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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지 Aug 03. 2023

003. 당신과 정처없이 궁을 헤매고 싶다.

갇혀있고 싶다는 말이다.

떠나고 싶지 않다.

왜하필 궁일까. 왜 하필 궁일까.

목조 고궁이 아니어도 좋다

대리석 바닥을 밟고싶다.

달리다 쉬다 잠깐 앉아있을것이다

맨 발이 너무 차가워서.


오늘은 그런 꿈을 꾸고 싶다.

머리로 하는 상상인지

눈 앞에 맺힌 잔상인지

어쩌냐 오늘은 못 만나겠다- 하는

뒷모습 말고

다른 상을 보고싶다.


그럴 때 마다

기다리겠다는 말을 하고

언제든 울 수 있는 몸이 되었다.


다른걸 내뱉고 싶다.

당신이 담기지 않은 어떤 것이라도.


아프니 놓겠다는 말과

아파도 놓지 않겠다는 말로

영원을 실현하겠다는 굴레 안에서

잠들고싶다.


두시간 동안 성가 연습을 하고 입당 성가를 부른다.

엘로이즈가 이런 기분 이었을까?

영원한 생명이란 말을 듣고 가만히 눈물 짓는다.

성체성가를 마저 부른다.


그렇구나

너도 기다리는구나



마리아


나는 내 안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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