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소금민빛입니다. 대선이 끝난 지금 다들 안녕하신지요? 저는 안녕하지 못한 채 지난 며칠 내내 밤잠을 설치고 마음이 어려웠습니다.
지난 2017년에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당선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의 정신적 외상(traumatic)만 선거(election)로 바꿔 생긴 신조어에 PESD가 있다는데 제가 이 단어를 체감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지난 11일 대선 결과가 나온 바로 그날 아침 기사부터 부동산 ‘폭등’ 기사는 어느새 ‘호재’로 변모했습니다.
이어 동아일보는 ‘김건희, 한류스타급 미모가 대만서 화제이며 실검 1위’라고 기사를 올렸습니다. 그러나 실제 대만에서 다뤄진 원문 내용은 김건희의 외모 언급 외에도 학력위조와 논문 42% 표절 등을 다루는 전반적으로는 비판 논조의 기사였습니다.
조선일보를 위시한 수구보수언론의 이러한 행태는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스트레스 유발요인으로 거뜬히 그리고 충실히 일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큰 이슈들을 떠올리니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그중 하나만 우선 살펴보자면, 윤석열 당선자가 임기 5년 동안 대법관 14명 중 13명(대법원장 포함)을 새로 임명하고, 헌법재판관 역시 헌재 소장을 포함한 9명 전원을 임명한다는 사실입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기는 6년이고 대법원장은 임기가 끝난 후에 다시 임용될 수 없으나 대법관은 재임용이 가능합니다. 현재는 여소야대 국면이긴 하지만 향후 윤당선자의 검찰 출신 인사의 임명 여부에그래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선거 기간 동안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돌았던 이유는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이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검찰총장에 검찰 예산편성권을 부여하며 공수처처럼 검/경찰에 고위공직자 수사권을 부여하는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사법 권력의 엄청난 변화와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다들 많이 보셨겠지만, 한재림 감독의 영화 ‘더 킹’은 1% 전략부 검사들이 어떻게 기획하고 작전 짜고 수사하고 언론과 합을 맞추는지를 놀라운 싱크로율(?)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들이 현실에서 당장 ‘검언유착’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봐도 단지 영화 속 얘기가 아니라 지금 바로 볼 수 있는 얘기들이라는 데에 턱 하니 말문이막히게 됩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올해 1월 사법부에서 내린 윤당선자 장모 최은순 씨의 불법 요양병원 운영 혐의 무죄판결이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의 부인 김건희 씨는 나머지 모든 관련자와 다르게 불기소되었지요.
더불어 한때 브릭스 국가 중 하나였던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도 뇌리를 스칩니다. 룰라는 2002년부터 8년간 재임하면서 경제 성장과 분배정책을 잘 펼치며 브라질 민주주의를 회생시켰고, 2010년 퇴임 지지율까지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80%를 넘겼었습니다.
하지만 퇴임 이후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어 2018년에 수감되었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브라질 사법부와 재벌, 족벌, 언론의 기득권 카르텔이 ‘사법 쿠데타’를 통해 룰라 전 대통령을 몰아내는 과정이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 다큐멘터리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당시 판사와 검사가 담합해 룰라 전 대통령을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 결국 룰라는 혐의를 벗게 되었고, 현재는 올해 10월에 있을 대선에서 브라질 트럼프라 불리는 극우 전직 군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과 맞서기 위해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브라질 트럼프와 룰라를 보며,K-트럼프라 불리는 윤석열 당사자로 인해, 선거후스트레스장애라는 용어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다가, 제 스스로 왜 잠이 오질 않고 마음이 어려웠는지를 되짚고 다독이게 되었습니다.
과거 조선시대 백성은 양반과 구별되는 피지배 계층으로 백가지 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백성은 피지배자로 지배를 받을 뿐 정치에는 참여할 수 없었지요.
그러나 시민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주권자들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시민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나라의 주권자임을 인식하고 주권자로 행동하며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지요.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국민이지만 스스로 그저 백성처럼 정치 참여를 거부하고 부지불식간에 지배를 받는 자에서 ‘민주 시민’으로서 거듭나는 과정은 사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제 PESD는 훌훌 날려버리고 다시 눈에 힘을 주고 귀를 활짝 열고 정신을 바짝 차리며 앞으로 5년 우리에게 일어날 일들을 똑똑히 지켜보고 분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