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소금민빛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동안 잘 몰랐던 ‘유엔군사령부(유엔사)’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리들이 언론에서 본 유엔사는 이름에 걸맞게 유엔기를 사용하고 있어 당연히 유엔에 소속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유엔사는 유엔 안보리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유엔의 예산으로 운영되지 않으며, 주한미군 사령관이 곧 유엔사령관인지라 결국은 미국 소속 기관입니다.
이러한 유엔사는 정전협정 조항에 따라 비무장지대를 관리하는 기구이자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외국군의 참전을 준비하는 역할로, 또한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항공기나 선박 감시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DMZ) 통과·출입 허가권을 행사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유엔사의 존재가 달가울 수 없고, 실제로 1994년에는 북한이 유엔사의 해체를 유엔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사의 해체 권한은 유엔의 책임사항이 아니며 오로지 미국 정부만이 행사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는 사실입니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 유엔사가 해체되면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진다고 주장하지만,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은 유엔사와는 별개로 우리 정부와 미국 사이의 상호방위조약 및 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 따른 조치입니다. 따라서 유엔사와 미군 철수는 법적으로 전혀 상관이 없고 전시작전권 문제 또한 마찬가지이지요.
그러므로 유엔사의 태생은 한국전쟁에서 비롯되었기에 종전선언을 포함한 평화협정이 성사된다면, 사실상 유엔사의 임무는 종료되는 것입니다.
또한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의 경우도 유엔사 설립을 위임받은 미국이 필요에 의해 만든 것이므로, 유엔사 해체 시 일본의 유엔 후방기지 제공의무도 종료하는 것으로 ‘유엔군 지원에 관한 교환공문’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유엔사가 지난 2018년 남북 철도 공동점검단의 방북이나 2019년 1월 타미플루를 북한에 제공하려고 할 때, 싣고 갈 화물트럭의 통행을 막아 우리 정부와 마찰을 빚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20년 11월에도 경기도가 관할 구역 내에 부지 이전에 필요한 사무집기를 설치하려는 데에도 유엔사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었는데요. 당시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공무원이 공무수행을 하겠다는 비군사적 영역에 대해 유엔사가 허가를 요청하는 것은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지난 2019년 미국은 유엔사의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한반도 유사시 전력 제공 절차 지침을 우리 정부와의 사전협의 없이 새로 작성해 국방부에 일방통보해왔었습니다.
이 새 지침은 유엔사 전력 제공국을 기존‘6ㆍ25 참전국’에서 ‘유엔 회원국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인데요, 이는 평화협정이 수립된 이후에도 유엔사를 존속시켜서 역내 군사안보기구로 발전시키려는 미국의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제법과 우리 헌법 모두가 외국 군대의 국내 주둔 시 국회의 동의가 전제돼 있고 정전협정에서도 미군 외 추가 군대의 주둔은 불가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미국은 전력제공국의 정의를 ‘한반도 상황에 기여한 국가’에서 ‘기여할 국가’로 바꿨던 것인데요.
이 경우, 유엔사 후방기지로서 심지어 일본의 자위대까지도 한반도 주둔이 가능해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 사안이므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사실 아직 공론화되고 있지 않아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주한미군 사령관, 한미연합사 사령관, 유엔사 사령관이라는 3개의 모자를 모두 쓴 미국은, 그동안 유엔사 허락 없이는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물론 심지어 대통령도 DMZ에 들어갈 수 없다는 식으로 유엔사의 영향력을 확장시키고자 했는데요,
실례로 2014년부터 시작한 유엔사 재활성화(강화) 프로그램의 경우 기존 미군이 맡았던 유엔사 부사령관을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3성 장군이 돌아가며 맡도록 함으로써, 미국이 유엔사를 다국적 군사기구화하려 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상 전시작전권을 비롯해 한반도의 군사 안보 주도권을 틀어잡고 있는 미국은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라도 협정 내용에 유엔사의 새로운 기능 또는 역할을 포함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동북아 평화관리기구’로 변환해 존속시키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이미 존재 가치가 요원한 유엔사를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더욱 면밀히 미국과 유엔사의 의도와 행보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우리 시민들도 더욱더 관심을 기울이면서 필요한 목소리로 적시에 여론을 형성해 차기 정부에 실질적인 힘을 실어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