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슈만의 패션 사진북
<Satorialist> 스콧 슈만, 박상미, 월북, 2010
<Satorialist Closer> 스콧 슈만, 박상미, 월북, 2012
<Satorialist X> 스콧 슈만, 박상미, 월북, 2015
이토록 멋진 패션 사진북이라니!
12년 전 사진도 6년 전 사진도 다 어제 찍은 듯하다.
유럽과 미국에만 멋쟁이들이 있어서가 아닐 것이다.
사진을 찍은 작가의 눈으로 발굴된 멋쟁이들이다.
사진에 찍힌 거리의 모델들은 각자의 컨셉이 있다.
어떤 이는 색감으로, 어떤 이는 디자인으로, 또 어떤 이는 언밸런스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누구든 자기정신을 장착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입든 자기만의 패션이 될 수 있고,
그것이 모이면 자신만의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사진북은 보여준다.
그렇다면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방법은 무엇이지?
바로 다음 문장에 답이 있다.
이 일을 한참 하다가 든 생각, 사람들이 무엇을 입고 있느냐에서 한 차원 넘어 “내가 저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를 질문해야 한다. - <Satorialist> 233쪽
멋진 그 사람이 입은 옷이 무엇인지 찾으려 하지 말고, 내 눈에 그것이 멋져 보이는 이유를 찾으라는 것.
자신이 어떤 소재와 디자인에 끌리는지, 무슨 색을 선호하는지, 어떤 스타일에 영감을 얻는지 알아나가야 한다는 것.
이것을 잘 알게 되면 스타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유행도, 명품도 오는 즉시 나에게 휘둘리게 될 것이다.
애쓰지 않은 멋이란 없다. 언젠가 아무 생각 없이 옷장을 열어도 완전히 멋진 앙상블을 꺼내 입을 거라고 비밀리에 꿈꾸고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길 바란다. 승산 없는 싸움이니 말이다. 내가 아는 모든 멋쟁이들은 체형을 보완하고 직업과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고 날씨에 맞는 옷을 예산 안에서 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소비한다. 이는 그들이 가진 돈의 액수보다는 그들이 얼마나 현실에 조율되어 있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거의 도를 깨치는 수준의 자기 자신에 대한 자각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Satorialist Closer>- 183쪽.
작가의 이 말이 나에겐 힘이 되었다.
그동안 거울 앞에서, 옷장 속에서, 쇼핑몰에서, 백화점에서, 거리에서 옷과 스타일을 찾느라 보냈던 나의 많은 시간들을 아깝지 않게 해주고 스타일에 집착했던 나 자신을 부끄럽지 않게 해주는 말이다.
내가 사치와 허영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의 직업과 라이프스타일과, 무엇보다 나의 ‘자기정신’에 맞는 스타일을 찾아왔던 것이다.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이었다.
어린 시절 아침에 일어나 뻗친 머리가 가라앉지 않으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징징댔던 것,
중딩 시절 개버딘 면 스커트를 사달라고 며칠 동안 투쟁했던 것,
고딩 시절 우리 동네보다 2배 비싼 옆 동네 미용실에 가서 커트를 했던 것 등
속으로 부끄러워했던 행동들을 부끄럽지 않게 해주는 말이다.
그리고 50이 넘은 지금도 매일 패션 유튜브를 보고 잡지와 사진을 찾아보는 나를 긍정하게 해주는 말이다.
당신 옷이 저런 식으로 우아하게 낡아가길 원한다면 자꾸 새 옷을 사지 말고 지금 갖고 있는 옷을 입으라고요. - <Satorialist Closer> 95쪽
핫한 아이템보다 오래 소장한 아이템을 더 사랑할 수 있게 응원해주는 문장이다.
우아하게 낡은 옷들이 깔끔하게 걸려있는 나의 옷장을 상상한다.
몇 년 더 지나야 모양을 갖출 것이다.
자칭 멀티 레이더, 성인 ADHD인 나에게 무척이나 격려가 되는 다음 문장을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그녀는 세상에 대해 타고난 호기심을 갖고 있는데, 놀랍게도 이는 스타일리시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 <Satorialist X> 4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