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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Oct 02. 2022

인터뷰|새로운 모임의 시작 D+52

인터뷰 시리즈: 시작하는 사람들 11


왓츠뉴는 이름 그대로 새로운 것들에 관한 콘텐츠입니다.

왓츠뉴의 인터뷰 시리즈 <시작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새로운 것에 첫 발을 내디딘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시작하는 사람들 #11

새로운 모임의 시작 D+52


#부산 영상제작모임 'AMAS'
#동호회장, 창립자, 리더
#스타트업 전략기획팀
#여행사, 일본어, INTJ, 드라마.


소개 부탁드립니다. 무엇을 새로 시작하고 계신가요?

저는 AMAS(아마스)라는 영상 동호회를 시작해 이끌고 있는 제이(jay)입니다. AMAS는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영상 제작 커뮤니티예요. 19년도 6월에 제가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동호회장을 맡고 있어요. 한동안 코로나로 활동이 어려웠는데요. 지난 7월에 홈페이지도 만들고 홍보도 하면서 대대적인 리뉴얼을 하고, 활동을 재개하고 있어요. 최근에 성장세가 커져서 60명 정도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고요.


AMAS가 어떤 동호회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어요?

영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함께 작품을 만드는 직장인 동호회예요. 예전에는 영상미가 있는 짧은 광고 영상을 주로 만들었어요. 최근에는 좀 더 스토리에 기반한 영화나 드라마 영상을 제작해요. 저부터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까 다른 회원 분들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시더라고요. 아마 한 두 달 뒤에는 또 새로운 성격의 작품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AMAS 폼보드도 직접 만들었다. 촬영 때마다 챙겨가는 소품.



동호회를 직접 만든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영상 동호회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사실 부산 사람이 아니에요. 타지에서 왔는데요. 연고가 없는 곳에 있으니 심심하더라고요. (웃음) 원래 영상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서울은 영상 동호회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있지만 부산에는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한번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소모임이라는 어플과 오픈채팅을 통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AMAS라는 이름으로 동호회까지 만들게 되었어요.


사람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운영하는 동안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신입 회원들을 오프라인 모임까지 나오게 하는 일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누구나 처음에는 만나면 어색하잖아요. 온라인에서부터 먼저 대화를 하면서 신뢰를 얻고,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감까지 심어주는 게 제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프라인에서는 서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서요. 매달 정기모임을 하는 한편으로 소규모 단위로 팀을 만들어서 교류도 하고, 팀별 작품도 만들도록 장려해요. 그럼 유대관계가 빨리 형성되더라고요.


AMAS의 로고. 'M'에 숨은 카메라가 영상 동호회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AMAS라는 이름은 어떤 뜻인가요?

원래는 ‘아마추어’에서 시작된 이름이에요. 저희는 모두 영상 아마추어로서 모여 있으니까요. 실제 현직에 계신 분들은 10명도 채 안 돼요. 개인적인 취미로 사진을 찍다가 들어오신 분들도 있고, 장비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 갖고 들어오신 분들도 많고요. 실력이 없어도, 장비가 없어도 누구나 함께할 수 있어요. 리뉴얼을 거쳐서 AMAS는 새 뜻을 갖게 되었는데요. 추억, 열정, 청춘을 뜻하는 단어의 앞글자를 따서 AMAS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었거든요. 이제 목표는 검색어에서 ‘아마스빈’에 이기는 겁니다. (웃음)


동호회장으로서 자부할 수 있는 AMAS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요?

저희는 순수하게 영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공동체 의식이 큰 편이에요. 기존 부산 동호회는 대부분 유튜버 모임이다 보니 개인적인 비즈니스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에, 저희 동호회에서는 영상을 함께 만드는 일에 더 의미를 두고 있어요. 그래서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시작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요.


동호회를 통해서 좋아하는 일을 시작해보는 데 큰 의미를 두시는군요.

네, 실제로 다들 영상을 한다고 하면 꼭 잘해야 하고, 멋있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좋아하는 걸 한다는 게 중요한 것 같거든요. 제가 신입 회원 분들께 꼭 이야기하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초창기 멤버 중에 웹소설 작가님이 계셨는데, 그분께는 영상이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3년 간은 촬영 용어를 하나도 모르셨는데, 스마트폰 하나 들고도 엄청 열심히 하세요. 그분을 사례로 다들 할 수 있다고 말해드려요. 우리는 전문적인 사람보다 새로 도전하는 사람을 응원한다고요. 용기를 얻으면 참여율이 좀 더 높아지더라고요.


사실 저도 그래요. 제 꿈을 대리 만족시켜주는 공간이라고 할까요? 유일하게 저를 다 쏟아내는 일, 돈이 되든 안 되든 행복을 위해 하는 일이 이 영상 동호회예요.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다 원하는 방향대로 갈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게 있다면 재지 말고 바로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본업이 따로 있으신가요?

네, 저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략기획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동호회와 병행하기에 시간이나 체력은 괜찮으세요?) 다행히 회사에서 워라밸을 많이 챙겨주는 편이라서요. 사실 '덕업일치'라고 하죠. 일도 제 성향과 잘 맞는 편이에요. 스타트업은 인원이 적으니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홍보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카탈로그를 기획하기도 하고, 브랜딩 패키지를 기획해서 디자이너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상상하던 걸 현실 속에 내놓았을 때 뿌듯함을 느껴요. 영상도 그래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한 이미지를 시각적, 청각적으로 표현해내는 일이니까요.


무언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시는군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신가요?

없는 편이에요. 제가 살아온 20대는 늘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여행사에 들어갔었고요. 그 전에는 방황도 많이 하고 이런저런 일을 해봤지만 큰 실패는 별로 없었다고 생각해요. 뭐든 해보면 다 경험치로 쌓이는 것 같아서 저에겐 실패에 대한 기억이 크게 없어요.


최근에 개인적으로 새로 도전해본 일이 있나요?

사소한 건데요. 얼마 전에 일본어 시험을 봤어요. 제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는데요. 중학교 때부터 일본 영화나 문화를 너무 좋아했거든요. 첫 여행도 일본으로 갔고요. 근거 없는 자신감에 공부도 하지 않고 시험을 봤어요. (웃음) 180점 만점에 59점을 맞은 거예요. 아, 역시나 실력은 실력이구나. 그래도 재밌었어요. 시험을 끝까지 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고요. 해냈다. 이런 기분.


맞아요. 아무런 목적 없이 외국어 시험을 본다는 게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꼭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하고 싶은 걸 해냈다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20대에는 여행을 좋아해 여행사에서 근무했다.
시나리오 '친절한 카페' / 시나리오 공부의 흔적


영상 시나리오를 직접 쓰기도 하시잖아요. 영상을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주로 어떤 곳에서 영감을 얻으세요?

예전에는 제가 직접 겪은 일을 중심으로 영상을 만드려고 했어요. 그런데 유튜브에서 이런 영상을 본 거예요. 초보자는 절대 자기가 겪었던 일로 시나리오를 만들지 말라고요. 공감이 가는 게, 저에겐 재미있는 일이지만 남들한테는 재미없을 수 있거든요. 특히 연애 소재. 저에겐 특별한 이벤트일 수 있지만 남들에게는 흔한 일일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드라마를 보면서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요. 정말 많이 봤어요. 요일 별로 챙겨보는 드라마가 다 있었고. 드라마에서 어떤 부분을 어떻게 차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요. 꼭 똑같이 하진 않더라도 초보자는 잘 만든 작품을 따라서 생각해보는 게 좋더라고요.


잘 만든 작품을 차용하는 것도 좋은 창작의 방법인 것 같아요. 진부한 말이지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죠!

네, 최근엔 관심 있게 본 해외 단편영화를 리메이크하려고 감독님께 직접 문의한 적도 있어요. 마이클 에반스의 'The Smiling Man'이라는 2013년도 작품인데요. 짧은 내용이지만 심리적인 긴장감과 공포를 주는 작품이라 재미있게 보기도 했고,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서 감독님께 메시지를 보냈어요.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 작품이 너무 좋아서 리메이크해보고 싶다고요. 다행히 좋다는 답변이 왔어요. 이제 이 작품을 한국에 맞게 재해석해서 찍어보려고요. (링크)


영상을 만드는 데 리메이크라는 좋은 방법도 있었군요. 작품을 보고 해외 감독님께 연락했다니 멋지네요.

창작이라고 해서 꼭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잘 만든 작품을 따라하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되는 것 같아요.


AMAS의 방식으로 리메이크한 'The Smiling Man(웃는남자)'
AMAS의 단체 티셔츠와 전용 폰트.



지난 7월에 대대적으로 동호회 리뉴얼을 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부분에서 리뉴얼의 필요성을 느끼셨나요?

우선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오프라인 활동을 다시 활성화해야 했어요. 동호회 홍보를 하면서 인원도 많이 늘렸고요. 그러면서 공동체 의식이나 소속감을 주는 요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작은 것에서부터 소속감이나 자부심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회원들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중요하게 생각하신 거군요. 어떤 일을 진행하셨나요?

첫 번째로 로고를 제작했어요. 체계적인 동호회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사실 '동호회'라 하면 뭔가 동네 느낌이 나잖아요. 그게 아니라 회사처럼 체계적이고, 시간이 흘러 전통 있는 대학교 동호회들처럼 만들고 싶었고요.

그리고, AMAS만의 폰트를 만들었어요. 제 손글씨를 바탕으로 제작한 건데요. 동호회 회원들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어요. 올해 목표는 이 로고와 폰트를 디자인 특허로 등록하는 거예요.

그 밖에도 활동 사진을 남기려고 폼보드로 AMAS만의 간판을 만들어서 들고 다니기도 하고요. 단체 티도 제작하고. (꼭 영화 스태프 티셔츠 같아서 좋네요.) 맞아요, 그걸 의도했어요. (웃음)


작고 세심한 부분까지도 고려하셨네요.

제이님은 앞으로 AMAS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길 바라시나요?

저는 모두가 이 동호회를 통해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AMAS에 소속된 것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으면 하고요. 마치 협회처럼. (웃음) 인플루언서들에게 팔로워가 모여야 힘이 생기는 것처럼, 동호회도 회원들이 모이고 뭉쳐서 활동해야 힘이 생기거든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고, 결국엔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동호회로 만들고 싶어요.


좋은 리더가 있으니 목표만큼 성장할 것 같아요!

제이님은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자, 다른 사람들이 새로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또 업데이트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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