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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거울 Jul 14. 2021

푸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요

그림책마음코칭


     

후두둑” 빗소리가 나기 무섭게 남편이 크고 작은 화분들을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위에 내놓고 목욕을 시킵니다빗물을 맞아야 잎이 윤기도 나고 싱싱해진다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립니다사실우리는 몇 년전 키우던 산세베리아벤자민행운목몬스테라의 생명이 위태로워져 모두 지인들 집으로 입양보냈습니다식물들의 목마름과 배고픔을 채워주지 못한 우리는 야속한 주인들이었지요그들이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생명체를 함부로 대하는 우리를 얼마나 원망했을까요막상 키우던 식물들을 보내고나니 식탁이자 거실창이 휑헤져 마음까지 삭막해져갔습니다남편에게 다시 두어개만 키우자 했더니 절대 못 돌본다고 거절했던 사람이 저토록 식물애호가로 변한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그림책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에서는 사람들이 식물을 고를때는 까다롭게 고민해서 사고서는 이름도 잊어버린채 햇빛도 공기도 부족한 지하나 화장실에 두는 이기적인 태도를 식물의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습니다.

 

“ 당신은 가끔 많이 힘들어 보입니다우리를 돌아볼 수도 었을 만큼

      

      

아니 제대로 돌봐주지 않는 주인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측은히 여기다니요?



반려식물로 살아가면서 때로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을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그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묻어나오는 대목입니다

함께 살면 닮는다고 했지요사람들과 함께 한 세월만큼이나 그들도 우리처럼 기쁘기도 슬프기도 하나봅니다그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과 생각들을 갖가지 표정으로 그리고 있는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에 그림책을 읽는 재미가 솔솔합니다교육방송과 지식채널작가 출신답게 그림책을 통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하는 권정민작가의 독특한 해학과 위트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우리에게 완전히 빠져들기 시작합니다덕분에 당분간은 걱정 없겠습니다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지난 해 둘째딸이 공부하다 지칠 때 하나 둘 사 모으기 시작한 칼라디움과 희귀종 몬스테라를  미국에서 데려와 우리집 창가에 심어놓았습니다몇주 머무는 동안 호야와 다육이등 식구들이 더 늘어나 지금은 2단 선반이 푸른잎들로 제법 그득합니다몇날며칠 분갈이를 하며 정성들여 식물을 가꾸는 모습을 보며 식물들에게 질투가 날 정도였습니다생명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딸을 의사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3주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 둘째는 우리에게 지 새끼들을 맡기고 떠났습니다딸에 대한 그리움때문인지 남편은 그때부터 식물들을 손주돌보 듯 푸름이 할아버지 노릇에 푹 빠져있습니다.

         

     

| 우리부부의 중간대상이 되어준 식물들 |

     

심리학 이론 중대상관계 이론에서 아이가 엄마와 헤어지는 불안과 두려움을 달래기 위해 사용하는 물건을 중간대상이라고 합니다엄마의 냄새나 엄마의 품을 느끼게 해주는 인형베개엄마손수건 등입니다어린이집에 가는 아이가 곰돌이인형을 붙들고 놓지않는 모습 본 적 있으시지요엄마를 떠나야 하는 초조함과 그리움을 그 중간대상을 통해 달래는것이지요


아마 우리부부에게는 식물들이 중간대상인가봅니다딸을 보듯 푸름이들에게 물을주며 건네는 몇마디는 우리의 얼굴과 마음의 주름을 다 펴주는 듯합니다식탁에 앉아 마주보이는 아이들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영감과 힐링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요

     

오늘은 권정민 작가의 관점으로 푸름이들이 나에게 뭐라고 하는지 귀 기울여 보아야겠습니다.

우리 엄마대신 우리를 잘 돌봐줘서 고마워요라고 할까요혹 할머니밥 먹을때는 몸매를 보시면서 좀 적당히 먹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할까 살짝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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