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별엔 분노가 무성하다
공포로 새파랗게 질린 저 푸른 별에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라는
우리 민족 아니면 인류를 구원할 수 없고
나 아니면 미래가 암울하다는 정신착란이 창궐하여
멋대로 자연을 파괴하고
멋대로 이방인을 학살하고
멋대로 이웃을 짓밟는 걸
발전이라 하고 문명이라 한다
반대의 경우가 되어 위태로워지면
퇴보라 하고 미개라 하며 분노한다
분노는 낙천주의자의 양식,
터무니없는 희망을 세뇌시킨
종교와 문화라는 아리송한 명분은
정치와 경제가 선전한 욕망의 다른 이름인 줄
깨달을 때도 되었건만
오천 년 전보다 풍족해진 지금
욕망 그래프는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린다
욕망과 좌절은 정비례하는 줄
욕망은 비현실적이고
비현실적인 욕망이 불러들이는
좌절은 너무나 현실적인 줄
저들은 언제 깨달을까
서로가 서로를 짓밟고
짓밟히지 않으려고 칼을 갈며 밤을 새우느라
밤엔 불을 켜고
낮엔 벌개진 눈을 부릅뜨면서
안정과 평화를 외치는 부조리를 언제쯤 끝내려나
끝낼 수 없음을 알기에
우리 별로 우주탐사선을 쏘아보내는가
분노를 전염시키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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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보통 씨의 특권} 201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