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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May 16. 2023

축구와 함께한 주말.

직장인은 축구를 얼마나 볼 수 있을까? 6화

축구의 재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큰 재미를 담당하는 것은 라이벌전이다. 흔히 더비 매치(Derby Match)라 불리는 라이벌전은 그 어떤 경기보다 치열하고 뜨겁다.


K리그에도 여러 더비 매치들이 존재한다. (협약식이네 뭐네 하는 똥꼬쇼로 만든 더비 말고) 울산과 포항의 동해안 더비. FC서울과 인천의 경인 더비. 수원삼성과 수원FC의 수원 더비까지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더비가 있지만 K리그의 대표 더비는 단연 FC서울과 수원삼성의 슈퍼매치이다.


최근 FC서울과 수원삼성 두 팀의 성적이 좋지 못하면서 슈퍼매치의 열기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 보니 상위권에서 극적인 스토리를 가진 울산과 포항의 동해안 더비가 더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슈퍼매치는 K리그 팬이라면 FC서울과 수원삼성의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직관하고 싶어 하는 경기 중 하나라 생각한다.


마침 광주의 경기는 일요일, 슈퍼매치는 집에서 가까운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토요일에 열린다고 하여 빅버드에서 슈퍼매치를 즐겁게 봤던 우리는 상암에서의 슈퍼매치를 직관하러 갔다.


경기 직전에 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입장 대기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런 경기에는 사람도 많고, 경기 전 볼거리도 많으니 일찍 갈 법도 하지만 학교 다닐 때도 집과 학교가 가까운 사람들이 지각하듯 겨우 20분 정도의 거리에 사는 우리는 경기 시작이 다가와서야 경기장에 도착했다.


경기장 내 편의점에서 길게 늘어선 줄을 한참 기다리고서야 맥주를 사고 킥오프 후에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여자친구의 빠른 예매 덕분에 중앙부에 좋은 자리에 앉아 경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맛도 나쁘지 않았고, 가격도 괜찮았다. 광주도 이런 거 만들면 좋겠다.
성적이 좋으니 더 많아졌다.
서울 팬들에게 뒤지지 않은 수원 원정팬들.


홀짝홀짝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보는데 몸이 너무 더웠다. 아니 뜨거웠다. 낮시간 경기라 그런지 해는 내 머리 위에 떠 있었고, 경기장과 가까운 좌석 때문에 그늘이 전혀 없이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그리 두껍지 않은 맨투맨을 입었는데 반팔을 입지 않은 게 판단 미스였다.


게다가 겨우 두 캔 먹은 맥주는 소주 두 병을 마신 것처럼 술기운이 세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몸에 땀도 나기 시작하고, 술기운까지 올라오니 여자친구도 나도 축구를 제대로 즐기기 어려웠다.


햇빛이 야속했다.


무려 3만 명이 넘는 관중이 오고 서울의 세 골과 수원의 만회골까지 총 네 골이 터진 경기였지만 더위를 참다못한 우리는 경기 종료 전에 일찍 자리를 떴다. 날씨만 아니었다면 슈퍼매치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축구는 내일도 있으니까.


혼자 경기를 보러 다닐 때는 다른 팀의 용품샵은 전혀 관심도 없었는데 지난 대구 원정에서 다른 팀 용품샵을 가니 신기한 것도 많고 이 팀의 팬이 아니어도 사고 싶을 정도로 좋은 상품들이 많았다. 그래서 서울의 용품샵을 가보기로 했다.


위치를 정확히 몰라 티켓부스의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전혀 엉뚱한 방향을 알려줘서 경기장을 한 바퀴 빙 돌아서야 용품샵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이때 경기가 끝나자마자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베트남 국가대표 감독인 박항서 감독님을 발견했는데 사진 요청을 하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소심해져서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의 부탁에는 친절히 사인도 해주시고, 사진도 찍어 주셨다.)


하지만 우리는 용품샵에 들어가지 못했다. 우리가 경기장을 한 바퀴 도는 사이에 경기가 끝나 버렸고 이미 용품샵을 따라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더위에 지쳐버린 우리는 굳이 이 줄을 기다리면서까지 봐야 하나 싶어 다음을 기약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다음에는 팬파크 꼭 가봐야겠다.


집을 나올 때는 날씨가 맑아 좋았는데 경기를 볼 때는 그 맑은 날씨가 야속하더니 경기가 끝나고 본 서울의 하늘은 경기 결과처럼 너무나 맑고 푸르렀다.




일요일에는 강원과의 홈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이 날 경기도 전 날 직관했던 슈퍼매치와 마찬가지로 오후 두 시에 킥오프였기에 아침부터 광주로 떠나기 위해 준비했다. 그래도 일요일이니 토요일에 내려갈 때보다는 늦은 시간에 집에서 출발했다.


우리의 예상보다 더 길이 막히지 않았다. 그래도 주말인데 이렇게 안 막히나 싶을 정도로 편안하게 내려갈 수 있었다. 덕분에 휴게소에서 편하게 밥도 먹을 수 있었다. 행담도 휴게소에서 밥을 먹기로 했는데 휴게소에서 삼겹살이나 목살을 먹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광주로 내려갈 수 있었다.


고기는 휴게소에서 먹어도 맛있다.


돌풍을 일으키며 5위에 위치한 광주와 무승으로 11위에 머무르고 있던 강원과의 경기였기에 오늘은 몇 골이나 넣을까? 당연히 이기겠지? 하면서 경기장에 입장했다.


전 날 과는 다르게 날이 좀 흐려서 경기 보기에는 더 좋았다.


하지만 경기는 내 바람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시종일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경기를 지배했지만 광주의 슛은 이광연의 선방에 막히며 골망을 흔들지 못했고, 간간이 터지는 강원의 강력한 역습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강원의 최용수 감독과 서포터. 밀집수비는 진짜 숨 막혔다.
광주에서 여성팬 유치를 맡고 있는 두현석.
양 팀 모두 최선을 다했다.


한참 아쉬움의 탄성을 내지르며 언제 골이 터지나 발만 동동 구르다 경기가 끝나버렸다. 광주의 시즌 첫 무승부였다.


지난 대구전에서는 3골을 실점했지만 4골을 넣더니 강원의 밀집수비를 뚫어내지 못하며 득점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이길 거라고 잔뜩 자만했는데 아쉽기도 하고, 짜증도 났지만 새삼 우리는 막 승격한 잔류를 목표로 싸워야 하는 팀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이 승점 1점에 감사하기로 했다.


평소에는 홈경기를 보게 되면 다시 서울에 올라오기 바빴지만 이 날은 두 시 경기라 시간이 애매했다. 일요일 저녁쯤에는 서울에 들어가는 차가 워낙 많아 길이 많이 막히기에 차라리 광주에서 좀 시간을 보내고 저녁도 먹고 서울로 출발하기로 했다. 집에 좀 늦게 도착하겠지만 데이트도 하고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광주의 상징(?) 중 하나인 유스퀘어에 오랜만에 들렀는데 꽤 큰 사이즈로 광주FC 경기 일정을 광고하고 있었다. 몇 년 전에 버스 정류장 광고판에 한참 지난 경기일정이 안내되고 있는 걸 보고 분노했었는데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광고가 걸리다니 감개가 무량했다.


광주 프런트가 일을 한다...!


대전의 별명이 노잼 도시인데 사실 광주도 만만치 않게 노잼 도시다. 광주 근교의 담양 같은 곳을 가면 가볼 만한 곳들이 있지만 광주 내에는 외지인에게 놀러 가보라고 할만한 곳이 별로 없다. 게다가 나는 대학도 타지에서 다녔어서 그런지 광주 맛집도 잘 모른다.


그런데 이 날 누가 광주에 간다면 추천할만한 맛집을 찾았다. 엄청난 크기의 대접에 건더기 가득한 육개장이 나오는 ‘오메야가마솥육개장’. 주차 공간이 따로 없어 좀 불편할 수 있겠지만 맛만큼은 장담한다. 진짜 맛있었다. 이 글을 본 광주에 원정 오는 K리그 팬이 있다면 한 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진짜 맛있다.
제주도에서 유명하다는 치즈 케이크 가게. 광주에도 있다.


슈퍼매치부터 강원과의 홈경기까지 축구와 함께하는 주말이었다. 이틀 연속 직관은 오랜만이었는데 역시 축구는 재밌다. 또 일정이 맞으면 이틀 직관을 하자고 여자친구를 꼬셔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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