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잘 알고 싶으면, 첫 데이트를 자주 하세요.”
“자신을 잘 알고 싶으면, 첫 데이트를 자주 하세요.”
얼마 전, 『너라는 브랜드를 마케팅하라』의 저자 소라님이 주최한 ‘우먼인파워’ 행사에서 연사로 함께했다. 그녀는 무대 위와 아래가 거의 다르지 않은 몇 안되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눈빛과 걸음걸이, 문장이 너무도 시원해서 보는 청중의 갈증을 말끔히 해소시켜주었다. 그럼에도 사랑이 많은 사람임이 틀림 없이 드러나서 미워할 수 없이 사랑하게 되는 모두의 언니였다. 그날, ‘자신을 아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그녀가 무심히 던진 한 문장이 마음에 경쾌하게 와닿았다.
자신을 잘 알고 싶으면 첫 데이트를 자주하라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낯선 두 사람이 서로를 파악하고 공감하기 위해 주고받는 질문들은 매우 비일상적이다. 그래서 흥미롭고, 그래서 피곤하다. 깊은 대화를 나눈 데이트를 마치고 나면 상대를 알고자 했지만 사실 나를 알게 된다. 상대를 몰라서 하는 질문들이 사실 나에게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호감을 느끼는 이성이면 더 설레는 탐구심을 갖고 대화를 나누게 되겠지만, 꼭 이성일 필요는 없다. 그건 결국 타인을 매개로 한 자기 탐구니까.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을 ‘잘’ 한 사람들은 구독자가 수십만 명이거나, 수천만 원을 버는 사람이 아니다. 그 사람 자체가 일이 된 사람들, 자신의 일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그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혹독한 질문을 던져왔을지 상상하게 된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대개 오랫동안 혼자 고독하게 자신과 대화한 사람들이다. 내가 평생 끊지 못할 중독 같은 것이 있다면, 그건 질문이다. 질문은 모름에서 태어난다. 모르는 채로 두지 않는 것은 불편하다. 알아가는 과정은 어렵고, 때로 괴롭다. 그러나 더듬거리는 과정이 희미하게 덧대어지면 방향이 된다.
브랜딩은 방향성이다.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원칙을 붙들 것인가. 이를 또렷하게 만들기 위해선, 불편한 질문들이 끊임없이 연료처럼 타올라야 한다. 사람이 곧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그럴싸한 문장들이 아니라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중요하다.스스로와 친한 사람만이, 나와 닮은 브랜드를 만든다. 완벽히 일치하는 브랜드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진지한 대화를 좋아했다. 진지한 대화란 결국 ‘나’와 ‘너’에 대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나는 이럴 때 행복한 것 같아.” “너는 언제 가장 너답다고 느껴?” 같은 질문들을 친구들과 나누며 나는 나를 알고 싶어 했다. 질문의 꼬리를 꼬리를 물다 '아! 나는 이렇구나.'하는 일련의 정의를 내리면 엉켜 있던 실타래가 풀리는 듯한 희열이 있었다. 나는 내가 가장 어려웠으니까. 그 수없는 모름과 물음과 변신하는 답변이 치열하게 오가는 시간이 쌓이다보니 이제야 나랑 편한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아주 미약하게나마, 누군가에게 ‘나를 아는 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건,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나를 모른다는 확신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