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인풋탐험대, 인터뷰 시리즈
뉴스레터 <인풋탐험대> 아트편의 인터뷰를 모아 소개합니다.
6호 한국적인 멋의 세계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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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디자인 #창업 #상품기획 #전통
안녕하세요. 저는 이미 펀딩으로 곰비임비를 만나봤지만, 뉴스레터 구독자들을 위해 브랜드 소개 한번 부탁드려요.
곰비임비는 이야기가 담긴 주얼리를 판매하는 브랜드예요. 곰비임비라는 말은 '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나는 모양'이라는 뜻을 지닌 순우리말인데요. 주얼리를 통해 거듭 이야기를 해나가고 싶다는 의미에서 지었어요.
브랜드 이름을 순우리말로 지은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주얼리 브랜드는 영어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는 첫 아이템이 한국적이라 브랜드 이름도 한국적으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첫 아이템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액막이' 시리즈라고 이름 붙였어요. 북어, 팥, 고추라는 한국적인 아이템으로 주얼리를 만들었거든요. 가장 처음 떠올린 소재가 북어였는데요. 왜, 친구 집들이를 하거나 새로 개업한 사업장에 가면 명주실에 감긴 북어를 선물로 주곤 하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그걸 보고 무섭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는 그 북어가 너무 너무 귀여웠어요. 입을 '악' 벌리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하면 분명 귀여울 거라고 생각해서 첫 아이템으로 선정했어요.
정말로 이 주얼리의 북어는 입을 악 벌리고 있네요. 귀여워요.
그리고 같이 엮어서 소개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해봤어요. 금줄에 고추를 걸어준다든지, 이사하는 날 팥알을 뿌린다는 전통적인 미신이 생각났죠. 모두 누군가를 지켜주고자 하는 열망에서 출발한 액막이잖아요. '가디언즈', 수호자라고도 할 수 있고요. 그렇게 북어에 고추와 팥알까지 합친 가디언즈 시리즈가 탄생했어요.
어떻게 한국적인 것에서 소재를 얻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보통 주얼리는 예쁘면 사는 사치품이라고 한다지만, 이왕이면 주얼리를 살 때 의미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스토리텔링을 재밌게 하는 게 관건이고요. 어떻게 해야 주얼리로 스토리텔링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일단은 저의 관심 분야부터 먼저 살펴봤어요. 처음 고안한 건 '고전문학 시리즈'예요. 학교 다닐 때 저는 경영학과인데도 국문과 수업을 더 많이 듣는 학생이었어요. 그중에서도 고전문학을 가장 좋아했고요. 지금도 더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또, 점 보러 가는 것도 좋아하죠. (웃음)
저 이런 이야기 꼭 하고 싶었어요. 미신이나 점 같은 거요. 사실 국문과에서 꽤나 자세히 배우잖아요. 왜냐면 문화의 원형이 되니까.
맞아요. 그저 도태된 문화 취급을 하기는 아쉽죠. 한편으로 영화 <파묘>가 나오면서 인식이 조금 달라졌다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진짜 아쉬운 게, 영화가 딱 나왔을 때 펀딩을 했어야 하는데∙∙∙. (모두 웃음) 가디언즈 시리즈가 작년에 펀딩했거든요.
잠깐 언급한 고전문학 시리즈는 어떤 거였나요?
이를테면 흥부전에 나오는 박이나 심청전에 나오는 연꽃, 구운몽을 떠올릴 수 있는 나비 형상을 주얼리로 만드는 거예요. 첫 펀딩 아이템으로도 생각해봤는데, 지금 하기에는 너무 아깝더라고요. 소재가 소중하니까, 공부를 더 많이 하고 디벨롭해서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고전문학에 대해서도 더 배우고, 사람들이 제대로 덕질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죠. 제가 준비되었다고 느꼈을 때 꼭 잘해내고 싶어요.
한국적인 것을 재해석하는 작업의 의미는 뭘까요?
우리는 그동안 한국적인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 순간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말하는 젠지(Gen-Z) 감성에서 드디어 우리 것을 찾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적인 걸 창피해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하죠. 제가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한식을 당당하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일도 없었고, 외식을 해도 서양식 레스토랑을 가고, 한복 노리개 같은 건 관심 가진 적도 없죠. 이제는 달라요. 우리 것이라고 촌스럽게 느끼지 않고, 한국적인 것이라 더 마음에 든다고 말할 수 있는 때가 됐죠. 식당도 어디 골목에 숨은 할머니가 해주는 맛집을 더 좋아하고요. 그런 분위기가 저도 좋아요. 저또한 한국적인 모티프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고요.
저도 확실히 느끼는 변화예요. 한국적인 걸 어느 때보다 더 선호하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한편으로 '이야기'는 곰비임비의 핵심 가치라고 느껴지는데요. 이야기가 있는 주얼리는 어떤 맥락에서 의미를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얼리를 만드는 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에요. 그런데 사실 제 평생 꿈은 작가거든요.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요. 사람들은 작가와 주얼리 디자이너의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둘 사이가 굉장히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주얼리를 만드는 게 저에게 있어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 차이가 없거든요. 새로운 주얼리를 만들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고민해내죠. 그 지점에서 큰 만족감을 느끼고요.
이후에 출시한 시리즈 전부 마찬가지예요. 이를테면 '연리지' 시리즈를 누군가는 단지 예쁜 나뭇가지로 볼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의 인연이 강하게 이어져 있는 필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죠. 앞으로의 숙제는 제가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를 더 직관적이고, 친절하게 보여주는 거예요. 설명을 길게 덧붙이지 않아도 뭘 표현한 건지 알 수 있게요. 브랜드 이름처럼 곰비임비 이어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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