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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Sep 01. 2020

화성인 철학자 | 시인 이진우

저 별엔 분노가 무성하다

공포로 새파랗게 질린 저 푸른 별에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라는

우리 민족 아니면 인류를 구원할 수 없고

나 아니면 미래가 암울하다는 정신착란이 창궐하여

멋대로 자연을 파괴하고

멋대로 이방인을 학살하고

멋대로 이웃을 짓밟는 걸

발전이라 하고 문명이라 한다

반대의 경우가 되어 위태로워지면

퇴보라 하고 미개라 하며 분노한다


분노는 낙천주의자의 양식,

터무니없는 희망을 세뇌시킨

종교와 문화라는 아리송한 명분은

정치와 경제가 선전한 욕망의 다른 이름인 줄

깨달을 때도 되었건만

오천 년 전보다 풍족해진 지금

욕망 그래프는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린다

욕망과 좌절은 정비례하는 줄

욕망은 비현실적이고

비현실적인 욕망이 불러들이는

좌절은 너무나 현실적인 줄

저들은 언제 깨달을까

서로가 서로를 짓밟고

짓밟히지 않으려고 칼을 갈며 밤을 새우느라

밤엔 불을 켜고

낮엔 벌개진 눈을 부릅뜨면서

안정과 평화를 외치는 부조리를 언제쯤 끝내려나

끝낼 수 없음을 알기에

우리 별로 우주탐사선을 쏘아보내는가

분노를 전염시키려는가

.


시집 {보통 씨의 특권} 201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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