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0 처음 사는 우리 아기 옷

by 별집

이모님은 아들의 배냇저고리를 안 버리고 꾸준히 보관하다가 아들이 결혼할 때 선물로 주셨다고 한다. 아드님이 마흔이 다 되어서 결혼했다 하니, 무려 40여 년의 긴 세월 동안 옷을 보관하신 거다. 주기적으로 꺼내서 세탁하고 다리며 정성스레 관리한 덕분에 옷이 해지지 않았다고. 우리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입었던 옷, 그 특별함을 이모님은 긴 세월 동안 고이고이 간직하며 사시다가 장성한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하셨다. 아드님이 무척 기뻐하셨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머릿속이 좀 복잡해졌다. 난 아직 초밥이의 옷을 산 적이 없다. 출산선물로 받은 옷들과 물려받은 옷들로 이미 충분했다. 배냇저고리도 선물 받은 새거 한 벌, 물려받은 거 두 벌, 총 세 벌이 있어서 돌려 입는데 무리가 없었다. 아기옷이 생각보다 가격이 있기도 하고, 모로반사 때문에 스와들업을 계속 입혀와서 굳이 옷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모님 얘기를 듣고 나니 불현듯 '아차' 싶었다. 아쉬움이 마음속에서 계속 찰싹거렸다.


보통은 임신했을 때 설레는 마음으로 아기옷이나 신발 한두 벌쯤 사기 마련인데 나는 늦게까지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여유가 없었던 것 것 같다. 백화점 아기옷 매장을 남편과 지나친 적은 있는데, 백화점이다 보니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이 느껴져서 그냥 지나쳤었다. 어차피 아기옷은 오래 입히지도 못하지 않나. 생각해 보니 엄마가 '그래도 애기 배냇저고리 한 벌은 사야지'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굳이?'라는 생각이었고 이 선택이 너무나 당연했던 거라 지나고 나서 다시 떠올려본 적도 없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초밥이를 위한 옷 한 벌 사지 않았다는 게, 살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게 너무 미안해졌다.


이제라도 사야겠다. 결심. 배냇저고리를 사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다른 옷이라도 직접 발품 팔아서 한 벌 사 입혀야지 이 마음이 풀릴 것 같았다. 남편은 '굳이?'라는 표정이었지만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다며 알겠다고 했다. 다만 뭘 사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는 멀건 표정을 짓길래 어떤 어떤 매장에 가서 점원에게 아기 개월수와 성별을 말하고 바디슈트 추천을 받으라고 일러주었다(최대한 구체적으로). 백화점에서 남편은 점원이 추천해 준 옷 두 벌을 사진 찍어 보냈고 나는 골라주었고 그렇게, 초밥이의 첫 옷이 아빠 손에 들려 집에 도착했다.


지나고 보면 참 별 거 아닐 것도 같은데, 유난이었나 싶기도 할 것 같은데 그래도 지금은, 이 행위가 꼭 필요했다. 되돌아간다면 첫 배냇저고리를 꼭 내손으로 고르고 사고 싶다. 그 작은 옷을 보며 아기를 기다릴 것 같다. 배냇저고리는 얼마 입히지 못하는 작은 옷이 아니라, 아기를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의 상징이라는 걸 너무 뒤늦게 알아버렸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