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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Aug 03. 2022

인터뷰|새로운 아이디어의 시작 D+195

인터뷰 시리즈: 시작하는 사람들 10


왓츠뉴는 이름 그대로 새로운 것들에 관한 콘텐츠입니다.

왓츠뉴의 인터뷰 시리즈 <시작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새로운 것에 첫 발을 내디딘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시작하는 사람들 #10

새로운 아이디어의 시작 D+195



#당근의집
#인덱스숍 디렉터
#창직, 아이디어 디렉터, 기획, 호기심, ENFP
#모델, 스웨덴, 호떡, 파티, 사이드 프로젝트



소개 부탁드립니다. 무엇을 새로 시작하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인덱스숍에서 디렉터를 맡고 있는 안다비입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아서요. 작년 12월부터 '당근의집' @daangnhouse 이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당근의집이라니, 네이밍도 로고도 너무 귀여워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보다시피 '당근마켓'과 '오늘의집'을 합친 이름인데요. "당근마켓에서 산 물건으로도 오늘의집에 나오는 인테리어처럼 집을 꾸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든 프로젝트예요. 저희 집부터 올리기 시작해서, 해시태그나 메일로 다른 분들의 참여도 받고 있어요.


어떻게 그런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되신 건가요?

사실 독립을 하고 신혼집을 꾸리면서 시작된 일인데요. 집이 무옵션이라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 집을 당근마켓에서 산 물건으로 채우기 시작한 거죠. 그러고 사람들을 불러서 집들이를 하는데, 다들 집이 너무 예쁘다면서 '오늘의집 같은 데 올려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우스갯소리로 "이게 무슨 오늘의집이야. 당근의집이지." 하고 말장난처럼 던졌는데. 꽤 괜찮은 거예요. (웃음) 저도 집을 자랑하고 싶고. 그래서 오늘의집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생각해보니 당근마켓으로 꾸민 집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이 저 말고도 또 있을 텐데. 그럼 웹사이트나 앱까지는 아니어도 인스타그램 계정 정도는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바로 시작했어요. 우리 집 자랑을 하려고 시작한 게 결국 사이드 프로젝트가 된 거죠.


말장난에서 시작된 사이드 프로젝트라니, 시작부터 재밌네요.

맞아요. 덕분에 또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됐는데요. 얼마 전에 당근마켓에서 유튜브 촬영을 하러 저희 집에 왔어요. <지금 만나러 갑니당>이라는 콘텐츠 시리즈인데, 당근의집이라는 제 사이드 프로젝트를 보고 연락을 주신 거죠. 신혼집을 모두 당근마켓으로 꾸몄다는 게 흥미로워 보였던 것 같아요. 재미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까지 됐다는 게 뿌듯하기도 하고. (그런 게 사이드 프로젝트의 장점인 것 같아요.) 네, 항상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다주니까.


안다비님의 사이드 프로젝트 '당근의집'@daangnhouse
'당근의집'은 오늘의집과 당근마켓을 합친 이름이다. 로고도 두 가지를 합쳐 직접 제작했다.



사실 일을 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위한 시간을 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혹시 본업과 사이드 프로젝트 간의 균형은 어떻게 잡고 계시나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위한 시간을 따로 정해두거나 하진 않아요. 아무래도 사이드 프로젝트는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요. (일과) 똑같이 에너지가 들긴 하지만 마냥 에너지를 들이기만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에너지를 쓰기도, 받기도 해요. 콘텐츠 하나를 만들어도 오롯이 제 것이 되는 느낌이니까요. 힘은 들지만 바로 얻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힘들고 지칠수록 오히려 더 하게 되는 느낌? (네네, 저도 알 것 같아요. 힘들 때 사이드 프로젝트에 더 기대게 되고.) 물론 너무 힘들면 못 하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위안을 받게 돼요.


원래 무언가 새로 만드는 일을 좋아하시나요?

완전 좋아하죠. 제 MBTI가 ENFP인데 설명을 읽어보면 뭔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드는 걸 좋아한다고 나와있거든요. 확실히 그런 성향이 맞아요. 일을 만들 때 제일 즐겁더라고요. 무언가 떠올라서, 생각한 걸 구체화하는 그 시기가 항상 재밌고 설레요. 힘든 걸 다 잊을 수 있고. 삶의 낙이 생겨요.



직접 만든 아이디어 디렉터 명함


이런 성향 때문이기도 한데, 창직을 한 적이 있어요.


'창직'이요? 직업을 새로 만들다니 흔치 않은 경험이네요! 어떤 직업이었나요?

아이디어 디렉터라는 이름으로 창직을 했어요. 제가 커리어 고민을 정말 오래 했는데요. 어렸을 때 꿈은 모델이었어요. 제 키가 180cm거든요. 근데 모델 일은 직접 해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르더라고요. 대학 가기 전에 꿈이 없어졌어요. 그러고 제가 행복한 일이 뭘까 생각해 보니, '손재주를 가지고 아이디어를 내서 누군가를 감동시킬 때' 제일 행복한 것 같더라고요. 그런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찾다 보니 파티 플래너가 떠올랐어요. 이벤트 연출과를 전공하면서 파티 플래너가 되기 위해 준비를 했는데. 막상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보다는 무조건 많은 사람들이 오게 하는 일에 가깝다는 걸 느꼈어요.


그 다음으로 생각한 게 디자이너, 또 다음은 광고 기획자인데요. 저는 이렇게 한 가지 분야에만 아이디어를 내는 게 아니라 분야에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 하고 싶더라고요. 광고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책이 있잖아요. 거기서 '디렉터'라는 말을 따와서 '아이디어'를 붙였어요. 아이디어 디렉터라는 직업으로 명함도 만들었죠. 왜, 명함은 누구나 만들 수 있잖아요. (웃음) 그러고 아이디어 디렉터로 뭘 할지 생각했어요.


'원하는 일이 분명하니 내가 직업을 만든다'. 발상의 전환이네요. 아이디어 디렉터로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5년 동안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전시하고, 강연을 했어요. 누군가는 작가라고 부르기도 하고, 동기부여 강연가라고 부르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아이디어 컨설팅 회사에 입사해서 일을 하게 됐어요. 제가 원하던 대로 분야에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었어요. 이를테면 기업에서 신제품을 만들 때 같이 아이디어를 내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고요. 그렇게 1년을 일하다가 지금 직장으로 오게 됐어요. 이제는 기업 컨설팅이 아니라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제가 내는 아이디어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바로 적용할 수 있으니까.


지금 하고 계신 디렉터라는 명칭 자체도 직접 만드신 건가요?

맞아요. 제가 직접 만들고 넣었습니다. (명함을 보여주며, 웃음)

지금은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무언가 영감을 얻고, 경험하고, 자기 것을 만들어내도록 하기 위해 고민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곳이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공간이 되었으면 하거든요. 브랜드와 협업을 제안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여기까지 오셨군요.



'why'라는 글자에서 발견한 튤립 모양. 이 낙서로 전시를 열고 작품을 판매했다.
낙서전은 지속적으로 강연을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처음 아이디어 디렉터라는 직업을 만들어서 전시와 강연을 하게 된 과정도 궁금해요.

그때 당시에 제 주변 또래들을 보면 다들 꿈을 잃어버리고 있더라고요. 반면에 저는 끊임없이 좋아하는 걸 찾아나갔잖아요. 주변에서 '넌 아직도 꿈을 꾸네. 대단하다' 이렇게 얘기하기도 하고, 또 한편에서는 '학생도 아니고 어른이 무슨 철 없이 좋아하는 일을 찾냐. 왜 그렇게 욕심이 많냐' 이런 반응을 보이기도 했어요. 저도 가치관의 혼란을 겪다가, 어느 날은 종이에 낙서를 하면서 한번 생각을 정리해봤어요.


이게 어른이 되는 건가? 왜 사람들은 대기업을 가는 것만 성공이라 이야기하고, 왜 좋아하는 일을 하고 꿈을 꾸는 건 욕심이라 말할까? 그럴 거였으면 어릴 때 꿈이 뭔지 물어보지나 말지. (웃음) '왜, 왜, 왜' 하면서 'why'라는 글자를 계속 적다가 갑자기 why라는 글자 속에서 튤립이 보이는 거예요. 웃음이 나왔어요. 그리고 왜 저는 꿈을 이루지는 않았어도 다른 친구들처럼 꿈을 잃지는 않을 수 있었는지 깨달았어요. '왜'라고 묻는 호기심 덕분이더라고요. 왜 그렇게 살아야 하지, 왜 그래야 하지? 수도 없이 물으면서 세상의 시선을 뿌리치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고 싶어 졌어요.


제가 튤립을 발견한, 수도 없이 많은 why를 썼던 그 낙서를 가지고 전시회를 열었어요. 한 명이라도 와서 본다면 이 낙서를 왜 했고, 어떤 걸 전달하고 싶었는지 얘기하려고요. 신기하게도 이 일을 시작으로 계속 전시를 하고 작품을 팔고, 강연도 하게 됐어요.


세상에 전하고 싶은 확고한 메시지가 새로운 일의 출발점이라니, 멋져요. 사실 다비님께 본업과 사이드 프로젝트의 경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여요.



 네덜란드 멘토스 본사에서.



말씀해 주신 이외에도 새로 시도해봤던 프로젝트가 있나요?

사실 되게(되게 되게 되게) 많아요. 예를 들어서 제가 멘토스 광고를 만들어서 네덜란드 본사에 찾아간 적이 있어요. (네덜란드요?) 네, 예전에는 UCC라고 했는데. 제가 너무 만들어보고 싶은 광고가 있어서 제 나름대로 UCC를 만들어서 사무실로 찾아갔어요. 약속도 잡지 않고 그냥 찾아가 영상을 보여드렸죠.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는데... 20대의 패기였죠.


찾아가서는 어떻게 되셨나요?

직원 분들이 굉장히 당황하셨어요. 웬 한국인이 갑자기 찾아와서 광고를 만들고 싶다고 하니까. 심지어 저는 그때 영어도 잘 못했거든요. 그분들이 '정말 미안하지만 우리 광고 팀은 회사 내부에 있지 않고 외주 업체가 따로 있다. 그러니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결국 이 영상이 실제 광고로 만들어지는 일은 없었지만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외국도 처음 나가봤거든요.


첫 해외 경험이 광고를 만들러 멘토스 본사에 가신 거라니, 용기가 대단하세요.

사실 제가 겁이 진짜 많아요. 그런데 목표가 생기고 하고 싶은 게 생기니까 뭔가 미친 사람처럼 용기를 내서 가게 되더라고요. 그때 그걸 느꼈어요. 무언가 하고 싶어 하는 힘이라는 건 정말 무서운 힘이구나. 전 비행기 값이 그렇게 비싸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비행기 값을 목표로 알바해서 돈을 모으기도 하고. 여러모로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였죠.



스웨덴으로 떠난 워홀
스웨덴 내 한인 커뮤니티를 통해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결과보다 값진 과정을 얻으셨군요.

그 뒤에 한 번은 스웨덴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왔어요. 두 가지 프로젝트를 해봤는데. 하나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제목으로 소소하게 심부름을 도와주는 프로젝트였어요. 온라인 한인 커뮤니티 카페에 이런 글을 올렸는데요. '나는 스웨덴에 워홀을 온 사람인데, 시간 여유가 되니 어떤 일이든 맡겨달라.'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거나, 이케아 가구를 조립해야 되거나, 파티를 준비해야 되는데 일손이 부족하거나. 무엇이든 상관없으니 도와주겠다고요. 페이는 시간과 상관없이 200 크로나(현재 환율로 약 2만 5천 원)를 받았어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이 프로젝트를 한 거거든요.


제가 안전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프로젝트 소개 영상도 찍어 올렸어요. 꽤 반응이 좋아서 일도 많이 했어요. 파티 음식을 준비하기도 하고, 명함 디자인을 하기도 하고. 어떤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국 분께서는 너무 기특하다며 비빔밥을 대접해주신 적도 있어요. 이때도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생긴 거죠.


발상 자체도 너무 재미있는데 훈훈한 결과까지. 스웨덴에서 했던 또 다른 프로젝트도 소개해주세요.

만났던 한국 분들마다 다들 걱정하신 부분이 있어요. 스웨덴의 겨울은 밤이 무척 길고 춥거든요. 해가 잘 안 들고요. 우울을 겪으면서 많은 워홀러들이 겨울을 보내지 못하고 떠난대요. 스웨덴을 워홀러들의 지옥이라고 표현할 정도였어요. 어떻게 하면 긴 겨울을 우울하지 않게 잘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호떡'을 떠올렸어요. 한국의 겨울 간식. 한 개에 한국 돈 5천 원을 받고 호떡을 팔아봤어요. 왜, 호떡은 만드는 사람도 재미있는 음식이잖아요. 생각보다 장사가 정말 잘 됐어요. 눌러앉아서 호떡 장사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웃음) 결국 스웨덴에서의 9개월을 정말 재미있고 의미 있게 보내다 왔어요.


사실 스웨덴이 워킹 홀리데이로 선택하기 쉬운 나라는 아니잖아요. 영어권이 아니라 스웨덴어도 새로 배워야 하고요.

오히려 영어권이 아닌 곳을 택해서 스웨덴어를 배웠던 게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주위 사람들은 언어를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냐,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더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니까 호기심이 들잖아요. 오픈 마인드로 접근할 수 있고요. 사실 저 같은 분들이 정말 많으실 텐데, 영어를 십몇 년이 넘도록 정말 힘들게 배웠잖아요.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받고. 그런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해서 순수한 호기심으로 접근할 수 있는 언어는 더 빨리 배울 수 있어요. 훨씬 재미있고, 언어에 대한 관점 자체가 달라지게 돼요. 스웨덴어를 배우고 나서 영어를 다시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전 영어보다 스웨덴어를 더 잘해요.


저도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영어보다 더 재밌게 배운 경험이 있어서 정말 공감 가네요. 오랜 영어 공부 과정이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준 것 같기도 해요.



계획하고 계신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나요?

뉴스레터​​​ 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최근에 저에게 계속 반복되던 키워드가 '용기'였거든요. 저한테 사람들에게 용기를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뉴스레터로 풀어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저도 새로운 일을 벌이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다비님과의 차이점이 '용기'에 있는 것 같아요. 나를 드러내고, 내 이야기를 하는 용기요.

네네, 좀 더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자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클래스 제안이 올 수도 있고, 인터뷰가 들어올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그랬고요. 바로 수익이 되지 않아도 수익이 될 수 있는 밑바탕이 생겨요. 사실 스토리는 누구나 갖고 있잖아요.


나만의 스토리로 만드는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조언도 감사드려요.

사이드 프로젝트부터 창직에 대한 이야기까지. 덕분에 저도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의지와 에너지를 얻고 가요. 다음에도 꼭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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