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 Feb 15. 2022

미라클모닝은 싫지만 루틴은 좋은 이유

루티너리 어플에 대한 뒤늦은 추천사


'루틴'이라는 말이 지겨워질 때쯤 앱스토어의 추천에 못 이기고 '루티너리'라는 어플을 받았습니다.

앱스토어의 에디터는 도대체 누구인지, 일러스트는 또 매번 누가 그리는지, 소개하는 어플마다 매력적이라 결국 다운로드를 눌러버리고 맙니다. (이렇게 이전에도 전혀 취향이 아닌 낚시 게임을 깔고 말았던 전적이 있습니다.)


루틴(Routine)은 주로 운동선수들이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일정한 습관 같은 걸 말하죠. 그런데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루틴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매체에 퍼지기 시작하고, 많은 유명인들과 성공한 유튜버들과 부지런한 마케터들이 루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윽고 루틴은 아주 중요한 트렌드이자 문화 현상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사실 전 루틴에 조금 부정적이었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제 성향 때문인데요. 본래 계획을 세우는 건 좋아하지만 지키는 건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시간 계획에 얽매이는 건 최악입니다. 정리하는 건 좋아하지만 남이 정한 규칙을 따라 정리하는 건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아주 예전부터 아침잠이 많은 올빼미형 인간이었죠. 그러니 가장 싫어하는 말은 미라클 모닝, 아침 루틴, 기적의 시간 활용법, 뭐 이런 것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침은 기적이 아니라 재앙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피곤하다!) 



왓츠 뉴 앱?

WHAT'S NEW APP



그런 제가 루틴이라는 말에 홀딱 반해버린 건 이 '루티너리'라는 어플 때문인데요. 어느 앱 스토어 에디터가 추천한 바로 그 어플 말입니다. 처음엔 아기자기한 UI와 신경 쓴 듯 말을 건네는 카피 때문에 사용해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왠지 삶이 좀 바뀌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


루티너리는 그야말로 루틴을 만들고 지키도록 도와주는 어플입니다. 나만의 루틴에 TO DO LIST를 만들고, 각각의 일을 수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할당해둘 수 있습니다. 루틴이 시작되면 순서대로 해야 할 일의 타이머가 실행됩니다. 시간이 종료되면 다음 행동에 대한 알림을 주고요. 



제 아침 루틴 세트를 같이 만들어 본다고 생각해봅시다. 저는 아침 루틴을 이렇게 구성합니다. 이불 정리 1분, 양치질 3분, 스킨케어 5분, 화장 10분, 옷 갈아입기 5분, 물 마시고 비타민 먹기 1분. 총 25분이 걸립니다. 잠깐, 이게 뭐가 루틴이냐고요? 요가나 명상이나 아침 조깅은 없냐고요? 변명을 위해 루티너리의 설명을 옮겨보겠습니다. 루틴이 꼭 거창하고 하기 힘든 것일 필요는 없어요. 물 마시기처럼 쉬운 것부터 시작해도 된다고요!


아침 7시에 일어나 이 소소한 루틴의 시작 버튼을 누르면, 어플은 차례대로 제가 해야 할 행동을 알려줍니다. 시간제한이 있기 때문에 양치를 하며 유튜브를 보느라 10분을 흘려보낼 수도, 입을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15분 이상을 지체할 수도 없습니다. 출근 전까지 준비하는 시간은 결국 25분 안쪽으로 유지되죠. 매번 허겁지겁 시간 계산에 문제를 겪던 저에게는 이것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시큰둥하신 분들에게. 아침이야 워낙 긴급하니 루틴의 효과를 크게 느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녁 루틴은 정말 달랐어요. '글과 친해지는 저녁 루틴'이라는 이름의 루틴을 만들었는데 효과가 좋았습니다. 삶의 질이 높아졌거든요. 어쩐지 그동안 평일 저녁이 금세 사라져 버리는 이유를 알게 되기도 했죠. (범인은 당연히 SNS입니다)


장장 2시간이 걸리는 이 루틴은 양치질과 샤워에서 시작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소소합니다) 저는 샤워를 해야 할 때 귀찮음을 이기지 못하고 오랜 시간 휴대폰을 보는 안 좋은 습관을 갖고 있었는데요. 그렇게 저녁 시간을 허비하고 나면 씻고 나와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루티너리의 저녁 루틴을 한번 시작하고 나면 곧바로 3분을 양치에만 써야 하고, 또 바로 15분은 샤워에만 써야 합니다. 괜히 보고 싶지도 않은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며 시간을 버릴 필요가 없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를 모두 끝내고 나면, 데스크톱 켜기 1분, 재즈 음악 준비하기 3분, 글쓰기 1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상 글쓰기를 시작한 순간부터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꼭 글을 1시간만 쓰라는 법은 없으니까!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할 때까지 최단 시간 안에 저를 키보드 앞에 앉혀 놓는다는 점에서 루틴은 대단했습니다


글쓰기 뒤에는 읽을 책을 고르는 시간, 독서 시간, 펜과 노트를 가져와 일기를 쓰는 시간도 정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은 잘 지키지 않습니다. 어차피 데스크톱 앞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한 뒤부터 책도 읽고 싶어 지고, 일기도 쓰고 싶어지거든요. 시키지 않아도 하니까 시간은 중요치 않습니다.





확실한 건 루티너리를 쓰기 시작한 이후로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다른 표현으로 옮기자면 제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대부분의 저녁 시간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던 릴스나 쇼츠, 블라인드 커뮤니티 같은 것들은 사실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죠. 귀찮은 일을 최대한 미루고자 하는 저항일 뿐. 


그러니까 루틴이 제게 가져다준 건 계획에 대한 구속이 아닌 자유였습니다. 제가 온전히 쓸 수 있는 자유 시간이 늘어났어요. 이 자유 시간에 꼭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보고 싶은 웹툰이 있다면 마음껏 봐도 되고,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하지만 제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에 하고픈 일을 하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사이에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너무나 다르죠. 그동안 다른 줄도 몰랐지만요.



루티너리는 무료 버전으로도 이용할 수 있지만 루틴을 2개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 지금은 무료 버전을 사용 중이라 아침 루틴/저녁 루틴 두 가지만 생성했지만, 유료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 재택근무 루틴도 추가할 예정이에요. 




+)

어쩐지 광고의 흐름 같지만 이 글에는 광고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종종 제가 발견한 좋은 것들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광고 없이요. 아뇨, 광고가 있다면 꼭 미리 말하겠습니다. 생길지는 잘 모르겠네요.


+) 

루틴을 구성하는 방식도 편안합니다. 해야 할 행동이나 습관을 마치 물건 고르듯이 쉽게 담을 수 있고, '하루키의 루틴', '오프라 윈프리의 루틴' 등 유명인의 루틴을 참고할 수도 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가 철저한 아침 루틴으로 유명하더군요. 여전히 일찍 일어날 생각은 없습니다만 하루를 고요하고 부지런하게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단하네요.) 

아이콘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커스터마이징과 아기자기한 UI는 루티너리의 큰 매력이에요.


다양한 할 일을 추가해 나만의 루틴을 만들 수 있습니다.


+) 

푸시 알림이 꽤 재미있습니다. 루틴을 지속하도록 응원하는 카피가 다양합니다. 어플이 워낙 많은 저는 정신이 사나워 보통 푸시 알림을 꺼두지만 마케팅 스터디를 위해 켜놔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플 상단의 카피. 매일 말을 걸어줍니다.

 

저는 닉네임을 지을 때 음식 이름을 빌려쓰곤 합니다.
부르스케타는 바게트에 과일과 치즈를 얹은 식전 요리입니다.

 

푸시 알림으로 꾸준히 동기부여를 해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