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르스나르의 구두> 스가 아쓰코, 송태욱, 한 뼘 책방, 2020 / 일본 출간은 1996년.
스가 아쓰코의 책을 앞서 다 읽었는 줄 알았는데 두 권이 더 있었다.
이 두 권에서 아쓰코의 글은 더 진화했다.
그녀의 이른 죽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히드리아누스 황제의 발자취를 좇는 유르스나르를 스가가 좇아가는 형식이다.
유르스나르의 생애와 저서가 스가의 삶과 교차되어 있다.
‘히드리아누스-유르스나르-스가 아쓰코’가 묘하게 만나고 헤어지며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엮을 수도 있구나!
유르스나르의 뒤를 따라 걷는 듯한 글을 쓰고 싶다. 하는 의식이 조금씩 내 안에서 싹트고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녀가 살았던 궤적과 나의 그것을 글 안에서 교차시켜 하나의 직물처럼 떠오르게 할 수 있다면, 하는 연기 같은 희망이 이 책을 쓰게 했다. - 258쪽.
유르스나르의 ‘영혼의 어두운 밤’과 스가 자신의 어두운 밤을 연결한 부분에서 우아하지만 날카로운 필력이 빛을 발한다.
그 후 남편과 보낸 5년간, 경솔하게도 어깨를 펴고 어둠과 대결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믿어버렸다. 그를 덮친 갑작스러운 죽음, 그것에 이어지는 새로운 어둠을 만나고 나서야 그때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허상과 실체 사이에 가로 놓인 도랑의 깊이를 나는 배웠다. 125쪽.
스가의 어두운 밤이 나의 어두운 밤과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어두운 밤과의 대결은커녕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금 1톤의 독서> 스가 아쓰코, 김아름, 에쎄, 2019 / 일본 출간 2003.
길지 않은 (A4 1-2쪽) 분량의 서평 모음이다.
내가 쓰고 싶은 리뷰의 모범을 보여준다.
한 작가의 여러 책이나 여러 작가의 책들을 모아 하나의 주제로 아우르는 구성이다.
그 주제는 스가에게서 나온다.
작품이나 작가 얘기로 끝나지 않고, 반드시 스가 자신의 이야기를 섞었다.
이것이 이 서평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책을 소개하고자 하는 리뷰가 아니라
책이 충분히 소화되어 자신의 삶과 화학반응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로서의 리뷰.
책을 사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작가가 너무 좋으면 대표로 한 권씩은 사기로 했다.
스가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이 책을 선택했다.
두고두고 반복적으로 읽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