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마발 Jul 12. 2022

10 LAP:미니 해치백(3도어) JCW 롱텀 시승기

그냥 운전이 좋아서 14화

어느새 나의 새 차 ‘라포’와 함께한 지 103일이 지났고, 약 6000km를 달렸다.

이 정도도 롱텀 시승기라는 이름을 달아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름 탈만큼 탔으니 한 번 끄적여본다.


5000km 돌파 기념 인증샷.


라포를 처음 만났던 날은 잊을 수 없다. 오랫동안 꿈꿔오던 순간이었다. 새 차를, 그것도 외제차를 사게 되는 날이 오다니!

딜러님이 보내준 사진 속 라포는 영롱했다. 세상 그 어떤 차보다 멋지고 아름다웠다.

당시에는 며칠 동안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출고 당일에는 딜러님이 코로나로 인해 함께하지 못했고, 비까지 내렸다. 일정에 차질이 생겨 조금 미뤄지는 것도 짜증이 날 정도로 예민해져 있었지만 그 모든 건 라포와 대면하고는 모두 사라졌다.


딜러님께 받은 사진 1.
딜러님께 받은 사진 2.
첫 주행의 순간.


미니 카페를 보면 세컨카이거나 컨버터블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3도어를 고르는 사람은 소수다. 대부분 그나마 실용성이 뛰어난 클럽맨이나 컨트리맨을 구매한다. 나도 클럽맨, 컨트리맨을 고려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JCW를 사기 위해서는 3도어 해치백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난 용기(라고 쓰고 돈이라 읽는다.)가 부족했기에.

라포는 내 생각보다도 작았다. 경차는 아니지만 경차만큼 작겠다 싶을 정도로 작았다. 그래도 엄연히 4인승 차량이다. 뒷자리에는 안전벨트와 컵홀더도 마련되어 있다. 나는 라포에 성인 남녀 5명까지 태워봤다. 장거리는 뒷좌석 승객이 답답하고 힘들 수 있지만 단거리는 탈만 한 것 같다.


어지간한 주차장은 다 들어갈 수 있다. 다만, 문이 길어서 좁게 주차하면 불편하다.


JOHN COOPER WORKS(이하 JCW). 이름에 걸맞게 라포는 작지만 강한 친구다. 

스포츠 모드를 누르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길들이기 기간 동안은 참았다. 그 후 엔진오일을 갈아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처음으로 스포츠 모드를 접했다. 나는 그 순간 F1 머신에 올라탄 루이스 해밀턴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미니의 주행 감성에 대해서 가장 많이들 하는 말은 고카트 필링이다. 근데 난 고카트를 타본 적이 없어서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다만 딱딱하긴 딱딱하다.

고급차를 거의 타보지 않아서 얼마나 부드럽고, 승차감이 뛰어난지는 모르겠지만 라포는 확실히 딱딱하고, 요철이나 방지턱을 넘을 때는 통통통통토오옹오토로로로로로로로로로토오옹통 튄다. 그래서 누군가를 태우면 속도를 내기 미안해진다.


확실히 승차감은 이런 고오급 차가 편하다. (다음 차는 벤츠 사고 싶다.)


세차 용품을 한가득 사 시간이 날 때면 세차장에서 몇 시간이고 녀석을 씻겨 주었다. 세차를 하는 순간에는 이 작은 녀석이 캐딜락의 에스컬레이드 마냥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역경의 시간도 세차 후 반짝거리는 라포를 보면 모두 잊을 수 있었다.

본넷에 붙어있는 순정 데칼은 썩 좋은 녀석이 아닌 것 같다. 워터스팟이 자꾸 생겨서 세차할 때 과정도 늘어나고 힘이 더 든다. 그래도 이게 JCW의 상징 같은 것이니 떼기도 그렇고…


여름 세차는 진짜 개 같다.


라포는 입이 고급이라 고급유를 먹는다. 며칠 전에 밤늦은 시간에 주유를 하러 가까운 주유소에 갔더니 무려 2800원이었다. 시내+고속을 합친 복합연비는 12-13km/L 정도다. 나쁘지는 않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급격하게 연비가 하락한다.

지금 같은 고유가 시대에는 맞지 않지만 그나마 평일에는 거의 타지 않고, 기름통이 작아서 최대 90,000원 정도가 한계라 체감이 크지는 않다.


유류세 인하한 거 맞나...?


차가 작은 만큼 타이어도 작다. 출고 타이어는 여름용 스포츠 타이어인데 이게 고속도로에서 세로로 홈이 파인 곳을 갈 때면 차가 좌우로 흔들흔들거린다. 타이어가 작아서 그런 것 같은데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꽤나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얼마 전에 폭우가 쏟아지던 밤에는 포트홀을 밟아 운전석 쪽 타이어가 부풀어 오르는 일도 발생했다. 라포가 많이 다쳤을까 속상하기도 하고, 화도 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부풀어 오른 타이어를 계속 타다가는 언제 터질지 모른다 하여 타이어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타이어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빌어먹을 작은 타이어는 국내에 들어오는 차들 중에 두 세대밖에 사용하지 않아 재고가 없다시피 했다. 운 좋게 미니 카페에서 중고 타이어를 파시는 분을 찾아 마모도가 비슷한 타이어를 구할 수 있었다. 겨울에는 안전을 위해 윈터 타이어로 교체를 해야 하는데 이거 재고 구하기도 쉽지 않을 테니 벌써부터 걱정이다.


코드 절상이 나면 이렇게 타이어가 부푼다. 빌어먹을 포트홀...
수술대에 오른 라포.
빨간 캘리퍼가 매력적이다.


디자인이야 라포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미니가 가진 감성을 대체할 수 있는 차는 없다고 생각한다. 차를 구매하려고 할 때 라포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차들이 많았지만 라포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이었다.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미니 로고가 달린 차를 타는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메인 키, 서브 키 모두 비싼 키 케이스와 키링을 달아줬다. 내 잔고는 사라졌다.


어느새 100일이라는 시간이 넘었다. 솔직히 유튜브를 보다 이쁜 차를 발견하고 가격이 비슷하면 이걸 살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 차들은 더 실용적이거나 더 대중적이라 감가가 적거나 하니까.

하지만 난 만족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차라고 생각한다.


어, 아이언맨?


라포를 오래 타고 싶다. 누군가는 그놈의 차가 뭐라고 저러나 싶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신경을 쓰고 애정을 주는 만큼 라포가 아프지 않고 잘 달려줄 거라고 생각한다.



라포야, 3000만큼 사랑해.





매거진의 이전글 9 LAP:그돈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