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준-오의식' 2인극
이 연극을 본 날은 2022년 1월 30일 일요일 2시였다.
몇 번 안 되는 이희준, 오의식 캐스팅.
이희준 배우의 연기를 실물로 꼭 보고 싶었는데, 오의식 배우를 발견하는 덤을 얻었다.
꽤 가까운 좌석이어서 표정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1920년대 경성의 감옥
1940년대 제주 중산간 마을
1980년대 부산 유치장
2020년대 근미래 최전방 초소
4개의 시간과 장소에 놓인 두 남자의 대화가 연극을 이끌어간다.
시기와 배경으로 유추할 수 있듯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기를 정말 잘해서 배우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희준 배우는 얼굴이 매우 커서 마치 큰 바위 얼굴을 보는 것 같았고,
핀 조명이 얼굴을 비추면 커다란 조각상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연기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서 그런지 비장미 위에 숭고미도 얹어지는 듯했다.
오의식 배우는 얼굴 크기는 이희준 배우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저런 사건사고를 겪는 와중에
그 많은 대사를 능란하게 치면서 극을 이끌어가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데에 실패하지 않았다.
관객은 바빴다.
두 배우를 쫓는 관객의 시선은 쉴 틈이 없었다.
극본이 아주 좋았다.
우리 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을 설정했기에 더 크게 와닿았다.
특히 마지막 근미래 전방 초소 설정은 신의 한 수다.
우리 역사의 근본적 모순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또 미래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언제 어디서 또다시 누군가의 고통으로 되살아날지 모른다.
언제건 어디서건 어떤 식으로 건, 누군가는 죽는다.
배경 음악은 유일하게 유재하다.
그의 곡 서너 개가 막간에 나온다.
어울리지 않는 듯한데 희한하게도 음악이 나올 때마다 코끝이 찡해졌다.
방금 전개된 이야기의 여운에 잔잔히 잠길 수 있게 하는 절묘한 음악 설정으로 느껴졌다.
앞으로 다시 상연될 듯하다.
다른 배우 버전으로 다시 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