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저씨는 왜 맨날 병 콜라를 마시고 있었을까


충북 청주시 봉명2동. 내가 유년 시절을 보낸 그 동네에는 늘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한 아저씨가 있었다. 놀이터 벤치 구석에 조용히 앉아, 유리병에 든 코카콜라에 투명한 빨대를 꽂아 마시던 사람. 나는 그 모습을 매일 보았다.


그때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그저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기에 바쁜 시기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아저씨의 모습은 자꾸 눈에 들어왔다. 어린 나에게 어른은 늘 바쁘고 어딘가로 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그렇지 않았다.
아침부터 벤치에 앉아 콜라를 마시는 어른은, 내가 알던 어른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왜 일은 안 하고, 여기에 있는 거지?’
‘왜 하필 병콜라일까?’
순진했던 나는 그런 의문을 품었고, 누군가에게 묻지도 못한 채 그 장면을 가슴속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어느덧 나도 그 아저씨쯤의 나이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아침부터 벤치에 앉아 병콜라를 마시는 그 장면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그 아저씨는 술도, 담배도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병콜라 한 병과 하루를 시작하던 모습.


어쩌면 그는 누구보다 조용한 방식으로, 절제된 하루를 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고 보니 알겠다.

세상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단함이 있고, 잠시 멈춰야만 견딜 수 있는 시간이 있다.
그 아저씨는, 그 잠깐의 틈을 놀이터 벤치에서 보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가끔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그 아저씨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때 이후로 다시 본 적은 없지만, 혹시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다면 좋겠다.


그 아저씨는 병콜라를 마시며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누군가를 기다렸을까.
아니면 그냥,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바라며 앉아 있었던 걸까.

그리고 또 하나, 나는 가끔 묻는다.
그 아저씨는, 결국 성공하였을까?
정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물음을 떠올릴 때마다,
그 시절 놀이터 벤치에서 마주했던
작고 조용한 삶의 한 장면이 내 안에서 오래도록 남아 있다.