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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잎 Aug 15. 2022

그때도 오늘

- '이희준-오의식' 2인극


     

이 연극을 본 날은 2022년 1월 30일 일요일 2시였다. 

몇 번 안 되는 이희준, 오의식 캐스팅.


이희준 배우의 연기를 실물로 꼭 보고 싶었는데, 오의식 배우를 발견하는 덤을 얻었다.

꽤 가까운 좌석이어서 표정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1920년대 경성의 감옥

1940년대 제주 중산간 마을

1980년대 부산 유치장

2020년대 근미래 최전방 초소      


4개의 시간과 장소에 놓인 두 남자의 대화가 연극을 이끌어간다. 

시기와 배경으로 유추할 수 있듯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기를 정말 잘해서 배우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희준 배우는 얼굴이 매우 커서 마치 큰 바위 얼굴을 보는 것 같았고, 

핀 조명이 얼굴을 비추면 커다란 조각상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연기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서 그런지 비장미 위에 숭고미도 얹어지는 듯했다.    

  

오의식 배우는 얼굴 크기는 이희준 배우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저런 사건사고를 겪는 와중에 

그 많은 대사를 능란하게 치면서 극을 이끌어가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데에 실패하지 않았다.     


관객은 바빴다. 

두 배우를 쫓는 관객의 시선은 쉴 틈이 없었다.    

  

극본이 아주 좋았다. 

우리 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을 설정했기에 더 크게 와닿았다.

특히 마지막 근미래 전방 초소 설정은 신의 한 수다. 
 

우리 역사의 근본적 모순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또 미래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언제 어디서 또다시 누군가의 고통으로 되살아날지 모른다. 

언제건 어디서건 어떤 식으로 건, 누군가는 죽는다.      


배경 음악은 유일하게 유재하다. 

그의 곡 서너 개가 막간에 나온다. 

어울리지 않는 듯한데 희한하게도 음악이 나올 때마다 코끝이 찡해졌다.

방금 전개된 이야기의 여운에 잔잔히 잠길 수 있게 하는 절묘한 음악 설정으로 느껴졌다. 


앞으로 다시 상연될 듯하다. 

다른 배우 버전으로 다시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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