈등이 지속될 때 사랑받고 소속되고 싶은 아내와 남편의 욕구는 위협 받습니다. 자녀에게 흘러가야 할 애정의 탱크도 고갈되어가겠지요. 목마르고 배고프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동물적 본능으로 먹을 것을 찾듯 심리적 갈증과 결핍은 약한 대상인 자녀에게 화로 표출되기 마련입니다.

     

부모가 갈등을 많이 표출할수록 자녀는 슬픔과 걱정, 불안과 분노를 느낍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를 자주 경험하는 아이는 새로운 환경이나 관계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학업성취도도 낮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오늘 펼친 그림책 <혼나기 싫어요>의 주인공 토끼는 나의 자녀의 모습과 어린시절 나의 마음을 소환해줍니다.


     

| 아이의 마음을 주눅들게 하는 말

                                                 

맨날 맨날 나만 혼나요. 걸핏하면 내 잘못이래요.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요.


     

반복되는 엄마의 꾸지람과 비난앞에 토끼는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립니다. 숙제 다 했는지 호통치는 엄마에게 갈아입을 옷이 없어 찾느라 늦었다는 말은 차마 못합니다. 아침부터 토끼에게 소리지르는 토끼엄마는 정작 자기가 해야 할 숙제, 빨래감은 쌓여있네요. 아이가 갈아입을 옷이 없을 정도라니 이것은 엄마의 직무유기이자 정서적 폭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제밤에 엄마 아빠 목소리 다 들었어요. 날카로운 칼날, 뾰족뾰족 가시같던 그 소리요. 내 마음도 칼날에 베이고 가시가 박혔어요.


토끼는 공감의 달인인가봅니다, 엄마 아빠의 아프고 속상한 마음을 고스란히 자기의 마음에 담았네요. 그 마음속 깊이 두 사람의 싸움이 자기 때문일 것 같은 죄책감이 쌓여갑니다. 토끼가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도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주눅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과연 오늘 토끼의 학교생활은 어떨까요?   

     

                                                 

화내지 말고, 혼내지 말고 내 이야기 좀 들어 주면 안 돼요? 날 좀 먼저 꼭 안아 주면 안 돼요? 


토끼의 이 안타까운 호소에 눈물이 납니다. 어린시절 내가 엄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겠지요. 지금이라도 토끼가 대신해주니 한결 후련해집니다.    

     

| 5가지 사랑의 언어

     

아마도 주인공 토끼의 사랑의 언어는 스킨십인가봅니다.

우리 모두는 사랑을 느끼는 방법이 다릅니다. 게리 채프먼박사는 이것을 사랑의 5가지 언어로 표현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칭찬하고 인정해주는 말을 들을 때, 또 다른 사람은 선물을 받을 때, 어떤 이는 내가 원하는 봉사를 통해, 함께 질적인 시간을 보낼 때, 마지막으로 토끼처럼 포옹이나 손을 잡아주는 스킨십을 통해 사랑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만약 부모가 아이를 사랑해서 값비싼 선물을 사준다 해도 아이의 사랑의 언어가 인정해 주는 말이라면 부모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여러분의 사랑의 언어는 무엇인가요? 사랑하는 배우자. 자녀의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들이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랑을 전달해보면 어떨까요? 오늘 나 자신의 감정에서 벗어나 아파하고 슬퍼하는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질 치료제를 찾아보아야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