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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 A MI Nov 24. 2020

'카페'를 그립니다.

1일 1 그림을 위해 퇴근 후 카페로 갑니다.

"퇴근 후에 뭐하세요?"


보통의 사람들이 만나 처음 친해 지기 위해 제일 먼저 물어보는 질문은 "취미"일 것이다.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의 다른 말이 바로 '퇴근 후에 주로 뭐하세요?'가 아닐까. 

물론 대화를 쉽게 풀어나가기 위한 인사말일 수도 있겠지만, 일상 속에서 자유 의지로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일이 무엇인가를 묻는 일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 사람의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예가 바로 취미라면, 그럼 우린 모두 '취미'를 가져야 하는 것인가.


"퇴근 후에 주로 뭐하세요?"


취미가 곧 자기 계발이나 생산적인 일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면, 그래서 카페에 가는 것도 취미라고 인정해 준다면, 나는 아주 흔쾌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저요? 전 주로 카페에 가요."


"카페에서 뭐하세요?"


그럼 바로 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음, 카페에서 하는 일이라면.. 아주 많지요.


1. 일단 오늘은 무엇을 마실지 고민하고요

  (카페 음료는 매우 비싸니까 신중한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2. 음료를 맛있게 마시고요.

3. 어떤 사람들이 카페에 앉아있나 사람 구경도 하고요.

4. 하릴없이 핸드폰 뒤적이다가

5. 한숨도 좀 쉬고 멍도 때리다 보면

6. 할 일이라던가 했던 일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7. 여유 있을 땐 책을 읽기도 하고

8. '그림'도 그리고, 그렇습니다만.



네, 저는 퇴근 후에 카페에서 그림을 그립니다. 그것도, 거의 매일같이



매일 갑니다, 카페.
매일 그립니다, 그림.


 처음엔 카페 간 김에 그림을 그렸고, 나중에 그림 그리러 카페에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페에 간 김에 그림을 그린다면 무엇을 그려도 상관없었을 텐데, 현장 어반 스케치를 선호하게 되면서 '눈 앞의 프레임'에 집중했고, 그러다 보니 예쁘고 새로운 곳만을 찾게 되는 법. 동네에서 안 가본 카페가 없을 정도였다.


 데일리 드로잉을 시작하고 그린 그림들을 일상 드로잉, 여행 드로잉, 야외 드로잉 등의 나름의 카테고리로 분류해 보았는데, '카페 드로잉'으로 분류한 그림의 비중은 거의 절반이다. 예를 들어 1500장을 그렸다면, 700장 넘는 그림은 모두 카페에서 그린 그림들.

폴더에 저장된 카페 드로잉 JPG 

 카페 탐방인지 그림 소재 탐방인지 모를 나날들은 그 나날들 대로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카페 조명이나 인테리어를 평가하고, 의자의 안락함이라던가, 손님의 분포도와 카페의 회전율, 커피의 가격과 맛, 카페의 음악 등에 전반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나름 애정 어린 시선들로 곳곳의 카페를 누볐다.

그렇다 해도 매일매일 새로운 카페만 갈 수는 없는 법, 좋았던 곳은 다시 찾기 마련인 법, 그런 갖가지 이유들로 이번에는 또 같은 카페에서 안구려 본 다른 풍경과 구도를 그려보는데 흥미를 느낀 적도 있다.  

그럼에도 이 데일리 드로잉 취미는 멈추지 못하였기에 지금에 이르러서는 '같은 구도, 같은 자리이지만 다른 날이야~ 아무렴 어때~'라고 외치며 그저 일상 속으로 들어온 카페를 편안하게 그리고 있다.


반복되는 하루, 매일.


자주 가는 카페
제일 많이 간 카페는 아무래도 스타벅스!

스타벅스 매장은 대체로 크고 사람이 많아 무언갈 집중해서 할 일이 있을 때 찾아가는 곳이라기보다 그러한 북적임을 구경하거나 잠시 쉬어간다고 생각할 때 들리는 곳이다.


스타벅스는 일반 카페와 리저브 매장이 있다. 리저브 매장의 인테리어는 아이스크림 막대 바깥은 모양이 천장이 마구 걸려있는 인테리어가 돋보이고, 원목 느낌을 한껏 살린 인테리어와 우드 체어, 테이블 등이 돋보인다. 특히 매장마다 가장 정중앙 부분에 원목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우드 슬랩 테이블이 늘 존재한다. 따뜻하고 내추럴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혼자 노트북 사용하기 좋은 장소가 되기도 한다. 조명은 핀 조명처럼 은은한 형태이며, 벽 그림은 아무래도 그린 계열이 많다. 자주 가는 몇 개의 매장이 있는데 정말 구성 구석을 다 그려본 듯하다. 허니 자몽 블랙티와 돌체 라테 두 개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


동물과 함께하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 주!

뭐니 뭐니 해도 카페는 집에서 가까운 게 최고다.


동네 카페가 몇 개가 있었으나 좋아하며 종종 들리는 사이 두세 군데가 없어졌는데, 이곳만큼은 꾸준히 자리를 지켜주고 있어서 그만큼 소중히 생각하며 자주 간다. 카페 자체가 동물 콘셉트이라 곳곳에 있는 인형들을 그릴 수 있어 그림 그리는 재미도 있고, 약속 없는 퇴근 후 그냥 바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때, 무심한 듯 들어가는 곳. 그래서 그만큼 가장 하릴없이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오는 곳이다.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카페모카.

부담 없어 자주 가는 쉬어가는 카페 커피에 반하다!

커피를 워낙 자주 마셔 가격 부담이 없는 곳을 선호하기도 하다.


거주지가 아닌 곳 중에서 가장 자주 가는 동네라면 나름 동네 카페라고 불리는 곳인데, 매장 내 테이블 수가 7개밖에 되지 않는 작은 커피에 반하다 매장에서는 늘 가장 저렴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신다. 이곳은 매장도 작고 인테리어도 특징적인 것이 없어서 야외 테이블에서 앉아있는 그 순간의 모습을 자주 그리곤 했다.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책과 함께하는 카페
가장 좋아하는 카페는 알라딘!

가장 좋아하는 카페가 있다면, 단연 알라딘 카페를 꼽는다. 전보다 매장 개수가 줄어 서울에는 수유점과 잠실 롯데타워점 밖에 남지 않았다. 잠실은 지하매장이지만 수유는 2층이라 창가 자리를 선호한다.


알라딘 카페는 책을 읽기 좋은 밝은 천장과 편안한 사각 의자 및 테이블이 특징이고 커피와 함께 나오는 쿠키가 정말 맛있다. 사실 쿠키 먹으러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쿠키도 먹고, 1석 3조의 이득.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아이스 카페라테.

책과 함께 쉬어가는 블루 스퀘어 카페

알라딘과 마찬가지로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공간 중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곳은 한남동의 블루스퀘어 안에 있는 카페이다. 복합 문화공간이라 이것저것 다 해볼 수 있으며 탁 트인 공간이 마련되어 주변의 경치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내부 인테리어 중에서 눈에 띄는 것 천장에 매달린 책 조명이다. 이곳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밀크 아이스크림.


책과 함께 쉬어가는 카페 아르떼와 아크 앤 북

최근에는 아크 앤 북 서점을 자주 가게 되는데, 북카페는 아니고 독립적으로 가까이에 입점해 있는 다양한 카페들이 있다.


같은 공간 안에 있어 아치형 책장이 특징이 아크 앤 북의 실내 속에서 한껏 내 서재 인양 책도 읽고 그림을 그리며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은 이마트 커피와 함께

코엑스를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코엑스에 들린다고 하면 되도록 별다방 도서관을 그리게 되는 것 같다.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별마당 도서관은 항상 시즌별 대형 조형물이 함께 진열되어 있고, 2층에 입점하게 된 이마트 편의점에서 파는 커피를 마시며 북카페처럼 이용할 수도 있는 곳이라 애정 하는 곳이다.


 거대한 서재도 서재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수많은 유동인구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독서모임이 진행되는 카페 와겐!

이곳을 그렸다는 것은, 독서모임에 왔다는 것.


종종 정기 독서모임을 카페에서 갖는다. 자유도서를 읽고 책을 소개하거나, 지정도서를 읽고 일정 발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한 특정 장소에서 특정 모임을 지속적으로 갖는다는 것은 나만의 루틴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많은 책을 읽었고 그 책과 이야기와 함께 나눈 사람들을 그림에 함께 남길 수 있었다.


프랜차이즈 카페 이곳저곳
프랜차이즈 카페 이디야

이디야 커피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에 벽면에 컵을 장식해 둔 것이 특징이다. 어느 동네에 가도 작지도 크지도 않은 부담 없는 크기의 매장이 존재하고 있어 쉽고 편하게 종종 들리게 된다. 커피 브랜드도 유행에 따라 많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는데 꾸준히 자리를 잘 지켜주고 있어 정감이 가는 곳이다.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토피넛 라테.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빈

커피빈 매장에서만 볼 수 있는 상징적인 녹색 식물이 하나 있다. 그래서 커피빈 매장에 가면 꼭 그 화분을 그리게 된다. 스타벅스와 마찬가지로 원목 느낌의 인테리어를 강조하지만 정중앙을 차지하는 우드 슬랩 테이블은 없다. 벽돌 느낌의 벽면과 차갑고 깔끔한 느낌의 조명이 특징이다. 입점 위지가 좋아 어느 매장에 가도 늘 창가 자리 쪽 경치가 볼만하다. 창가에 앉아 녹색 식물과 도시 풍경을 번갈아보며 쉬고 싶을 때 들리는 곳.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차이 라테.

프랜차이즈 카페 투썸 플레이스

투썸플레이스는 원형의 거대한 조명이 특징이다. 샹들리에 같은 큰 원형 조명과 붉은색 소파 의자가 특징이다. 그리고 검은색 벽면에 그려진 특징적인 벽화와 공용 테이블에 눈에 띄는 식물 화분을 놓는 것이 특징이다. 같이 만나서 종종 그림을 그리는 친구와 함께 가는 매장이 투썸이었기 때문에 그 매장 안에서는 정말 안 그려본 프레임이 없었던 것 같다. 투썸 플레이스는 들렸던 곳마다 항상 매장이 넓고 디저트 카페라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사람이 많아도 다소 차분한 분위기라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레고 조립을 하거나 잔뜩 종이를 펼쳐놓고 엽서그림을 그리거나 컬러링 등의 취미생활을 즐기고자 할 때 들리는 곳.

시즌마다 파는 딸기 음료가 맛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카페모카.

프랜차이즈 카페 폴 바셋

직장을 옮기고 나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매장이 되어 최근 자주 가게 된 곳이다. 이곳은 개개인의 테이블보다 길게 늘어진 공용 테이블이나 단체 손님들이 편하게 앉아 얘기를 할 수 있는 큰 소파를 들여놓았다. 블랙과 화이트를 적절히 사용해 전체적으로 모던하고 도시적이다. 공용 테이블 탓인지 수다 떨기 위한 장소라기보다 개개인들이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기 좋은 장소라 개인적으로도 일이 끝나고 잠시 하루를 정리하거나 할 일을 가다듬을 때 들리는 곳.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카페라테 프라푸치노.

프랜차이즈 카페 할리스

주기적으로 만년필 보충 잉크를 사러 가는 곳에서 결재를 하고 나면 늘 할리스 매장 할인 영수증을 같이 준다. 그래서 이곳 역시 주기적으로 들리게 되는 것 같다. 주로 만년필 잉크만 사고 오는 곳이 아닌지라 앉아서 쇼핑 목록을 정리하거나 다음 쇼핑거리를 생각해보는 등 소비와 관련된 행위와 관련 있는 곳. 좋아하는 메뉴는 바닐라 딜라이트.


카페 좋아하세요?


누군가 내게 취미를 묻는다면, 나는 카페 가는 것이 취미라 하겠다. 그런 내가 그대에게 카페에 함께 가겠느냐 묻는다면 함께 취미생활을 즐겨보겠느냐고 정중히 청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카페 좋아하세요?

우리, 카페에 가서 같이 그림 그려볼까요.


ⓒAmi,  조용하고 소소한 순간의 행복을 인정할 줄 아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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