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rink and Ru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잎 Aug 20. 2022

자가 격리 5일 차

- 인후통의 새 역사

2022. 08. 20. 토.


약 기운으로 쓴다.

어제 오후까지는 목이 아파서 거의 기절할 뻔했다.

먼저 겪은 친구가 "목에 칼이 선 것처럼 아프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

과거 감기 때 인후통의 5배는 되는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이쯤 되면 대증 요법을 써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차에

8월 초에 한 바탕 앓았던 코로나 선배님께서 전화를 해주셨다. 

타이레놀로 버틸 수 없으니 증세에 따른 약을 처방받아서 드셔야 한다고. 

안 그러면 오래가고 후유증도 심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확진을 받은 병원 원장님과 통화했다.

증세를 말씀드리고 처방을 부탁했다. 

남편이 퇴근길에 약을 받아왔다. 


약을 받은 시간은 오후 5시. 

용법 : 6-8시간 간격으로 1일 3회 식사 직후 복용.


지난 이틀 된통 고생해본 경험에 비추어,

약을 시간 맞춰 잘 먹어서 증상을 최대한 완화하는 것이 살 길임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는 시간이 흐르면 끝나겠지만 그 시간 동안 이렇게 계속 아플 수는 없으니까. 


저녁 7시에 약을 먹으면 아침 6시까지 11시간이나 공백이 생긴다. 

새벽 2시에 깨서 밥 먹고 약 먹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 공백 때문에 아침에 목이 더 심하게 아픈 것이다. 

취침으로 인한 약 기운 공백 때문에 아침 통증이 심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결론. 

일단 지금 약을 먹고, 밤 12시에 한 번 더 먹기로.


이렇게 어제는 5시, 12시 두 번 먹었다. 

예상대로 오늘 아침 통증이 줄었다. 

목이 나아져서 통증이 준 것이 아님은 느낌으로 안다. 

중간중간 올라오는 날카로운 통증이, 나으려면 아직 멀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7시 반에 식사하고 투약. 

오늘은 7시간 간격으로 투약을 해볼 생각이다. 

2시 반, 9시 반. 

이렇게 해보고 내일 아침 통증을 체크해보는 걸로.

만약 너무 아프면 새 벽 4,5시라도 깨서 밥과 약을 흡입해보자.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왜 진작 처방을 안 해주셨을까?

타이레놀로 버틸 수 있는 통증이 아닌데 말이다.

진작 처방약을 먹었으면 좋았을 것 아닌가 말이다.........라고 생각하던 중,


J의 눈에 방금 식탁에 앉은 큰아들이 들어왔다. 

J와 동시 확진이지만 거의 무증상이다.

목이 조금 아프지만 약 먹을 정도는 아니라면서 약도 전혀 먹지 않았다.

이제 다 나은 것 같다고 매운 함흥냉면을 비며 먹고 있다.  


아하! 저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의사가 처방을 안 했구나. 

일단 타이레놀 먹어보고 증세가 심해지면 개별적으로 추가 처방을 하겠다는 것이구나!

저 아이에게 약 처방을 해줬다면 제대로 먹지도 않고 그대로 버려졌을 것이니.

이렇게 통증에 시달리게 된  것은 진작 처방을 요청하지 않은 J의 불찰이었다. 




어젯밤,

마침 금요일을 맞은 남편과 이제 약간의 증세마저 다 사라진 큰아들은 

막걸리와 김치찌개를 앞에 놓고 영화를 보며 주말 놀이에 돌입했다.  


J도 같이 보긴 했다. 

술은커녕 침 삼키기조차 최대한 줄이고, 

(아무리 약을 먹어도 목이 아프긴 하다. 약 기운이 돌면 조금 덜 아플 뿐이다.)

기침까지 하느라 누웠다 앉았다 통증을 달래며.

(기침을 하면 목이 더더더 아프다.) 


뒤척이는 J를 보며 큰아들이 진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가 어떻게 아파요?"


................이것이 코로나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가격리 2.5일 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