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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May 16. 2023

삼세번 도전 끝에 방문한 문수월드컵경기장.

그깟 공놀이:직장인은 축구를 얼마나 볼 수 있을까? 7화

울산광역시. 현대중공업이 있고, 바다가 있는 울산현대 축구단의 연고지이자 경상도의 도시. 이게 내가 알고 있는 울산에 대한 모든 정보였다. 태어나서 울산에 가본 적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니 인상적이지 않았던가 가보지 않은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난 울산이 부산 옆에 있는 도시라는 것도, 그만큼 서울에서 굉장히 먼 도시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준산(준우승 울산)이라는 슬픈 별명을 가졌던 울산현대(이하 울산)는 지난 시즌 드디어 통산 세 번째 K리그1 우승을 차지하며 엠블럼 위에 세 번째 별을 새겨 넣었다. 울산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도 우승해 본 역사와 전통을 가진 명가다. 특히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나 전북과의 현대가 더비는 몇 년 전부터 리그에서 흥행하는 경기들 중 하나였다.


축구팬인 나로서는 이런 빅경기는 꼭 직관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혼자 또는 친구와 함께 울산의 홈구장 문수월드컵경기장에 방문하러 서울을 출발했다. 하지만 난 울산의 근처도 가지 못했다. 무려 두 번이나.


이렇게 멀 줄 몰랐다 진짜.


두 번 모두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주말의 교통체증을 생각지 못했거나 아침 일찍 출발했음에도 내비게이션의 도착 예정 시간이 점점 늘어나더니 경기 시간을 넘겨 버려 중간에 돌아오거나 했다. 그렇게 날린 티켓값만 해도 5만이 훌쩍 넘는 돈이었다. (비싼 자리를 예매하곤 했다.) 울산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잘 모르던 나의 무지함이 낳은 결과였다.


그리고 광주가 1부 리그로 승격한 올해 울산 원정을 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경기 날짜는 일요일 저녁 7시 경기. 경기가 끝나고 서울까지 올라오는 시간을 생각하면 다음 날 출근에 큰 무리가 따르는 일정이었다. 월요일 출근을 해야 하는 여자친구는 함께하지 못하고 나는 과감하게 연차를 썼다. 두 번이나 실패했는데 이번만큼은 꼭 울산 경기를 보러 가고 싶었다.


특히 요즘 울산은 축구 붐이다. 매 경기마다 많은 관중을 불러 모으며 평균관중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그만큼 축구도 잘한다. 게다가 광주가 평일 경기였던 제주와의 홈경기에 패하며 2경기 무승에 빠져있는 이때 원정석에서 열심히 응원하고자 울산 원정에 의지를 불태웠다.


여자친구와 함께하지 못해 혼자 1박을 할까 고민을 하다 광주 서포터 회장님을 모시고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혼자 다녀오는 거였으면 올라오는 길에 지루함에 졸음운전의 위험이 높아지지만 회장님이 옆에 계시니 심심하지 않게 올라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열두 시에 회장님을 픽업해 서울을 출발했다. 지난 두 번의 경험 때문일까 일요일 낮시간이라 길이 덜 막힐 걸 알면서도 내심 신경이 많이 쓰였다. 혹시나 길이 막혀서 경기에 늦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다행스럽게도 길은 전혀 막히지 않았다. 다만 거리가 멀뿐. 점심도 먹고, 저녁도 먹었음에도 경기장에는 무리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울산에 오면 언양불고기를 먹어야 한다. 이건 언양불고기비빔밥.


약 한 시간 정도 전에 경기장 근처에 도달하니 벌써부터 길가에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비인기팀인 광주와의 경기라 많은 관중이 오지 않겠지 싶었는데 주차 공간이 열악한 것인지 도로를 따라 주차한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경기장에 최대한 가까이 주차하고 싶었지만 잘못하면 주차 자리를 찾아 빙글빙글 돌아야 하기에 눈에 보이는 스쿼시경기장 주차장에 주차했다. 주차 후 경기장을 향해 걸어가면서 보니 바로 옆에 있는 야구장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다. 혹시나 전북이나 포항처럼 많은 관중이 예상되는 경기를 보러 온다면 주차를 위해서라도 경기장에 일찍 오거나 멀찍이 주차 후 걸어오는 걸 추천한다.


이렇게 축구장이 보일 때면 굉장히 설렌다.


드디어 그렇게 오고 싶었던 문수월드컵경기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K리그 그 어느 경기장보다 내게는 오기 힘든 곳이었다.


해가 저물어가면서 문수월드컵경기장은 더욱 감성 있게 보였다. 빅크라운이라는 별명답게 마치 왕관처럼 보이는 경기장 외부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이렇게 보면 우리 광주월드컵경기장은 그다지 멋있지 않은 것 같다.


경기장 주변에는 수많은 울산 팬들로 가득했다. 종종 어린아이들은 노란 광주 유니폼을 입은 우리를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광주 유니폼 입고 미타 앞에서 사진 찍어서 그럴지도.)



원정석 입구를 가기 위해 걷다 보니 울산은 특이하게 경기장 내부에 음식점만이 아니라 구단 용품샵인 호랑이상점이 입점해 있었다. K리그 구단들 중 경기장 내에 용품샵이 있는 구단은 처음이라 방문해보고 싶었지만 저기는 홈팬들의 구역이라 난 들어갈 수 없었다.


관중석까지 파란색으로 도배된 경기장에 입장했다. 야간 경기라 그런지 경기장의 분위기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문수월드컵경기장은 빅크라운 말고도 호랑이굴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호랑이굴에서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했으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싶었다.


지붕 때문의 울산 팬들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이번 시즌 돋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울산. 게다가 원정 경기인만큼 진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무승 기간이 길어지면 잔류를 걱정해야 하는 광주에게는 치명타였다. 후반전까지 한참을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던 양 팀. 우리 광주는 리그 1위 울산을 상대로도 기죽지 않으며 좋은 축구를 보여주었고 80분이 넘어서 터진 이강현의 멋진 선제골로 그 보답을 받았다.


이때까지는 진짜 이기는 줄 알았다.


하지만 축구는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모르는 거였다. 경기종료를 5분 남기고 터진 바코의 동점골과 추가 시간에 터진 주민규의 역전골로 광주는 다 잡은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선수들이 정신을 덜 차려서 호랑이굴에서 잡아 먹힌 걸까? 아니, 그냥 울산이 축구를 더럽게 잘하는 거다.


경기 후 오심부터 경기가 끝나고 내려진 티모의 퇴장 판정까지 광주팬은 광주팬대로, 울산팬은 울산팬대로 아쉬운 판정들이 있었지만 이 글에서 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저 우리가 울산보다 축구를 못했고, 울산이 우리보다 잘했으니 승리를 가져간 것이다. 누군가는 운이 따랐다고 말할 수 있지만 운도 곧 실력인 세계가 승부의 세계다.


그래도 1부리그에 오니 중계로만 보던 잘 가세요도 들어봤다.


그래도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올라오는 길 내내 회장님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3경기째 무승이라는 성적은 하위권에 머무르던 팀들이 반등하던 시기였기에 광주에게는 더욱 치명타였다. 좋은 축구를 하고 있으니 1위 울산을 잡으면 선수들의 자신감도 올라갈 테고 광주라는 팀의 주목도도 더욱 올라갔을 텐데.


다음 경기는 함께 승격한 대전과의 홈경기. 2부리그 시절에는 우리가 대전을 상대로 무패를 기록했었는데 1부리그에 올라오니 대전이 우리보다 더 순위가 높다. 무승이 더 길어질 것 같아 무섭다.


1R 수원삼성 0:1 광주FC / 승

2R 광주FC 0:2 FC서울 / 패

3R 전북현대 2:0 광주FC / 패

4R 광주FC 5:0 인천유나이티드 / 승

5R 광주FC 2:0 수원FC / 승

6R 포항스틸러스 2:0 광주FC / 패

7R 대구FC 3:4 광주FC / 승

8R 광주FC 0:0 강원FC / 무

9R 광주FC 0:1 제주유나이티드 / 패

10R 울산현대 2:1 광주FC / 패


번외 경기

8R FC서울 3:1 수원삼성


2023시즌 직관 성적

7경기(번외 경기+1) 2승 1무 3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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