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케터 아델 Jul 27. 2021

찬란했던 모로코의 유적 바디&바히아 궁전 밥 아그나우

스페인 여행일기: 모로코 Morocco 여행 마라케시


Day2. 둘째 날 일정


Jarden Majorelle: 마조렐 정원

Badi Palace: 바디 궁전

Bahía Palace: 바히아 궁전

모두 방문하기



나 홀로 마라케시



푸른 식물들과 상쾌한 공기가 가득했던 마조렐 정원을 나와 흙먼지 날리는 마라케시 시내로 돌아왔다. 우리는 각자 하고 싶은 게 달랐는데 스티븐은 함만 Hamman이라는 아랍식 목욕탕에 가고 싶어 했고 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유적지를 보고 싶었다. 스티븐과 서로 가고 싶은 곳을 얘기하다가 드디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철두철미했던 스티븐은 마라케시 지도를 펼쳐 각자 싶은 장소를 확인하고 그 중간쯤 되는 곳에서 3시간 뒤에 만나는 계획을 세웠다. 같이 다니면서 조금 적응했지만 여전히 낯선 마라케시에서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고 우리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했다. 마라케시에서 처음으로 혼자 다니게 된 시간이었지만 준비한 덕분에 크게 두렵지 않았다.


찬란했던 모로코의 유적 바디 궁전과 바히아 궁전을 만나기 위해 나 홀로 당당히 마라케시 시내를 걸어나갔다.






바디 궁전

Badi Palace


마라케시의 화려했던 과거를 볼 수 있는 유적지를 찾아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바디 궁전이었다. 온전히 남아있는 건물이 없어 궁전보다는 궁전 터에 가까웠지만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규모는 확실히 압도적이었다.


이 궁전은 16세기 말 사디안 Saadian 왕조의 술탄 아흐메드 Ahmed al-Mansu가 1578년 포르투갈 군대와의 전투인 세 왕의 전투 la Batalla de los Tres Reyes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지금은 폐허가 되었지만 이슬람 문화가 가장 꽃피웠던 그 당시, 1578년부터 15년 동안 공사가 이루어졌고 360개의 방을 장식하기 위해 금과 이탈리아의 대리석은 물론이고 오닉스와 같은 최고급 자재들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전에 여러 개 건설되어 있는 건물들은 여름 궁전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파빌리온이라고 한다.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에 영향을 주었을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했지만 다음 왕조인 알루트 Alaouite 왕조가 수도를 메크니스 Meknes로 옮기면서 이 궁전의 자재들을 새 궁전을 짓는데 사용해 지금의 모습처럼 손상되었다고 한다.



제대로 남아있는 건물이 없을 정도로 무너진 이 궁전은 폐허처럼 느껴졌지만 그 당시의 화려함을 나만의 방식으로 상상할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모로코 여행을 다녀오고 오랫동안 이곳의 모습을 잊고 있었는데 2019년 바디 궁전을 다시 만났다. 디올의 2020 크루즈 쇼를 바디 궁전에서 진행했는데 쇼를 보면서 눈에 익은 모습에 괜히 반가웠다. 메말라있던 바디 궁전의 수영장에 물을 채우고 3천 개의 초를 사용해서 불을 밝혔다. 거친 궁전의 모습을 배경으로 섬세하게 디자인된 디올의 옷이 돋보였다.







바히아 궁전 Bahía Palace



두 번째로 찾은 바히아 궁전은 파티오에 정원이 함께 있었다. '광채'라는 뜻의 이름처럼 햇살이 예쁘게 건물 안으로 떨어졌는데 정원을 채우고 있는 오렌지나무 덕분인 것 같았다.


19세기에 술탄 시모사 Si Moussa 가 개인 궁으로 지어진 이곳은 최고의 궁전을 목표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화려한 아랍 문양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거대한 규모로 압도하는 바디 궁전과 달리 푸릇한 식물과 다채로운 색상의 장식들이 가득해 아기자기하게 예쁜 곳이었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듯했던 바깥의 햇볕과 달리 이 안의 햇살은 아주 부드러웠는데 섬세한 모자이크 타일 위에 앉아 오렌지 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모습이 평화로워 한참은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밥 아그나우 Bab Agnaou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밥 아그나우는 마라케시에서 처음 홀로서기를 한 후 스티븐과 만나기로 한 장소였다. 사람들과 오토바이가 쉬지 않고 다니는 복잡한 거리에서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밥 아그나우 성문은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12세기 알모하드 왕조 시절에 지어진 밥 아그나우는 마라케시 메디나 남쪽에 위치한 19개 마라케시의 성문 중 하나였다. 1985년 마라케시의 메디나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함께 중요한 유적지로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카메라를 꺼내기 무서워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은 없지만 12세기에 세워진 성문이 세부적인 디테일까지 보존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마음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마라케시에서 투어를 듣지 않은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순간만이라도 더욱 깊이 이해하고 느끼는 것들이 많았을 것 같다. 마라케시에 있을 때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후에 마라케시를 떠올릴수록 그곳을 조금 더 깊게 기억하고 싶어졌다.











올라, 아델

스페인 여행일기


스페인행 비행기 표를 먼저 산 후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스페인 말라가를 시작으로 모로코와 포르투갈을 거쳐 이베리아반도를 100일 동안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다. 낯선 곳에서 홀로 보낸 시간은 나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고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주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최고의 여행이었다.


스페인 여행일기에서 그 여행의 추억을 정리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름다운 색채의 마조렐 정원 이브 생로랑과 쟈크 마조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