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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Jun 27. 2022

인터뷰|새로운 출간의 시작 D+23

인터뷰 시리즈: 시작하는 사람들 09


왓츠뉴는 이름 그대로 새로운 것들에 관한 콘텐츠입니다.

왓츠뉴의 인터뷰 시리즈 <시작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새로운 것에 첫 발을 내디딘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시작하는 사람들 #09

새로운 출간의 시작 D+23



#<어서 와, 연예기획사는 처음이지?> 작가
#홍보, 마케팅, 블로그, 체코, ISTJ.
#뷰티 브랜드 마케터
#출판 경험, 책 모임, 유튜브


소개 부탁드립니다. 무엇을 새로 시작하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벨루가라는 필명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얼마 전 <어서 와, 연예기획사는 처음이지?>라는 첫 책을 출간했습니다. 본업은 직장인이에요. 책에도 4년 간의 연예기획사 홍보팀에서의 직장생활을 담았어요.


직장생활을 바탕으로 책을 출간하셨다니 멋지네요. 어떤 계기로 책을 내셨나요?

사실 "책 내고 싶다" 이런 얘기 다들 많이 하잖아요. ("유튜브 해야지" 이런 것처럼요.) 저도 언젠가는 책을 내고 싶다고 항상 말만 하는 편이었는데. (웃음) 어느 순간 스스로 반성하게 되는 거예요. 말만 하면 어떡해. 진짜 하고 싶으면 뭐라도 해야지. 말만 하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으니까 일단 쓰기로 결심했어요.


브런치가 글을 쓰기 좋은 플랫폼이라고 들었어요. 공모전도 있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더라고요. 작가 신청을 할 때 연예기획사에 다녔던 이야기를 쓰겠다고 기획서를 냈어요.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게 2019년 9월부터인데요. 일단 글을 쓰다 보면 어디선가 책을 내자고 연락이 올 수도 있고, 제가 연락할 수도 있고.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쓰다 보니 원고를 투고할 때쯤에는 조회수가 6만 회 넘게 나오고, 구독자도 100명이 넘었더라고요.


꽤 오랜 시간 브런치에 글을 모아서 출간에 성공하신 거군요.

맞아요. 조금씩 글을 모아서 본격적으로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했죠. 출판사 150곳 정도에 투고 메일을 보냈어요. 에세이로 유명한 곳을 검색해보고, 서점에서 제 책과 비슷해 보이는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출판사 메일 주소를 쭉 리스트업해서 투고 메일을 보냈어요. 대부분 거절당했어요. 그중 처음으로 한 곳에서 연락이 와 미팅을 요청했어요. "벨루가라는 사람이 어떤지 너무 궁금하다"라고 하더라고요. 미팅 후에 이 출판사와 출간 계약까지 하게 됐어요.


150곳의 출판사에 연락하시다니, 투고 과정도 험난했군요.

한번 메일을 보내나 보자, 이런 생각이었죠. 출판사와 계약이 되면 좋고, 안 돼도 제 일상은 어차피 똑같은데 손해 볼 일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메일을 보내는 건 공짜니까. 힘든 일도 아니고 원래 맨날 하는 일인데. (웃음)


제가 당시에 파일 형태의 원고가 아니라 브런치 링크를 드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출판사에서 링크는 잘 읽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보통은 원고 파일을 보내고요. 그런데도 편집자님이 제가 궁금하다고 설득해서 미팅까지 해보게 됐어요. 운이 좋았죠. 그래도 그 운은 메일을 보내야 시작되는 거니까요.





출판사 미팅 이후의 과정도 궁금해요.

브런치에 올린 글을 책으로 낼 수 있게 목차도 재구성하고, 내용도 추가해서 다시 원고를 보내기로 했어요. 몇 주 시간을 내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만들고 몇 개의 꼭지는 새로 썼어요. 그러고 계약을 하게 됐죠. 그 다음에는 정해진 데드라인까지 1차 원고를 써야 했는데, 글이 너무 안 써지는 거예요. 분량도 더 보충해야 하고, 책으로 내는 글은 인터넷에 쓰는 글과 달라야 하니 부담이 되어서요. 출판사에 찾아가 편집자 분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책을 어떤 방향으로 쓰는 게 좋을지요.


원고가 완성된 이후에는 여러 차례 교정과 피드백을 거쳐요. 한글 파일에 빨간 펜으로 교정해주시거든요. 그럼 제가 다시 의견을 적어 보내요. 어떤 부분은 삭제하지 않고 남겼으면 좋겠다든지, 어떤 부분은 추가하겠다든지.


제목은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연예기획사에 정말 잘 어울리는 제목 같아요.

그렇죠. (웃음) '어서 와 ~ 처음이지?'라는 밈 자체가 연예계에 딱 맞고. (예전에 <슈퍼스타K>에서 나왔죠.) 사실 제목 후보가 여러 개 있었어요. 제가 드린 것도 있고, 출판사에서 준 후보도 있고. 책이 연예기획사라는 워낙 좁은 업계를 담고 있다 보니까 더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제목을 고를까 하는 고민도 있었어요. 그런데 제목만 보고 책을 읽었을 때 독자가 생각지 못한 내용이 나오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책의 내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제목으로 골랐어요.


이 책을 어떤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연예기획사 홍보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어요. 사실 처음에 책의 프롤로그에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라는 시를 싣고 싶었어요. 아무도 수심을 일러준 적 없었기에, 나비가 청무우밭인 줄 알고 바다에 가서 날개가 젖어 온다고요. 아무도 저에게 연예기획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준 적이 없어요. 저는 바다에 갔다 온 나비니까 이 업계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어요.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경험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지요. 특히 연예기획사 홍보에 대해서는 거의 정보가 전무해서요.




연예기획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일단 호기심이 먼저 들어요. 제 일과 관련이 없어도 흥미로운 업계라서요. 벨루가님은 어떻게 연예기획사에서 일하게 되신 건가요?

대학교 4학년쯤 되면 취업 프로그램 많이 하잖아요. 저도 졸업 직전에 그런 취업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당연하게 대기업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공채를 준비하고 면접을 보고. 그런데 면접을 보면 업계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게 티가 나잖아요. 통신, 보안, 이런 것들은 제가 평생 관심 가져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당연히 붙을 줄 알았던 면접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많이 힘들었어요.


생각해 보니 원하는 분야도 아닌데 '남들이 가니까' 아무 생각 없이 대기업에 지원한 거죠. 그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전부터 친구들에게 "나는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연예기획사를 차릴 거야"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게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연예기획사에 지원해보기로 했어요. 원하는 걸 해보기 위해서요.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연예기획사를 선택하셨군요. 연예기획사 일은 어땠나요?

정말 재밌었어요. 다이내믹한 일도 많고요. 물론 힘든 일도 많긴 했지만. (웃음) 연예기획사는 피드백이 정말 빠른 편이에요. 제가 한 일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빠르게 체크할 수 있어요. 가끔 제가 작성한 보도자료가 포털사이트 메인에 걸려 있고,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하면 기분이 좋죠. 이직이 잦은 분야라 회사를 자주 옮겼어요. 총 4군데의 연예기획사에서 일을 했거든요. 결국에는 워라밸도 없고 밤낮없이 일하면서 제 몸을 너무 혹사시키는 것 같아 업계를 떠나게 됐어요.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좋았던 순간이 여러 가지 생각나는데요. 소속 가수가 1위를 했을 때도 정말 기뻤고, 콘서트에서 팬들이 너무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어요. 콘서트에 온 팬들의 순수하게 행복한 표정이 기억에 남아요.


반대로 힘든 점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연예기획사 하면 극악의 워라밸이나 높은 업무 강도가 먼저 떠오르기도 하는데. 어떤 점이 제일 힘드셨나요?

아무래도 밤낮도 주말도 없다는 점? 새벽에도 전화가 오고요. 주말에 방송이 많다 보니 주말에도 일하고요. 특히 명절에 추석 특집, 설 특집 방송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럼 저희는 방송 모니터링도 해야 되고, 보도자료를 써서 보내야 할 때도 많아요.


벨루가님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이미 시도해보신 입장에서요.

 일단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해봐야 자신에게 맞는지  맞는지   있잖아요. 직접 경험해보고 결정하는  좋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 연예기획사를 떠나긴 했지만 충분히 일해볼 만큼 해봤기 때문에 후회가 없어요. 일을 그만둘 때도 제가 해보고 싶은 만큼  해봤기 때문에 지금 그만둬도 후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첫 일본 해외 출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


지금은 어떤 업계에 종사하고 계시나요?

뷰티 업계에서 일하고 있어요. 뷰티 브랜드 대행사에서 근무하기도 했고, 지금은 한 뷰티 브랜드의 인하우스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이직 당시 어떤 업계로 갈지 결정하기 위해 제가 뭘 좋아하는지 다시 고민해봤어요. 전 화장품도 좋아하거든요. 화장품을 홍보하는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면접 볼 때 연예기획사에서 배우들 메이크업 화보도 찍고, 보도자료도 써봤던 점을 어필해서 붙었고요.


예전에 어떤 뷰티 에디터 분과 이야기하다가 나온 말인데요. 그분이 "저희 업계는 너무 좋은 것 같아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왜요?"하고 물어보니까 "항상 반짝거리고 예쁜 것만 보고 일하잖아요."라고 답하셨어요. 이게 뷰티 업계에 대해 제가 느낀 점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 같아요. 그 자체로 예쁘고, 사람들에게도 반짝거리고 아름다운 결과물을 보여주는 일이잖아요. 그런 점이 좋아요.


이직을 꽤 자주 하신 편인데, 이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자주 옮긴 것 같은데. (웃음) 프로 이직러죠. 전혀 후회는 없어요. 덕분에 여러 군데 다녀본 거죠. 다양한 회사를 알게 되고. 계속 한 군데만 있다 보면 그 속에 매몰될 수도 있잖아요. (이직하는 최소한의 근무 기간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한 분야에서 최소 2년은 있어야 그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는 것 같긴 해요. 다만 회사가 정말 이상하다면 참지 말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매번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는 게 힘들진 않으셨나요?

물론 새로운 업무 시스템을 배워야 하고, 새로운 사람들에 적응해야 하니까 힘들긴 하죠. 그런데 제 성격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스타일은 아니라서요. 어차피 사람 사는 것도 비슷하고, 일하는 것도 비슷하고. 이상한 사람들이 있으면 마음 맞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크게 힘들진 않았어요.


사실 연예기획사를 다니는 장점 중 하나인데, 강철 멘탈이 돼요. 여기서 일하다 보면 멘탈이 길러지니까 만약 강한 멘탈을 갖고 싶다면 연예기획사를 추천합니다. (모두 웃음)



'글쓰는 벨루가' 유튜브 채널


그밖에 최근에 새롭게 시작한 일이 있나요?

우선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유튜브 해야지" 이런 말 많이 하는데 막상 하진 않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그러다가 요즘 업무 중에 뷰티 유튜버를 많이 보게 되니까 저도 시작해볼까 싶더라고요. '일주일에 한 개는 무조건 올리자, 완벽하지 않더라도 올리자'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11개 영상을 찍어서 올렸어요. 장비도 별로 없어요. 핸드폰과 아이패드만 가지고 찍고 편집하거든요. 요즘 편집 프로그램도 워낙 잘 나오고요. 가볍게 시작했는데 한 영상은 조회수가 2천 회 정도 나왔더라고요.


또, 최근에 드로우앤드류의 직장인 서포터즈에 참여했어요. 책을 한 권씩 주면 읽고 서평을 올리고, 줌에서 만나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이 안에 저처럼 마케팅을 하는 사람도 있고, 사진작가, 미술가, 독립서점 운영자도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듣는 게 재밌어요. 이런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요. 이 서포터즈도 별생각 없이 '이런 걸 하네?' '책을 준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니고, 힘 드는 것도 아닌데 해볼까?' 이런 생각으로 하게 됐어요.


새로운 일을 쉽게 시작하는 편이신가요? 어떻게 주저하지 않고 일을 시작할 수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생각이 그렇게 깊은 편이 아니라서. (웃음) 그런 사람들 많잖아요.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닌 것 같은데' 생각하는. 저는 그런 생각을 안 해요. 아무리 허접하고, 날것이고, 아무도 안 본다고 해도 제가 재밌는 걸 해요. 브런치도 그렇게 시작했고, 블로그나 유튜브도 마찬가지예요. 그 유명한 '김연아 연습 짤' 아세요? 연습할 때 무슨 생각하냐고 물으니까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하잖아요. 그 마인드로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고민이 많으면 시작할 수 없잖아요.


오늘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돈 드는 것도 아니고, 힘 드는 것도 아니고'인데요. (웃음)

실행력이 정말 대단하셔서 저도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다음엔 또 어떤 일을 하고 계실지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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